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처럼 편히 지낼 수 있도록…시립노인요양센터에 '치매전담실' 설치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09.30. 15:49

수정일 2021.09.30. 18:37

조회 4,687

서울시,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와 시립서부노인요양센터 두 곳에 적용
어르신이 거주지를 바꾸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서울형 치매전담실은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뒀어요

얼마 전 부모님은 긴 연휴에 드라이브 겸 이곳 저곳 요양원 근처를 둘러보셨다고 했다. “아직 먼 이야기 아니냐” 말하는 필자에게 부모님은 “이미 주변 친구들도 알아보고 있더라”고 하셨다.  
 
몇 년 전까지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할머니가 머물던 요양원을 찾았었다. 할머니가 요양원에서 보낸 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던 터라 가족에게 요양원은 그다지 낯선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온종일 생활하는 곳인 만큼 얼마나 쾌적한지 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젊은 사람도 집 떠나면 적응이 어려운데 신체적 변화를 겪는 어르신이야 당연할 수밖에.
시립노인요양센터의 파티션을 없애고 홈오피스 형태로 개선한 간호스테이션
시립노인요양센터의 파티션을 없애고 홈오피스 형태로 개선한 간호스테이션 ⓒ서울시

그런 즈음 서울시에서 어르신 노인요양시설에 집처럼 편한 ‘치매전담실’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을 개발해,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와 시립서부노인요양센터 두 곳에 설치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8월말부터 운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치매전담실’은 기존 요양시설보다 더 넓은 1인당 생활공간과 공동거실을 갖추고, 전문요양인력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치매어르신들의 전용 생활공간이다.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은 공동거실, 생활실, 옥외공간 등을 최대한 집과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해 어르신들이 서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단다. 
밥 짓기, 국 데우기 같은 간단한 식사준비가 가능한 간이주방
밥 짓기, 국 데우기 같은 간단한 식사준비가 가능한 간이주방 ⓒ서울시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와 시립서부노인요양센터는 평소에는 예약을 통한 방문이나 견학을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어르신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출입 제한을 두고 있다. 직접 방문하는 대신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 사업을 함께한 서울시 김희정 주무관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공동거실'은 접근이 수월하도록 중앙에 배치하고, 한켠에 간이주방을 배치했는데, 식사 때마다 밥 냄새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후각을 자극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어르신들 방문 앞에는 집과 같은 문패가 부착돼 있다. 어르신들 사진과 이름이 적혀 있는데 ‘미소가 아름다운 37년 생 이00’, ‘배려심이 깊은 42년생 김00’처럼 친근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또한 생활실마다 손잡이 색깔을 달리해 어르신들이 혼자서도 자신의 공간을 찾아가기 쉽게 했다. 거실, 가족실, 생활실, 화장실 등 치매전담실 내 모든 공간 곳곳에 수평바를 설치해 부상의 위험을 줄였다. 어르신별로 치매고위험, 당뇨 등 평소 질환에 따라 색으로 구분해놓은 응급상황 대응 표식도 시선을 끈다.
응급상황 대응 표식, 왼쪽부터 침상 고리용, 휠체어용, 직관적이고 입체적인 화장실 사인 등
응급상황 대응 표식, 왼쪽부터 침상 고리용, 휠체어용, 직관적이고 입체적인 화장실 사인 등 ⓒ서울시

“어르신이 거주지를 바꾸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특히 시설로 이전하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죠. 서울형 치매전담실은 기존 관리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집’과 같은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고 개발했어요.” 김희정 주무관은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이 추진된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르신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는 생활실 문패 ⓒ서울시
어르신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는 생활실 문패 ⓒ서울시

‘서울형 치매전담실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무엇이었을까. 담당자는 어르신이 기존 생활하시던 ‘집’과 같은 공간이 되고 동시에 요양보호사 및 복지사, 간호사분들에게도 효율적인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물론 집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휠체어 저장 공간 등은 현장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의견과 효율성을 반영해 만들었다. 
병원과 같은 사인디자인이 부착된 공동거실 전과 후 모습
병원과 같은 사인디자인이 부착된 공동거실 전과 후 모습 ⓒ서울시

담당자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공간은 ‘공동거실’이라고 했다. 보통 기존 요양센터의 거실 공간은 일률적으로 티비를 시청하는 단편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그룹별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티비 시청 외에도 어르신들 각자 테이블에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새롭게 바뀐 공동거실에서는 각자 테이블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새롭게 바뀐 공동거실에서는 각자 테이블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서울시

가족실도 마련했다. 어르신이 입속 직후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준비한 공간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가족들이 면회를 왔을 때 가족들과 함께 묵을 수 있는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집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가족실
집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가족실 ⓒ서울시

지난 8월 완공 이후 어르신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아직은 모든 어르신이 입주하신 상황은 아니고, 순차적으로 치매전담실에 입주하며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현장에서 ‘생활실 문패’에 대해 요양보호사분들도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또 ‘어르신 분석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사설 장기요양시설에서도 요청하실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어르신 분석지는 어르신 입소할 때 적는 신청서다. 질병 및 기본 인적사항을 적는 신청서가 아니라, 어르신들의 취향과 살아오신 인생을 관리자들도 알 수 있도록 세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어르신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자료로 도움이 된다. 
병원 느낌의 기존 공간에서 집처럼 편안하게 변화된 간호스테이션과 복도 모습
병원 느낌의 기존 공간에서 집처럼 편안하게 변화된 간호스테이션과 복도 모습 ⓒ서울시

치매전담실 디자인 개발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나는 일을 물었다. 김희정 주무관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장기간 면회가 어려운 ‘코로나 생이별’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에 별도로 ‘가족의 거실’을 제안해 편안한 비대면 면회공간으로 잘활용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지난 봄 완공한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비대면 면회 전용공간 '가족의 거실'
서울시가 지난 봄 완공한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비대면 면회 전용공간 '가족의 거실' ⓒ서울시

앞으로 치매어르신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특성을 맞춤형으로 고려한 ‘서울형 디자인’은 공공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 가족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환경 개선을 넘어 개인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특화디자인 등 다양한 시도로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서울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서울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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