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에도 책 나눔의 감동은 계속된다! '한 평 책방'

시민기자 정지영

발행일 2021.07.28. 14:45

수정일 2021.07.28. 17:08

조회 2,197

서울도서관에서 '한 평 책방' 온라인으로 헌책을 판매·교환하는 행사를 열었다.
서울도서관에서 '한 평 책방' 온라인으로 헌책을 판매·교환하는 행사를 열었다. ⓒ서울도서관

새로운 책 읽기에 참여해 보고 싶다면 도서관 행사에 문을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 서울도서관에서는 ‘한 평 책방’을 2013년부터 개최해 오고 있다. 책의 감동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는 장이다. 시민들이 부스를 배정받아 자신만의 헌책방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행사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헌책 공유 시장으로 행사가 전환됐지만, 여전히 그 열기가 뜨겁다. 필자도 행사에 참가해 봤다. 
한 평 책방 포스터(왼쪽)와 한 평 책방 판매·교환 조기 마감 안내
한 평 책방 포스터(왼쪽)와 한 평 책방 판매·교환 조기 마감 안내 ⓒ서울도서관

뜨거운 참여 열기, 판매자 대신 구매자로 참여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9일까지 구글 폼을 통한 ‘헌책팔기&교환하기’ 신청이 진행됐다. 책을 무상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으로 교환을 하거나 책 한 권 당 5,000원에 판매할 수 있었다. 

등록 시작일로부터 며칠이나 지났을까. 팔거나 교환할 책들을 고르며 '아직 기간이 여유가 있으니 슬슬 신청하면 되겠지' 하며 늦장을 부렸다. 그러다 필자가 신청 폼을 클릭했을 때는 이미 구매자 등록 마감 안내가 떴다. 오픈 첫날부터 많은 관심이 이어져, 최대한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권수도 최소 1권에서 최대 3권으로 조정했음에도 6월이 되기 전 신청이 마감된 것이다. 서울 시민들의 문화적 나눔 욕구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았다. 
북튜버 '겨울서점'도 특별 판매자로 '한 평 헌책'에 참여했다
북튜버 '겨울서점'도 특별 판매자로 '한 평 헌책'에 참여했다 ⓒ겨울서점 유튜브 채널

테마별 블라인드 북, 예약 구매의 설렘 더하기

이번 판매에는 일반 시민만 참여한 게 아니다. 유튜브 실버 버튼을 받은 북튜버 '겨울서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작가 정문정,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작가 '새벽세시' 등이 특별 판매자로 함께했다. 이 중 북튜버 '겨울서점'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번 기회에 우리의 책을 함께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외에도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15개 책방과 독립서점 5곳 등 참여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총 300권의 책이 모여,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모아진 책은 검수를 거친 다음, 테마별 블라인드 북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이번 테마는 '읽으면 OO해지는 책'으로, 구매자는 '뭉클', '잔잔', '흠칫', '똑똑'의 4가지 키워드 중에 끌리는 테마의 책을 구매할 수 있었다. 사전 예약 기간인 6월 17일부터 30일 사이에 이후북스 사이트에서 구매를 마치면 7월 중에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자도 이번에는 빠른 구매를 마쳤다. 
'한 평 책방'의 귀여운 굿즈들, 독서에 필요한 알찬 구성이었다.
'한 평 책방'의 귀여운 굿즈들, 독서에 필요한 알찬 구성이었다. ⓒ정지영

필자는 '읽으면 잔잔해지는 책'을 주문했다. '잔잔함'은 즐거움, 감동, 신비, 슬픔과는 조금 다르다. 잔잔함이 가져다 주는 평온이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기에선 좀처럼 얻기 힘든 감정이라 생각했다. 생동감을 전하는 영상 미디어와 달리, 독서야말로 잔잔함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매체가 아닐까. 

구매자들에겐 ‘한 평 책방’의 굿즈도 제공됐다. 책갈피 3종, 엽서 3종, 스티커 5종 등 책을 읽으면서 사용하기에 좋은 구성이었다. 많은 판매자들이 책 속에 구매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긴 것처럼, 구매자도 굿즈에 마음에 드는 글귀를 적어 나누면 좋겠다.
온라인 '한 평 책방'을 통해 책을 주문하자 정성스러운 포장과 함께 배달되었다
온라인 '한 평 책방'을 통해 헌 책을 주문하자 정성스러운 포장과 함께 배달되었다 ⓒ정지영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가 도착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가 도착했다. ⓒ정지영

키워드가 있는 독서, 끝까지 읽을 힘을 주다

사전 예약 후 도착한 책은 연금술사를 쓴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오 자히르'였다. 책 첫 장을 읽으면서 ‘이게 어떻게 잔잔해지는 책인가’ 의문이 들었다. 주인공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었으며, 책 속에는 잊을 만하면 새로운 여자친구가 등장했다. 주인공의 삶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일들이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아내가 말도 없이 사라져 방황하는 주인공을 두고 초반엔 잔잔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문장에는 끝을 궁금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또 인간적인 고민이 있다. ‘정말 그 끝에 잔잔함이 있는지’ 보고자 하는 일념이 마지막 장을 향해 달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주인공의 번뇌를 따라 도달한 마지막은 평상시의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분명 잔잔함을 느꼈고 그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 '잔잔'이라는 테마로 책을 넘겨준 이름 모를 구매자에게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2021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독서 인증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2021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독서 인증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서울도서관

여러분의 다음 독서를 위하여

독서가 점점 어려워진다면 필자처럼 이런 행사의 도움을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다음 ‘한 평 시민 책시장’을 기다리는 것도, 올해 11월(세부 일정 미정)에 열릴 ‘서울 서점주간’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지금 당장 참여 가능한 행사도 있다. 7월 16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되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독서 인증 이벤트다.

참여 희망자는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자치구별 '한 책' 도서 목록을 확인하자. 독서 인증샷과 소감평을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업로드해 그 주소를 구글 폼으로 보내면 추첨을 통해 아이스크림 모바일 교환권을 제공한다. 책 하나 읽는데 웬 행사까지 필요하나 싶겠지만, 드라마에도 티저가 있지 않는가. 가끔은 새로운 책을 읽는 데에도 설렘이 필요한 법이다. 

■ ‘2021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독서 인증 이벤트

○ 기간 : 2021. 7. 16.(금) ~ 2021. 8. 31.(화)
○ 대상 : 서울시민 누구나
○ 당첨자 발표 : 2021. 9. 3.(금)
이벤트 안내 페이지
자치구별 '한 책' 도서목록 확인
제출처
○ 필수 해시태그 : #한도서관한책읽기 #같이읽을까 #서울도서관 등

시민기자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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