지하철역에 생긴 스마트팜·공유오피스…교통공사 새 수익원 발굴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1.12.21. 16:00

수정일 2022.01.04. 16:12

조회 11,160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04) 서울교통공사 신규 사업 추진 등 수익구조 다변화 꾀해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사업은 원래 적자가 불가피하다지만 작년과 올해는 좀 심했다. 작년에 서울교통공사는 1조 1,137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는 1조 7,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적자의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격감, 장기간 계속된 운임 동결, 타 회사(한국철도공사)와 달리 정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 무임수송손실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풀기 쉬운 문제가 아니고,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지금 서울교통공사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수입원을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내 공간을 활용한 개인창고대여 서비스인 ‘또타 스토리지(storage)’이다. 
또타 스토리지 ⓒ서울교통공사
또타 스토리지 ⓒ서울교통공사

원래 서울지하철은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지어져서 역내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특히 90년대 IMF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지어진 2기 지하철(5~8호선)이 그러하다.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보다 수요가 더 적은 곳을 지나가는데도 오히려 역 공간은 더 클 정도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서울의 인구가 차츰 줄어들자 이런 공간들은 임대도 안 되고 쓰임새도 못 찾은 채 방치된 상태다. 그래서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자사 지하철역의 이런 빈 공간에 대형 사물함을 설치하여 개인 창고로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시대 흐름과 코로나 상황에 맞게 비대면 무인으로 운영된다. 

사실 지하철역 공간은 개인창고 공간으로 쓰기 매우 적절하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운영되는데다가, 각종 재난 대응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화재나 침수 등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지하철역 내부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으며, 온도와 습도가 비교적 일정하여 물건이 손상되지 않는다. 또한 지하철역 내부에 CCTV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도난 걱정도 없고, 역무원이 관리까지 해준다. 지하철역은 청소가 잘되어 있으므로 해충이나 쥐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창고로 쓰기에는 최고의 공간인 셈이다.
또타 러기지 운영중단 안내문 ⓒ서울교통공사
또타 러기지 운영중단 안내문 ⓒ서울교통공사

작년에 답십리역 등 3개역에서 또타 스토리지를 시작한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0개역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수입원으로 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무인 창고인 또타 스토리지와 달리 사람이 짐을 맡아서 단기간 보관해주고 다른 역이나 공항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있는데, 이를 ‘또타 러기지(luggage)’라고 한다. 주로 배낭이나 캐리어(여행가방)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직원이 짐을 접수하는 대면 서비스이다 보니 현재는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되었으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서울교통공사가 가지고 있는 서울 곳곳의 지하공간이라는 자본의 가치는 상당한 만큼 이를 활용하는 사업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상도역 스마트팜 ⓒ서울교통공사
상도역 스마트팜 ⓒ서울교통공사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또 다른 신사업은 바로 스마트팜(도심형 농장)이다. 앞서 말했지만 지하공간은 환경이 일정하기 때문에 이곳에 농장을 마련할 경우 품질관리가 쉬워진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빛은 인공조명을 사용하며, 흙 대신 영양분이 녹아있는 물을 이용하여 재배한다. 그러면 위생관리도 유리하고, 무엇보다 채소의 생산지가 도심에 있으니 물류비용가 절감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같은 도심형 지하농장의 가능성을 7호선 상도역 등에서 확인하였으며, 3호선 남부터미널역 남쪽의 미사용 지하상가 공간에서 본격적인 수익사업을 시작하였다. 이곳은 역세권 빌딩 사업과 연계하여 개발하려다 좌초되어 방치된 곳이다. 면적은 5,600제곱미터(1,700평)이나 되며, 연간 100톤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지하철 공유오피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공유오피스 ⓒ서울교통공사
7호선 고속터미널역 청년취업플랫폼 서초오랑 ⓒ서울시
7호선 고속터미널역 청년취업플랫폼 서초오랑 ⓒ서울시

이밖에도 적자를 줄이기 위한 서울교통공사의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는 서울시 청년취업플랫폼인 ‘서초오랑’을 개관하였고, 5호선 영등포구청역에는 요즘 인기 있는 공유오피스를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2호선 역삼역 등에는 병원이나 약국, 5호선 행당역 등에는 밀키트(Meal kit) 지점을 연다.

실제 지하철역 공간에 입점을 원하는 업체들이 무척 많은데 일단 위치가 역세권 한가운데에 있고,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지금까지 역세권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지만, 정작 그 역세권의 중심인 지하철역 자체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빈 공간도 활용하고 공사가 수익도 낼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지하철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서울지하철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해도 1조의 적자가 매년 계속된다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더욱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수익원 발굴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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