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의 축제!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현장

시민기자 조성희

발행일 2021.12.06. 11:00

수정일 2021.12.06. 16:35

조회 3,464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2021'이 지난 3~5일 서울숲역 디뮤지엄에서 열렸다. ⓒ조성희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2021'이 지난 3~5일 서울숲역 디뮤지엄에서 열렸다. ⓒ조성희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2021’ 행사가 지난 3~5일 서울숲역 디뮤지엄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사전예약 후 시간대별로 입장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주말의 경우 예약 취소자가 나오길 기다리며 현장 입구에 긴 줄을 섰을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퍼블리셔스테이블(Seoul Publishers’ table)’은 다양한 독립출판 제작자와 창작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박람회이다. 에세이, 소설, 영화 매거진, 그림책, 사진집, 원화 프린트, 독립출판물과 관련된 굿즈 등 독립출판 활동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작가와의 만남도 갖는 독립출판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첫 날 사전예약을 한 관람객들이 시간대별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조성희
첫 날 사전예약을 한 관람객들이 시간대별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조성희
우만컴퍼니 매거진 'We See' 부스 모습 ⓒ조성희
우만컴퍼니 매거진 'We See' 부스 모습 ⓒ조성희

이번 행사에는 약 200팀의 독립출판 제작팀이 모여 독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은 독립출판 작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부스를 관람하면서 눈에 띄는 책을 구입하기도 하고, 그 책을 저술하면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평소 관심 있었던 작가의 부스를 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와서 소통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독립출판 생태계에 좋은 자극이 되었다.

필자는 내면초상화를 그리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초선영 작가를 만나 보았다. <마음의 모양>과 <나 이상한가요> 등의 도서를 출간한 초선영 작가는 이번 행사에서 책 <점 이야기>와 아트포스터로 참가했다. 
내면초상화를 그리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초선영 작가와 <점 이야기> 책 ⓒ조성희
내면초상화를 그리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초선영 작가와 <점 이야기> 책 ⓒ조성희

초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하나로 다양한 국적의 3천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에게 ‘내면초상화’를 그려준 거리의 예술가다. 내면초상화를 그리게 된 계기를 물었다. 작가는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주제를 찾다가 친구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그렸다고 한다. 그러던 중 북페어 행사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하면 행사에 참여한 분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내면초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도 관람객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를 물어보며 그들의 내면초상화를 그려주었다.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 없이 바쁘게 지내온 사람들에게 작가는 그림을 통해 나 자신을 생각할 시간을 선물했다. 작가는 초상화를 선물하지만 사실 힐링은 스스로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와 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를 들여다보는 힘이 자기장처럼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행사에서도 초선영 작가는 내면초상화를 그려주며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물했다. ⓒ조성희
이번 행사에서도 초선영 작가는 내면초상화를 그려주며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물했다. ⓒ조성희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2021’는 다양한 형태, 소량으로 출판된 독립출판물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모든 것들이 책으로 출간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보여준다. 코로나19에 함께 등산을 가지 못한 아빠의 등산 일기를 모아 출간한 작가, 40년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엄마의 삶을 인터뷰한 딸의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키박 작가의 <원숭이, 도시에 살다>는 리소프린팅이라는 화려하고 신기한 기법으로 작품을 표현한 게 매력적이었다. 이 책은 낯선 곳을 두리번거리며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키박 작가는 “이 책의 원숭이를 통해 기운을 얻어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행사장 내 관람객들이 독립출판 작가와 소통하고 있는 모습 ⓒ조성희
행사장 내 관람객들이 독립출판 작가와 소통하고 있는 모습 ⓒ조성희
키박 작가의 한정판 뱃지와 작품들 ⓒ조성희
키박 작가의 한정판 뱃지와 작품들 ⓒ조성희

어디선가 타자기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준수 작가는 방문객들이 즉석에서 떠오르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그 제목으로 시를 지어 선물했다. 타자기도 오랜만에 보는 희귀한 물건인데 즉석에서 주어진 주제로 시를 지어 준다니! 무척 색다른 체험이었다. 식물연구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손작가는 <82.7>, <자음과 모음과 마음들>, <오늘, 엽서를>이라는 세 권의 독립출판물을 낸 작가다. 
손준수 작가는 타자기를 치며 즉석에서 시를 지어줬다. ⓒ조성희
손준수 작가는 타자기를 치며 즉석에서 시를 지어줬다. ⓒ조성희

‘출판사 방’ 부스에서는 매일 작가들과 함께하는 릴레이 사인회가 열렸다. 또 에코백을 기증하고, 선물 받는 에코백 파티도 진행됐다. 기증된 여러 에코백들 중 자신이 갖고 싶은 백을 사진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는 이벤트였다. 누군가는 집에 남는 처치곤란 에코백을 기증하고, 다른 누군가는 이날 구매한 독립출판물을 넣어갈 에코백을 기증받는,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작가들과 함게하는 릴레이 사인회(위)와 환경을 생각하는 기발한 에코백 파티(아래) ⓒ조성희
작가들과 함게하는 릴레이 사인회(위)와 환경을 생각하는 기발한 에코백 파티(아래) ⓒ조성희

대중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독립출판물들을 보다 가깝게 만나는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 2021’. 재미있고, 유익한 볼거리와 체험이 많았던 이번 행사는 끝났지만 작가들과 소통하며 방문객들도 다양한 창작 욕구가 샘솟고 동기부여가 됐으리라 확신한다. 앞으로도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이 서울 시민들에게 일상 속 창작을 꿈꾸게 하고 지식문화 생태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뜨거웠던 현장은 인스타그램(@publishers.tabl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민기자 조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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