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 이름 '전태일'을 기억하다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1.11.10. 13:25

수정일 2021.11.10. 13:50

조회 1,315

전태일다리 반신상부터 전태일기념관, 무료공연, 문화거리축제까지

전태일 열사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1995년 당시 20살이던 배우 홍경인이 전태일 역을 맡아 춘사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촬영상까지 휩쓸며 화제가 된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영향도 있다. 필자는 어릴 적 영화를 봤는데 당시 경험해보지 못한 노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음에도 모든 장면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었다. 
평화시장 앞 버들다리(전태일 다리)에는 전태일 반신상이 있다. ⓒ박지영
평화시장 앞 버들다리(전태일 다리)에는 전태일 반신상이 있다. ⓒ박지영

2005년, 청계천 6가 평화시장 버들다리(전태일 다리) 위 보도엔 3m 높이의 전태일 열사의 대형 반신상이 들어섰다. 이 반신상은 필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거친 시대를 헌신적으로 살아온 젊은 청년 전태일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서 2019년에는 청계천로에 ‘전태일기념관’이 들어섰고 2021년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의 분신 항거가 일어난 지 51년이 되는 날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전태일기념관과 전태일  문화거리를 찾았다.  

아름다운 청년의 꿈과 정신을 기리는 전태일기념관

전태일기념관은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중요한 기점을 마련한 전태일 열사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건립한 시설이다. 광화문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청계천을 따라 걷다보면 정면 외벽 가득 흘림체로 채워진 붉은 건물을 만나게 된다. 물길이 아닌 보도를 따라 걸어도 바닥에 적힌 노동자들의 메시지가 이어지는데, 전태일문화거리 조성에 맞춰 설치된 메시지들이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전태일기념관을 만나게 된다. 
전태일기념관 입구. 정면 외벽에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의 내용을 설치미술로 표현했다. ⓒ박지영
전태일기념관 입구. 정면 외벽에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의 내용을 설치미술로 표현했다. ⓒ박지영
노동자들의 바람을 적은 금속판을 따라 가다 보면 전태일기념관에 다다른다. ⓒ박지영
노동자들의 바람을 적은 금속판을 따라 가다 보면 전태일기념관에 다다른다. ⓒ박지영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전태일기념관 정면 외벽 글씨는 1969년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 내용이다. 예술가 임옥상이 재해석하고 건축사 윤정원과 하우건축사무소에서 설계·시공했다. 기념관 입구 기둥에 진정서의 내용을 설명판으로 별도 부착해 둬 이 앞을 지나는 시민 모두 내용을 읽어 볼 수 있다. 건물 오른쪽 벽면엔 한 손에 책을 들고 벽면에서부터 뛰어나오는 듯한 ‘어느 청년노동자의 상’이 있다. 누가 봐도 근로기준법을 손에 든 청년 전태일을 연상시킨다. 
벽면에 설치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상'. 근로기준법을 손에 든 청년 전태일을 연상시킨다. ⓒ박지영
벽면에 설치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상'. 근로기준법을 손에 든 청년 전태일을 연상시킨다. ⓒ박지영

서울노동권익센터와 공존하는 전태일기념관

전태일기념관은 총 6층으로 관람객이 전시를 구경할 수 있는 장소는 1~3층까지다. 1층 로비전시를 보고 3층으로 이동 후 2층에서 관련 서적을 보며 휴식하다 내려오면 딱 좋다. 4층은 노동 허브, 5층은 서울노동권익센터, 6층은 사무실이 자리했다. 

로비전시실에서는 현재 전태일문화거리 조성기념 시사만평전이 열리고 있다. 전태일기념관과 시사만화협회가 함께 개최하는 전시로, 국내 노동계의 현실을 알려주는 시사만평과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로비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시사만평전, 원화전시는 아니지만 노동자의 상황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전달함에는 부족함이 없다. ⓒ박지영
로비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시사만평전, 원화전시는 아니지만 노동자의 상황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전달함에는 부족함이 없다. ⓒ박지영

전시장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도 불편함이 없도록 조성해 놓았다. 층간 이동도 계단과 엘리베이터 두 가지 수단으로 가능하다. 

여러 종류의 자료도 볼 수 있는데 기념관 설명을 담은 자료는 기본이고 학술 자료, 근로기준법 등이 수록된 자료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전태일기념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자료들. 전시 해설, 인물 탐구, 학술 자료 등 범위가 다양하다. ⓒ박지영
전태일기념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자료들. 전시 해설, 인물 탐구, 학술 자료 등 범위가 다양하다. ⓒ박지영

인간 전태일을 보여주는 3층 상설전시관, 이음터

3층에는 ‘이음터’라 불리는 상설전시실과 ‘꿈터’라 불리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전태일기념관의 핵심가치인 사랑, 연대, 행동을 전시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필자가 돌아본 상설전시 ‘전태일의 꿈, 그리고’는 꽤 구성이 괜찮았다. 어린시절부터 노동운동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적절한 시각자료를 활용하고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 천천히 읽기만 해도 그의 삶이 눈 앞에 그려졌다. 
전태일을 알기 쉽도록 꾸민 상설 전시실. 짧은 인생을 불꽃 처럼 살다간 한 젊은이의 삶을 담담히 풀어냈다. ⓒ박지영
전태일을 알기 쉽도록 꾸민 상설 전시실. 짧은 인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한 젊은이의 삶을 담담히 풀어냈다. ⓒ박지영
공장 한구석에서 잠을 자는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다주느라 집에 올 때 차비가 없어 걸어왔던 전태일의 퇴근길 ⓒ박지영
공장 한구석에서 잠을 자는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다주느라 집에 올 때 차비가 없어 걸어왔던 전태일의 퇴근길 ⓒ박지영

