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서 옛 정령과 수호신 '이리 오너라~'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1.12.23. 10:00

수정일 2021.12.23. 15:04

조회 460

2021 남산골전시회, 동지 프로그램 등 연말까지 볼거리·즐길거리 풍성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옛 할머니들께서 이부자리에 누운 손주에게 풀어 놓은 이야기 보따리는 늘 이렇게 시작한다. 무서운 얘기라도 나올 적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열었다를 반복하며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한옥도 흔치 않고 그 한옥에 살던 옛 정령이나 수호신 역시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리는 ‘이리오너라-사라진 정령을 찾아서’ 전시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한옥마을 곳곳의 '이리오너라-사라진 정령을 찾아서' 포스터와 투호 항아리와 사방치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흙마당 ⓒ이정민
한옥마을 곳곳에 걸린 포스터들, 투호·사방치기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흙마당 ⓒ이정민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나오면 남산골 한옥마을 표지판이 반겨준다. 정문에 들어서기 전, 왼쪽 벽면에 붙은 푸른 바탕의 2021 남산골전시회 ‘이리오너라-사라진 정령을 찾아서’ 포스터를 보니 그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정문 안 왼쪽에 자리한 연못과 큰 정자인 천우각을 지나면 한옥마을로 오르는 계단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QR 코드 확인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다. 
2021 남산골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민씨 가옥 ⓒ이정민
2021 남산골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민씨 가옥 ⓒ이정민

한옥마을 다섯 채의 한옥 중 민씨 가옥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처마에 가지런히 걸린 청사초롱에 가장 먼저 시선이 머문다. 고즈넉한 겨울 한옥의 적막을 고운 색감으로 깨워주는 것 같다. 마당 한편에 세워둔 안내문에서는 ‘상호작용이 있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라는 설명과 함께 ‘이곳에서 옛 정령들과 신화 속 수호신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첫 작품 ‘귀신고래 이야기’는 문에 늘어뜨려진 발 위로 귀신고래가 스치듯 지난다. ⓒ이정민
첫 작품 ‘귀신고래 이야기’는 문에 늘어뜨려진 발 위로 귀신고래가 스치듯 지난다. ⓒ이정민

첫 작품명은 ‘귀신고래 이야기’다. 관람 방법은 ‘겁 많은 귀신고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 앞을 지날 때 문을 가리기 위해 늘어뜨려진 발이 인기척에 맞추듯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겁 많은 귀신고래는 그 위로 언뜻 보였다. 작은방 두 칸에서 숨어 지내는 귀신고래 엿보기는 은근히 스쳐가는 느낌으로 지나갔다.
민씨 가옥 안채에 활짝 열린 문 안으로 지붕신과 두꺼비, 도깨비불 등 여러 수호신이 보인다. ⓒ이정민
민씨 가옥 안채에 활짝 열린 문 안으로 지붕신과 두꺼비, 도깨비불 등 여러 수호신이 보인다. ⓒ이정민

민씨 가옥 안채에는 항아리와 바가지, 색색의 한복감 그리고 징 등이 한 가득 놓였다. 댓돌에 올라 자세히 보니, 방 안쪽 하얀 창호지 발린 문이 영화관의 스크린 역할을 해 그 위로 아른거렸다. 마루 위에 세워진 나팔 모양 태평소에 대고 “이리 오너라!”라고 크게 외쳤다. 문틀 위 붉은색과 파란색 지붕신이 분주히 들락거린다. 아래쪽으로 두꺼비가 보이고, 징과 여러 개의 등 위로 메기와 도깨비불이 비친다. 찬찬히 살펴봐야 구분할 수 있는 정도라 안내지를 들고 비교해가며 보면 좋다. 
마루 위에 세워진 태평소에 대고 “이리 오너라!” 외친 후 수호신들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이정민
마루 위에 세워진 태평소에 대고 “이리 오너라!” 외친 후 수호신들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이정민

