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돌담길 '서순라길' 따라 호젓한 가을산책 어때요?

시민기자 이봉덕

발행일 2021.09.16. 15:10

수정일 2021.09.16. 10:47

조회 12,238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스탬프 투어’ 10월까지 운영
옛 정취가 가득한 종묘 돌담길을 따라 호젓한 가을산책을 떠나보자.
옛 정취가 가득한 종묘 돌담길을 따라 호젓한 가을산책을 떠나보자. ⓒ이봉덕

가을 바람이 분다. 뜨거운 여름과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집콕 생활이 힘들어서일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외출이 꺼려지는 요즘, 도심 한복판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호젓한 가을 산책으로 몸과 마음을 다독여보는 건 어떨까. 

집콕 생활로 지쳐있는 시민들을 위해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걷기 캠페인이 펼쳐진다. 서울에는 차량 통행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보행로를 확보한 '차 없는 거리' 142개가 있다. 시는 그 중에서 걷기 좋은 11개 거리를 선정해 GPS 기반의 모바일 앱 ‘서울시 차 없는 거리’를 통해 9월부터 스탬프 투어 미션을 펼치고 있다.  투어는 10월 31일까지 9주간 진행된다.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스탬프 투어 안내 화면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스탬프 투어 안내 화면 ⓒ서울시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앱을 켜면 스탬프 투어 미션의 위치 및 운영 시간, 길 찾기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앱 접속 후 내 위치 정보를 켜면, 내 주변의 '차 없는 거리'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스탬프 투어 미션'은 각 장소별로 사진을 찍기나 퀴즈 풀기 형식으로 주어지며, 차 없는 거리의 운영 시간에 방문하면 스탬프 투어 미션 버튼이 활성화된다.  
돌담장 너머로 종묘의 울창한 숲이 보인다.
돌담장 너머로 종묘의 울창한 숲이 보인다. ⓒ이봉덕

걷기 좋게 정비한 '서순라길', 역사의 운치까지 더해져...

동묘 돌담길 따라 이어지는 자그마한 골목길 ‘서순라길’을 찾았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길이다. '서순라길'은 조선시대 도성 안팎의 치안을 담당하던 순라군들이 순찰을 돌았던 종묘 서쪽 골목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은 일본강점기 이후 왕실 권위를 상징하는 종묘 옆 판자촌이 들어섰던 곳이다. 담장 너머에는 조선왕조 때 임금의 위패를 모시는 약 20만㎡ 넓이의 거대한 녹지공간 종묘가 위치하고 있다. 
서순라길은 종묘 정문에서 서쪽 돌담길을 따라 형성되었다.
서순라길은 종묘 정문에서 서쪽 돌담길을 따라 형성되었다. ⓒ카카오맵

종묘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995년, 서울시는 서순라길 조성에 나섰다. 종묘 왼쪽 돌담길을 따라 창덕궁과 창경궁을 향해 북쪽으로 이어지는 약 800m의 거리에 조성된 이 길은 지난해 정비공사를 마무리했다. 사실 이 길은 종묘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옛길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었지만, 보도 단절, 불법 주·정차, 적치물 등으로 걷기 불편한 거리였다. 이에 시는 차량이 점령했던 차도는 확 줄이고 보도 폭은 3m로 두 배로 넓히고 돌 포장 보행길을 만들어 종묘 돌담장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돌담길로 만들었다. 
담장 너머 울창한 숲과 돌담길을 따라 형성된 서순라길
담장 너머 울창한 숲과 돌담길을 따라 형성된 서순라길 ⓒ이봉덕

서순라길은 주변 한옥과 길을 정비한 후, 전통문화와 귀금속 특화 거리로 단장되었다. 한옥 카페와 찻집, 레스토랑, 주얼리 공방과 가게가 속속 들어서자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기 시작했다. 

