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철도 생긴다면, 출발역 어디가 좋을까?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1.10.12. 16:50

수정일 2021.10.19. 11:24

조회 10,109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99) 국제물류도시로 도약하려면 대륙철도 연결 계획해야...
한우진 시민기자
한반도와 열차 모형. 국제물류가 폭증하는 요즘, 대륙철도 연결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뉴스1
한반도와 열차 모형. 국제물류가 폭증하는 요즘, 대륙철도 연결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뉴스1

시발(始發)역이란 열차가 처음으로 출발하는 역을 말한다. 어감이 좋지 않다보니 요즘은 그냥 출발역이라는 말도 많이 쓰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분명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철도 노선에서 열차가 여러 역에 섰다가 다시 출발한다면 그 역들은 모두 출발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발역은 맨 처음에 출발한 역 하나뿐이다.

한편 남북철도, 대륙철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역이 어디가 될 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물론 남북통일이 언제 이루어질지, 당장 통일은 안 되더라도 일단 철도가 이어지기는 할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사실상 섬나라 신세를 벗어나 육로를 통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는 점은 모두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대륙철도 방면으로는 별도의 열차가 운행될 것이다. 아울러 국경에서 내렸다 타지 않는다면 열차를 처음 탈 때 출입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 즉 국제선 항공기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이런 관점에서 국제열차는 탈 때부터 수속을 밟아서 탄다. 유로스타의 영국 시발역인 세인트 판크라스역이나 홍콩에 있는 중국행 고속철도 역인 서구룡역이 그러하다.
홍콩의 대륙 방면 고속철도 출발역인 서구룡역 ⓒMTR
홍콩의 대륙 방면 고속철도 출발역인 서구룡역 ⓒMTR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북한과 중국, 유라시아 방면 열차가 운행된다면 그 열차의 시발역은 어디가 될까? 현재 정해진 것은 없지만, 몇 가지 원칙은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로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륙열차는 당연히 북쪽으로 가므로 국토의 북쪽에서 출발하는 게 자연스럽다. 국제열차는 탑승수속이 필요하므로 국내선용으로는 탈 수 없다. 국토 남쪽에서 출발하여 북쪽으로 간다면 문제가 많다. 서울을 무정차 통과할 경우, 인구가 많은 서울 주민들이 남쪽의 시발역까지 갔다가 북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이다. 서울에서 중간 정차를 한다고 해도 남쪽 시발역부터 서울까지의 구간은 수요가 적어서 열차 안이 비게 될 것이다. 선로 용량 낭비가 된다.

둘째로 주변에 공간이 많아야 한다. 대륙철도 시발역이 되면 국제선 취급 시설이 필요하다. 국제공항에서 볼 수 있는 세관, 출입국관리, 검역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다가 신규 철도역사, 환승센터, 주차장, 상업시설, 공공시설, 문화시설 등이 함께 들어와야 하는데 모두 땅이 필요하다. 기존에 땅이 없으면 확보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마지막으로 연계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국제철도 시발역이라면, 도시철도, 광역철도, 일반·고속철도가 균형 있게 연결되어야 하며, 자동차를 위한 도로도 있어야 한다. 고속도로가 가까우면 더 좋다. 또한 국제교통 간의 연결을 위해 국제공항도 가까워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 시내의 대륙철도 출발역은 2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수색역과 서울역이다.
서울역 전경 ⓒ서울시 SMap
서울역 전경 ⓒ서울시 SMap

현재 서울시내의 철도 시발역은 방면별로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경부·호남선 방면인 서울역·용산역과 동부 방면의 청량리역, 동남부 방면의 수서역이 그것이다. 이는 아까 설명한 대로, 효율적인 운행을 위해서는 열차가 향하는 쪽에 역을 두는 게 좋기 때문이다. 다만 청량리역의 경우 강릉행 KTX열차가 서울역까지 들어오고 있는데 이는 도심 깊숙이 들어올 수 있는 철도의 장점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어쨌든 대륙철도는 경의선을 따라 서울시의 북서부 방면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러면 선택지는 서울역과 수색역이 남는다. 두 역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서울역은 역사가 길고, 전통이 있으며, 도심에서 가깝다. 국내선 고속철도를 바로 갈아타기에도 편리하다. 지하철 1-4호선이 있고, 버스도 많으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지나갈 예정이라 연계교통은 최상이다. 주위에 문화시설이나 상업시설도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수색역 전경 ⓒ서울시 SMap
수색역 전경 ⓒ서울시 SMap

반면 수색역은 부지가 넓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수색역에는 철도차량기지가 있으며 이를 재개발하면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부지가 넓으면 화물도 취급할 수 있고, 향후 수요 증가에도 대응하기 쉬워진다. 6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가서 연계교통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공항철도를 통해 김포공항-인천공항과 빠르게 연결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서울역은 현재 기준에서 입지가 좋고, 수색역은 장래에 유망하다고 할 수 있다. 당장 효과를 얻으려면 서울역이 유리하고, 향후의 확장 가능성이나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수색역이 적절할 것이다. 배후 지구로는 서울역의 4대문 도심과 수색역의 디지털미디어시티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두 역 모두 역세권 개발 계획이 잡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사업 ⓒ서울시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사업 ⓒ서울시
수색역 역세권개발사업 ⓒ서울시
수색역 역세권개발사업 ⓒ서울시

현재 대륙철도 출발역 계획은 정부 차원에서 구체화된 것이 없고, 각 지자체 단위에서 유치 활동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특히 광명이나 부산 등 남쪽에 있는 지자체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가깝다고 서울이 안심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외국에 오가는 사람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물류는 폭증하여 세계 공급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대륙철도 연결을 차근히 준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국제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외국행 비행기를 타듯이, 서울 시내 안에 있는 가까운 대륙철도 시발역에서 수속을 밟아 외국행 열차를 타는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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