그 옆방에는 작은 가구들과 항아리가 놓여 있다. 역시 그 위로 여우가 또렷이 보이고 다른 수호신들의 모습도 희미하게 드러난다. 한옥에서 만나는 수호신들의 움직임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져 다른 관람객들이 내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곤 했다. 전시는 민씨 가옥 사랑채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작품 ‘그들의 이야기’는 남산골 한옥마을에 사는 수호신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작품으로, 사랑채 안에 펼쳐진 병풍에 그 사연들이 담겨있다.
마지막 작품 ‘그들의 이야기’는 사랑채 안에 펼쳐진 병풍에 그 사연들이 담겨있다. ⓒ이정민
마지막 작품 ‘그들의 이야기’는 사랑채 안에 펼쳐진 병풍에 그 사연들이 담겨있다. ⓒ이정민

이번 ‘이리오너라-사라진 정령을 찾아서’ 전시는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이달 31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관람료나 예약 절차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민씨가옥을 여전히 배회중인 고전 설화 속 정령과 수호신에게 말을 걸며 새로운 경험을 만나보자.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또 다른 입간판이 서 있다. ‘발탈 IN NAMSAN’ 앱을 다운받아 남산골 한옥마을 주요 장소를 보다 가깝고 생생하게 유람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다. 

‘발탈’은 발과 탈의 합성어다. 발에 탈을 씌워 연희하는 재담의 한 종류로, 국가유형문화제 제79호로 등재돼 있다. 직접 앱을 다운받아 해보니 가상현실(AR)로 생생하게 재생되는 발탈꾼의 소개가 신기하고 흥겨웠다. 천우각, 전통가옥마당, 천년타임캡슐, 망북루, 국악당 야외마당 등 5곳에서 AR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발탈 IN NAMSAN’ 앱을 다운 받아 AR로 흥겨운 소개를 들으며 한옥마을을 유람할 수 있다. ⓒ이정민
'발탈 IN NAMSAN’ 앱을 다운 받아 AR로 흥겨운 소개를 들으며 한옥마을을 유람할 수 있다. ⓒ이정민

여기에 더해, 동지 프로그램으로 ‘남산골 사진관’도 운영 중이다. 매년 동지 때 팥죽 나눔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옥에서 찍는 흑백사진 이벤트가 새롭게 마련된 것이다. 이승업가옥 별채마당의 ‘흑백사진관’에서 셀프 갬성 사진(장당 500원)을 남겨볼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방 안에 들어서면 나무 케이스로 덮인 카메라와 이용방법이 나오는데, 원하는 매수를 선택해 결제 후 건너편 의자에 앉아 촬영을 하면 된다. 총 8장의 사진 중 마음에 드는 1장을 골라 컬러 또는 흑백 사진으로 출력해 간직할 수 있다. 
올해 남산골 동지 프로그램으로 ‘남산골 사진관’이 운영 중이다. ⓒ이정민
올해 남산골 동지 프로그램으로 ‘남산골 사진관’이 운영 중이다. ⓒ이정민
아늑한 한옥 스튜디오에서 촬영 후 사진을 고르면 출력되어 나온다. ⓒ이정민
아늑한 한옥 스튜디오에서 촬영 후 사진을 고르면 출력되어 나온다. ⓒ이정민

무인 촬영 시스템이 조금은 낯설지만 실제 해보면 전혀 어렵지 않다. 필자가 나온 후 사진관에 다정히 들어간 모녀 관람객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의 촬영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남산골 사진관’ 이벤트는 이달 26일까지다. 
한옥마을 내 천우각과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 서울남산국악당의 크리스스트리 ⓒ이정민
한옥마을 내 천우각과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 서울남산국악당의 크리스마스트리 ⓒ이정민

이밖에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가옥에서는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2022년 동지책력(달력)을 하루 250부씩 나눠줄 예정이다. 올해가 가기 전 가족, 친구와 함께 한옥마을에 들러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2021 남산골전시회 ‘이리오너라-사라진 정령을 찾아서’

○ 기간 : 2021년 12월 7일~2021년 12월 31일
○ 시간 : 10시~18시
○ 장소 : 남산골한옥마을 민씨가옥 안채 및 사랑채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www.hanokmaeul.or.kr/
○ 문의 : 02-2266-6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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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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