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 산책이 즐거운 이유, 동네정원 덕분이야~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8.27. 12:03

수정일 2021.08.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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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동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크고 작은 동네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윤혜숙
중림동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크고 작은 동네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윤혜숙

중림동을 지나다가 건물 옆에 있는 화단을 보았다. 화단에 옹기종기 심어진 식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듯 크고 작은 다양한 식물들이 오밀조밀 모여서 조화로웠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동네정원(전문가 초청)’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전문가를 초청해서 꾸민 동네정원이라는 뜻이다. ‘동네정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았다. ‘정원’이라고 하면 나무와 꽃들이 화려하게 꾸며진 넓은 공간이 연상되는데, 정원에 ‘동네’라는 수식어구가 붙으니 화려할 것만 같은 정원이 소박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중림동 곳곳에 크고 작은 규모의 동네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중림동 일대를 걷는 동안 두 눈이 즐겁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동네정원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건물 모퉁이에 마련된 동네정원 ‘꽃과 새와 아이들’이 있다.
건물 모퉁이에 마련된 동네정원 ‘꽃과 새와 아이들’ ⓒ윤혜숙

학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 입구의 구석진 곳에도 동네정원이 있었다. 동네정원에는 각기 다른 주제가 있다. 주제에 맞춰 동네정원사들이 고심해서 지은 이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은 ‘꽃과 새와 아이들’이다. 꽃이 피어 있으면 꽃을 찾아 새들이 날아오고, 거기에 아이들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풍경이다. 잠시 정원을 바라보며 머물러 있는데 자꾸만 아이들이 건물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건물을 드나드는 아이들의 눈에 동네정원은 어떤 모습으로 보이냐고 물었다. “예전엔 없었는데 꽃이 피니깐 보기 좋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린아이들의 눈에도 정원에 핀 꽃들이 좋아 보이는 것 같다.
건물 담벼락을 따라 동네정원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있다.
건물 담벼락을 따라 동네정원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있다. ⓒ윤혜숙

중림동 대로변을 따라서 걷다가 또 다른 동네정원을 만났다. 건물의 담벼락을 따라서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정원의 이름은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다. 필자처럼 동네를 산책 삼아 천천히 거니는 사람들이라면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발걸음이 멈춘다. 그리고 손에 든 휴대전화로 정원 풍경을 담아낸 사진을 촬영한다. 정원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는 “아름다운 꽃이 있는 정원에서 사진을 찍어보라”라는 안내가 있다. 
커피점 앞쪽 공터에도 동네정원 ‘Wel Calming Garden’이 있다.
커피점 앞쪽 공터에도 동네정원 ‘Wel Calming Garden’이 있다. ⓒ윤혜숙

커피점 앞을 지나다가 보니 커피점 입구에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하다. ‘혹시 여기도 정원일까?’ 싶었는데, 필자의 예측이 맞았다. ‘Wel Calming Garden’이다. ‘Welcome(환영한다)’과 ‘Calming(고요하다)’라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중림동은 남대문이나 서울역에서 염천교를 지나면 나오는 동네다. 염천교 사거리에서 중림동 쪽으로 건널목을 건너니 커피점이 있다. 커피점이 안쪽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앞은 행인들이 오가느라 넉넉하지 않은 공간이다. 그래서 비좁은 공간을 살려서 수직으로 정원을 조성했다. 수직정원은 비좁은 공간을 활용해서 정원을 꾸미는 하나의 방법이다.  
중림동 동네정원사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
중림동 동네정원사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

중림동 일대에 16개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원을 조성하면서 총 18명의 주민과 총 1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서울시에서 주민으로 구성된 동네정원사를 모집하여 교육실습 후 정원 전문가들과 함께 동네정원을 조성했다. 지난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중림동의 동네정원을 함께 선보였다. 

동네정원을 꾸민 동네정원사는 체계적인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정원 디자인·조성·관리하는 노하우를 배운다. 그리고 정원 디자인의 기초를 익혀서 동네정원 코디네이터와 함께 중림동 10개소의 동네정원을 함께 디자인하고 조성했다. 지금은 동네정원을 내 집처럼 가꿀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면서 동네정원을 돌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정원사 교육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정원사 교육은 기본 이론교육, 식물군 교육, 실습 순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에 조별로 중림동 일대에서 관리가 가능한 정원지를 물색하고, 거기에 심을 식물군을 선정한 뒤 정원을 디자인했다. 이때 전문가와 답사하면서 동네정원을 어떻게 디자인하는 게 좋을지 함께 의견을 모았다. 
김소리 정원사가 자신이 꾸민 정원의 식물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김소리 정원사가 자신이 꾸민 정원의 식물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윤혜숙

김소리 정원사를 포함한 정원사들이 올해 4월에 집중교육을 받고 농원을 답사한 뒤 5월에 정원 만들기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김소리 정원사가 속한 팀이 커피점 앞 공터에 동네정원을 조성했다. 김 정원사는 “식물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시각적으로 녹색이 안정감을 준다”라면서 “도시의 식물은 산소와도 같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니까 식물의 존재가 필수적이다”라고 정원의 필요성을 예찬한다.  

‘Wel Calming Garden’을 조성하는 데 참여한 김소리 정원사는 어릴 때부터 정원 가꾸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택에 거주할 때 주택 근처에 근린공원이 있어서 여러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최근에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예전에 키우던 식물들을 가져올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러다 주민센터에서 동네정원사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지원했다. 동네정원을 꾸미고 식물들을 돌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겠단 생각이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에 중림동 동네정원이 소개되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에 중림동 동네정원이 소개되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지난 5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동네정원을 조성하면서 중림동 일대에 그동안 없던 정원이 많이 생겨났다. 동네정원을 조성하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그래서 정원마다 정원을 꾸민 정원사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정원사들이 수시로 정원에 들러서 정원의 식물들을 살펴보고 물도 준다. 정원사의 손길이 닿으니 정원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정원사여서 가능한 일이다. 

김 정원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원이 더 아름다워진다. 거기엔 정원사들의 노력이 있다. 정원을 꾸며놓고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물들이 메말라서 시들어버리고 정원이 버려진 땅이 된다”라고 말한다. 김 정원사도 매일 출퇴근길에 자신이 꾸민 동네정원에 들르고 있다. 

중림동처럼 동네 곳곳의 버려진 공터마다 정원이 생긴다면 삭막한 도시가 생동감 넘치게 바뀔 것이다. 중림동을 산책하는 즐거움이 동네정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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