가을 바람이 살랑대는 주말 오후 종묘 돌담길을 따라 호젓이 걸었다. 사람과 차들로 북적거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서순라길로 접어드니 높은 돌담장 너머로 종묘의 울창한 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숲을 감싸는 고즈넉한 돌담장과 한적하고 널따란 돌 보행길이 이어졌다. 차가 없는 거리, 오롯이 사람을 위한 길이었다. 
돌담길 카페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
돌담길 카페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 ⓒ이봉덕

서순라길은 종묘 돌담장과 돌보행길, 새소리에 바람소리까지 들리는 한적한 길이다. 고요한 산책길,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가 돌담에 부딪쳐 메아리치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선율이 걷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멀리 하늘로 퍼져나가고, 평화로운 거리에서 친구와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듯했다. 친구와 연인, 가족이 함께 걷기에 좋은 길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만 같은 고즈넉한 한옥 찻집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만 같은 고즈넉한 한옥 찻집 ⓒ이봉덕

고즈넉한 한옥 카페에 앉아 담장 너머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차 한잔을 마셨다. 열린 창문을 통해 드나드는 바람결이 감미로웠다. 가을 바람에 숲이 흔들리고 숲을 지나온 그 바람은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부산한 마음을 내려놓고 비움을 경험하는 공간에선 시간마저 더디게 흘러갔다.
서순라길 카페, 커피나 와인 등을 마시며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서순라길 감성 카페, 커피나 와인 등을 마시며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이봉덕
오래된 골목길엔 정겨운 식당들이 모여있다.
오래된 골목길엔 정겨운 식당들이 모여있다. ⓒ이봉덕

서순라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한옥이 들어선 골목들이 이어진다. 무심히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고,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누리기에 좋다. 허기를 달래며 한숨 돌리고 싶을 때면 나홀로 조용히 찾아와 힐링의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서순라길 담장이 보이는 ​갤러리와 카페
서순라길 담장이 보이는 ​갤러리와 카페 ⓒ이봉덕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순라길', K-공예 거리로 변신 중

옛 정취 가득한 종묘 돌담을 따라 쭉 뻗은 서순라길에는 원주민인 작은 공장들과 오래되어 정겨운 점포들이 모여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선 감성 카페와 식당, 아기자기한 주얼리 가게와 공방이 줄지어 문을 열며 과거와 현재가 한 자리에서 어우러진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 '스페이스 42'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 '스페이스 42' 전경 ⓒ이봉덕

이곳은 최근 '공예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텅텅 비어있던 골목을 금속, 자수, 규방 공예가와 소상공인들이 채우며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서순라길을 '공예특화거리'로 조성하고, 보석 및 금속 공예가들을 지원하는 '서울주얼리지원센터' 두 곳의 문을 열었다.

이밖에 서순라길에는 한국황실문화갤러리, 한국색동박물관 등도 자리하고 있다. 종묘, 창덕궁, 창경궁 등 서울의 대표적인 유적지와 인사동, 익선동, 대학로 등 번화가와 인접해 있어 오랜 전통문화를 느끼기 좋다.  
전통문화를 알리는 공예전문 갤러리, 한국황실문화갤러리
전통문화를 알리는 공예전문 갤러리, 한국황실문화갤러리 ⓒ이봉덕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인도가 넓어지고 깨끗하게 단장되면서 동네의 조용하고 한가로운 정취는 더욱 깊어졌다. 옛 모습을 묵묵히 지켜오며 천천히 변화 중인 서순라길을 찾아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스탬프 투어'도 참여하고 모처럼의 여유도 느껴보면 좋겠다. 

■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스탬프 투어

○ 기간: 2021. 9. 1.(수) ~ 10. 31.(일) 약 9주간
○ 장소: 덕수궁길, 청계천로, 감고당길, 서순라길, 연세로, 우장산공원길, 영등포7가, 갈산공원길, 마들로, 우이천길, 서울풍물시장길 등 11개소
○ 참여방법: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앱 설치 후 회원가입, 11개의 차 없는 거리 운영 시간에 방문해 앱을 실행하고 미션 참여하기 버튼 누른 후 미션 수행
○ 경품지급: 미션 성공 스탬프를 받은 참가자 중 매주 50명 추첨(총 450명)
서울시 차 없는 거리 홈페이지
○ 서울시 차 없는 거리 앱 다운로드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시민기자 이봉덕

특별시 서울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