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교육이란 이런 것! 숙명여자고등학교에 가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9.28. 14:37

수정일 2021.09.28. 17:45

조회 2,799

코로나19로 인해 전교생의 3분의 2만 등교한 지 어느덧 일 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쉬는 시간에 웃고 떠드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가득했을 교정이 지금은 고요한 적막감이 깔려 있다. 교실에서든 복도에서든 학생들은 삼삼오오 무리 지어 있을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학교라고 예외일 순 없는 법. 그런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수업이 있다. 메이커수업이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윤혜숙

상상을 설계하고 꿈을 키우는 ‘메이커교육’ 현장

4교시를 알리는 시작종이 울리자 2학년 12반 학생들이 메이커 스페이스로 모여든다. 목공소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장비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작업실이다. 학생들은 2개의 조로 나뉘어서 한 조는 메이커 스페이스에 남고, 다른 조는 교실 밖을 나와서 숲속 교실로 향한다. 길쭉한 나무들 사이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답답한 교실에서 해방된 학생들의 표정이 신이나 보인다. 2, 3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의 작업에 몰두한다. 나무로 만든 책꽂이의 거친 면에 부지런히 사포질을 한다. 
오동원 교사가 나무판을 잇대어 못질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오동원 교사가 나무판을 잇대어 못질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메이커 스페이스 탁자 위에는 최종 완성품인 스마트 책꽂이가 놓여있다. 메이커교육을 담당하는 오동원 교사가 시범으로 나무판을 잇대어서 못질을 한다. 그 모습을 학생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어서 학생들도 각자의 나무판에 대고 못질을 한다. 그동안 못질 한번 해 본 적이 없는 여린 학생들이 가냘픈 손으로 못을 잡고 못질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서툴러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못질을 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내가 다 해주면 재미없겠지? 힘들어도 너희가 직접 체험해보는 거야”라고 응원한다. 
학교 안 잣나무 숲속에 원목 테이블을 설치해 ‘숲속 메이커교실’을 열었다.
학교 안 잣나무 숲속에 원목 테이블을 설치해 ‘숲속 메이커교실’을 열었다. ⓒ윤혜숙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가만히 교실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면서 “메이커교육을 통해 진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교과서에 들어 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
숲속 메이커교실에서 학생들이 나무판에 사포질을 하고 있다.
숲속 메이커교실에서 학생들이 나무판에 사포질을 하고 있다. ⓒ윤혜숙

메이커수업에 참여한 윤혜빈 학생은 “평소에 하지 않는 것을 하니까 신기하다. 지금은 스마트 책꽂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사포질이 가장 힘들다. 아무리 사포질로 다듬어도 계속 미세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이지윤 학생은 “메이커수업에 참가해서 여러 작품을 직접 제작해보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다”면서 “장래 희망은 의학인데 3D프린터로 장기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유승원 학생은 “수업에 참가해 목공을 하면서 직접 목재를 만져보니까 건축학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메이커교육이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메이커교육이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혜숙

학생들은 교사가 시범을 보여주고 작업 도중에도 바로 그 자리에서 교사에게 도움을 얻을 수 있어 딱히 어려운 점은 없다고 했다. 다만 담당교사가 한 명이라 학생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고, 코로나19로 격주 등교를 해 더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얘기했다.  
메이커스 페이스에서 학생이 나무판에 못질을 하고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학생이 나무판에 못질을 하고 있다. ⓒ윤혜숙

메이커수업, 창의력 키워주는 STEAM 교육이 기반!

학교를 졸업한 뒤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의 습득에만 머물지 않는다.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STEAM 교육’이 대두되고 있다. 

STEAM 교육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s)·수학(mathematics) 이론이 통합된 것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력과 실생활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융합인재교육이다. 이러한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메이커교육이 학교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서울형 메이커교육 모델학교로 선정된 숙명여고는 2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주 1회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서울형 메이커교육 모델학교로 선정된 숙명여고는 2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주 1회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윤혜숙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 11월 ‘서울형 메이커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5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메이커 교육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년 초·중·고교 각 100곳씩 3D프린터와 3D펜을 지원하고, 또 드론과 로봇·VR·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창작활동이 가능한 메이커 스페이스 거점센터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이중 숙명여고는 서울형 메이커교육 모델학교로 선정됐다. 동아리 활동으로 한정되어 있던 메이커교육이 교과과정으로 도입돼 현재 2학년 전체가 수강하고 있다. 격주로 등교하기 때문에 등교 주간에 실습으로, 원격 주간에 이론으로 매주 1회 메이커교육을 받고 있다. 이번 주제는 ‘스마트 책꽂이 만들기’로 3차에 걸쳐 재료를 조립하고 사포질, 광칠로 완성했다. 학생들에겐 공들여 만든 작품은 소장할 수 있어 더욱 보람 있는 수업이다.
3주에 걸쳐 완성한 '스마트 책꽂이'는 다리를 부착해 각도를 주어 책을 꽂고 뺄 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준다.
3주에 걸쳐 완성한 '스마트 책꽂이'는 다리를 부착해 각도를 주어 책을 꽂고 뺄 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준다. ⓒ윤혜숙

오동원 교사는 “정형화된 교실 수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메이커교육이 학생들에게 활력소가 되고 있다”면서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 살아가면서 오히려 이런 교육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대부분을 학창 시절에 배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서 실기 위주의 교육이 도외시되고 있다. 어쩌면 상상을 설계하고 꿈을 실현하는 메이커교육이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서울형 메이커교육 모범학교의 행보를 주목하게 된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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