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하나에 추억이 몽글몽글…오래가게의 매력!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1.12.30. 13:00

수정일 2021.12.30. 15:37

조회 848

서울시, 오래가게 최초 동남권 13곳 선정

수십 년 동안 한 곳에서, 혹은 사정에 의해 점포를 옮겼더라도 명맥을 계속 유지하는 가게를 오래된 가게, 노포(老鋪)라고 부른다. 이러한 노포에는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지역 내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거나, 2대 이상 대를 잇는 곳 또는 무형문화재 등 명인과 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는 가게들 중 시민과 자치구, 전문가의 추천과 현장 확인을 거쳐 ‘오래가게’로 명명하고 있다. 오래가게는 그동안 105곳이 선정돼 운영 중이다.
관악구 미림분식에 달려있는 오래가게 현판
관악구 미림분식에 달려있는 오래가게 현판 ⓒ조수연

이번에는 처음으로 동남권에서 오래가게가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동남권 중심의 오래가게 13곳은 ▲강남구 5개소(만나당, 만나분식, 모퉁이집, 상신당, 젬브로스)  ▲서초구 5개소(두성종이, 서우제과, 이화명주, 힐스트링) ▲송파구 1개소(명가떡집)  ▲구로구 1개소(진선오디오) ▲동작구 1개소(애플하우스)다.

기본 조사와 자치구 협의, 오래가게 찾기 이벤트 등을 통해 추천된 총 1,201개 후보 중 13곳이 최종 선정됐다. 서울시는 이번에 선정한 동남권 13개 오래가게를 ‘재발견 : Old meets New(옛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을 이라는 테마로 숨은 이야기를 탐방하는 4가지 코스로 제시했다.
동작구 오래가게로 선정된 애플하우스
동작구 오래가게로 선정된 애플하우스 ⓒ조수연

오래가게에는 필자의 추억이 물씬 담겨있는 곳들이 많다. 특히 이번에 오래가게로 선정된 동작구 애플하우스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관악구에 있는 '미림분식'과 동작구 '애플하우스'를 방문했다.

관악구 오래가게, ‘미림분식’

미림분식은 2년 전에 서울시 오래가게로 선정된 곳이다. 관악구에 있어 서울시 서남권 오래가게를 선정할 때 포함되었다. 고시촌이라고 불리는 대학동에 있다. 남쪽으로 가면 서울의 경계인 금천구 시흥동, 북쪽으로 올라가면 서울대학교와 신림역으로 갈 수 있다.
관악구 오래가게 미림분식
관악구 오래가게 미림분식 ⓒ조수연

미림분식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소 40년 이상 운영한 곳이다. 맞은편에 미림여자고등학교가 있어, 여고생의 단골 분식집이기도 하다. 실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미림여자고등학교 몇 주년 동창회 사진, 미림여자고등학교 출신 변호사의 사진 등 다양한 추억이 담겨 있다.

필자도 이곳에 웃픈(?) 추억이 하나 있다. 과거 좋아했던 친구가 미림여자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짜장떡볶이를 좋아했던 친구를 위해 항상 이곳에 오면 짜장떡볶이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보글보글 떡볶이가 맛있게 익고 있다 ⓒ조수연
보글보글 떡볶이가 맛있게 익고 있다 ⓒ조수연

물론 연애까지는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미림분식에 올 때마다 소중했던 추억으로 괜스레 웃음만 나온다.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미림분식은 여전했다. 고등학생 시절 추억도, 고시촌에서 공부하던 친구를 보기 위해 찾았던 추억도 생생했다. 이곳에서 먹던 떡볶이 맛도 그대로, 맵기보다는 달콤한 느낌이 강한 쫄면의 맛도 그대로,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든 필자도 주인 할머니도 모두 그대로였다. 정겨웠다. 이 맛이 바로 오래가게다.
떡볶이와 함께 반드시 쫄면을 주문해야 한다 ⓒ조수연
떡볶이와 함께 반드시 쫄면을 주문해야 한다 ⓒ조수연

동작구 오래가게, ‘애플하우스’

동작구 애플하우스는 사실, 구반포역 인근 학원가에 있었다. 구반포역에는 2~3층의 건물 사이로 수십 개 학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필자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수학을 너무 못했다. 수학 학원만이라도 반포동에 보내겠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서 다녔던 곳이었다.
애플하우스의 즉석떡볶이는 고등학교 시절 허기를 달래준 고마운 존재다 ⓒ조수연
애플하우스의 즉석떡볶이는 고등학교 시절 허기를 달래준 고마운 존재다 ⓒ조수연

재미없던 수학 학원이 끝나면, 오후 9시쯤 됐다. 한창 먹는 나이라 정말 배고팠다. 이때 애플하우스의 떡볶이와 비빔만두를 먹곤 했다. 이곳의 비빔만두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지친 고등학교 생활의 설렘이 미림분식이었다면, 애플하우스는 충전의 의미가 강했다. 하루를 끝마치기 전, 먹던 떡볶이 맛은 어떤 진수성찬 못지않게 맛있었다. 가끔 친구들과 내기를 해서 진 사람이 비빔만두를 결제하기도 했다. 오래가게에 선정된 애플하우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구반포역 일대는 재개발이 한창이라, 애플하우스도 확장 이전 겸 해서 동작구로 넘어온 것 같다. 애플하우스는 지난 6일부터 총신대입구역(이수역) 13번 출구 뒤쪽 넓은 공간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명성이 사라지지 않은 듯, 점심시간에 20분 정도 기다려 앉을 수 있었다.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순대볶음을 시켜 푸짐하게 먹었다 ⓒ조수연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순대볶음을 시켜 푸짐하게 먹었다 ⓒ조수연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비빔만두와 떡볶이, 김치볶음밥 등을 주문했다. 음식의 맛은 여전했고, 오래가게의 추억 또한 남아있었다.

서울 곳곳에 있는 오래가게들은 개성 넘치는 맛과 멋으로 골목 어딘가에, 시장 상점 사이에, 산책로에, 감성 가득한 거리에 자리해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늙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방문한 오래가게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순수했던 추억을 가득 선물 받았다. 무언가를 추억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오래가게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오래가게 홈페이지 : https://seoulstory-cont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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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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