가끔 전시회를 가면 장황한 설명에 전시 내용이 잘 와닿지 않을 때가 있는데, 전태일기념관은 사전지식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끔 잘 정리돼 있다. 특히 ‘근로 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와 같은 그의 절규는 전시를 따라가며 더 절절하게 다가올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당시의 작업환경을 보여주는 공간. 햇볕도 들지 않고 먼지가 심하게 날리며 허리를 펴기에도 비좁은 공간이었다. ⓒ박지영
당시의 작업환경을 보여주는 공간. 햇볕도 들지 않고 먼지가 심하게 날리며 허리를 펴기에도 비좁은 공간이었다. ⓒ박지영
근로기준법을 준수해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구상한 모범업체 태일피복의 사업계획을 풀어 놓은 공간이다. ⓒ박지영
근로기준법을 준수해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구상한 모범업체 태일피복의 사업계획을 풀어 놓은 공간이다. ⓒ박지영

노동운동에 헌신한 어머니를 기억하는 전시 ‘목소리’

상설전 끝은 기획전시로 이어진다. 현재 전태일의 어머니이자 노동인권운동가 이소선(1929-2011)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전태일은 숨을 거두기 전 어머니에게 자신이 못다 이룬 일을 이뤄달라 부탁했고, 어머니는 그의 뜻을 이어 청계피복노동조합을 창립해 노동운동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가 한 데 펼쳐지는 이 공간에서는 평등과 인간존중이란 메시지가 확연히 전달된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는 노동의 가치와 우리나라 노동인권이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이후 많은 개선을 이뤄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노동계의 고충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도 만들어 준다. 15인의 이야기와 사진, 사료가 함께 있어 당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10주기 특별 기획전이 같은 층에서  열리고 있다. ⓒ박지영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10주기 특별 기획전이 같은 층에서 열리고 있다. ⓒ박지영

기획전에는 인상 깊은 설치작품 2점이 있다. 매 정각에 시작해 10분정도 작동하는 작가 오민수의 ‘철과 피’는 노동현장을 보여주는 설치 미술로 현장에서 채취된 소리가 함께 나온다. 작가 신민의 종이 조각 군상 ‘우리들’은 노동자의 현실과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획전에 출품된 신민 작가의 '우리들'은 고단한 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박지영
기획전에 출품된 신민 작가의 '우리들'은 고단한 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박지영
오민수 작가의 '철과 피'는 매 정각에 움직이는 설치예술이다. ⓒ박지영
오민수 작가의 '철과 피'는 매 정각에 움직이는 설치예술이다. ⓒ박지영

원래 전태일기념관에서는 전시해설이 진행되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별도의 설명 없이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또, 전시를 다 본 후 관람객 설문 조사에 참여하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 교육자료집’과 기념 노트를 준다. 

노동운동과 관련된 공연을 무료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태일기념관에서는 노동운동과 관련된 공연을 볼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공연은 2층 울림터에서 진행된다. 이 곳은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장소의 기능도 한다. 필자는 얼마 전 이곳에서 2021 전태일기념관 공연예술지원 선정작인 연극 ‘파란 풍선-아라발 3부작’을 관람했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이후에 확정문자가 온다. 

공상집단 뚱딴지의 ‘파란 풍선- 아라발 3부작’은 ‘미궁’, ‘사형수의 자전거’, ‘게르니까’로, 나약하고 힘이 없는 존재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등장하는 연극이었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전태일이 생각나 보는 내내 먹먹해졌다. 특히 10명 정도의 관객을 두고 100분을 열연한 배우들의 수고가 눈에 보였고 한동안 코로나로 쉽지 않았던 대면 공연을 이곳에서 마주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이 공연은 끝났지만 주기적으로 무료 공연이 진행되니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보자. 

11월 11일~13일 '제1회 전태일문화거리축제' 열려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1회 전태일 문화거리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 세운광장과 전태일기념관 등지에서 문화제, 버스킹공연, 시민참여마당, 시사만평전시, 영상으로 만나는 노동미술 등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제 1회 전태일문화거리축제 포스터, 노동의 숭고함을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준비돼 있다. ⓒ박지영
제 1회 전태일문화거리축제 포스터, 노동의 숭고함을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준비돼 있다. ⓒ박지영

우리는 모두 사회 구성원으로서 크고 작은 노동의 하루를 살고 있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실 사회엔 개선이 필요한 노동 환경 이슈가 많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거리두기 개편에 따라 전태일기념관 전시 관람은 사전예약 없이 가능하다. 시간을 내어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해 전시와 공연도 보고, 우리 사회 노동 환경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전태일기념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05
○ 운영시간 : 10:00 ~ 18:00(동절기 17:30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 홈페이지 : https://www.taeil.org/
○ 입장료 : 무료
○ 문의 : 02-318-0903~4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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