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끝판왕, 노량진 필수 코스! '컵밥거리'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1.05.04 13:04

수정일 2021.05.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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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학에 떨어지고, 노량진에서 재수를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친구의 주된 식사는 컵밥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인 컵밥은 재수생 포함, n수생에게 따듯한 밥 한 끼가 됐다. 저렴한 점심을 찾고자 하는 자취생에게도 컵밥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곧 ‘컵밥’은 노량진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컵밥은 2000년대 초중반, 김치볶음밥에서 거슬러 올라간다. 노량진에 있던 노점상들은 핫도그 등의 간식거리 대신 김치볶음밥에 얇게 부친 계란 프라이를 올려 판매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김치볶음밥이니 빨리 나왔고, ‘밥’을 먹었으니 식사를 했다는 만족감도 있었다.
노량진의 명소가 되어버린 노량진 컵밥거리
노량진의 명소가 되어버린 노량진 컵밥거리 ⓒ조수연

이후 노량진은 노량진역 맞은편부터 200m에 걸쳐 컵밥 노점이 형성됐다. 2010년대 들어 컵밥은 진화했는데, 사각형 스티로폼 용기에서 동그란 스티로폼 용기로 변경됐고, 햄과 소시지, 참치 등을 넣어 ‘컵에 담긴 밥’, ‘컵밥’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컵밥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겼고, 기업들은 컵밥을 브랜드화했다. 컵밥을 대량생산해 제품으로 출시한 것이다. 이처럼 컵밥은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컵밥거리가 통일된 컨테이너로 새롭게 단장했다.
컵밥거리가 통일된 컨테이너로 새롭게 단장했다. ⓒ조수연

컵밥은 노량진을 찾는 이라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손꼽혔다. 페이스북 등 SNS에는 ‘만 원의 행복’으로 노량진에서 만 원으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컵밥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노점으로 인한 ‘위생’과 ‘불법’ 문제. 그리고 도보 점유로 인한 ‘보행의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기존 노점들은 철거됐고, 사육신공원 방향으로 컵밥 거리가 새로 조성됐다. 난잡했던 천막 노점 대신, 통일된 컨테이너가 컵밥 거리를 조성했다. 초기에는 혼란으로 인해 찾는 사람이 줄었지만, 다시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에도 컵밥거리는 한 끼를 맛있고, 저렴하게 먹으려는 청년들로 문전성시다.
컵밥은 노량진을 찾는 관광객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손꼽한다
컵밥은 노량진을 찾는 관광객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로 손꼽한다 ⓒ조수연

지난 4월 23일, 노량진에서 재수했던 친구와 함께 컵밥거리를 찾았다. 컵밥거리 초입에는 안내도가 있었는데, 안내도를 통해 어떤 가게에서 어떤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컵밥거리에는 컵밥뿐만 아니라, 팬케이크, 와플, 떡볶이, 수제비, 닭꼬치 등의 길거리 음식도 판매했다. 컵밥의 비중은 약 80%로 보였다.

먼저 컵밥을 먹었다. 컵밥은 최저 2,500원부터, 최대 4,500원까지 다양했다. 현금과 함께 계좌이체가 가능했고, 비치된 종이컵으로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실 수 있었다. 컵밥은 대부분 밥과 볶음김치, 계란프라이를 기본 토핑으로 제공하고, 기호에 따라 날치알, 스팸, 비엔나소시지, 참치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노량진 컵밥거리 안내도.
노량진 컵밥거리 안내도. ⓒ조수연

스팸과 날치알을 선택한 필자는, 3,000원을 내고 컵밥을 주문했다. 넉넉한 밥과 볶음김치, 스팸과 날치알을 건넨 상인은 “밥과 김치가 모자라면 더 줄 테니 많이 먹으라”라고 했다. 실제 옆에 있던 청년에게는 볶음김치를 더 건넸다.

한 끼 식사로 충분했던 컵밥을 다 먹고서, 돈을 받지 않고 밥과 볶음김치를 추가로 내어주는지 살며시 물었다. 그러자 따스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들 딸 같잖아. 나도 지방에서 올라와서 산전수전 다 겪었고, 여기서 장사하는데, 돈은 좀 없더라도 배는 불렀으면 좋겠어. 많이 먹어야 공부할 때 힘낼 수 있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똑같은 마음 일 거야.”
노량진 컵밥은 3천 원의 행복이다.
노량진 컵밥은 3천 원의 행복이다. ⓒ조수연

다음으로 떡볶이 가게를 찾았다. 컵밥 사이에 있는 떡볶이 가게도 저렴했다. 시중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기본적인 세트메뉴가 3,000원을 넘지 않았는데, 이는 컵밥과 같은 가격이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역시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 떡볶이 상인은 덜 남긴다는 마음으로 판매한다고 했다.
떡볶이 역시 3천 원이다.
떡볶이 역시 3천 원이다. ⓒ조수연

다만 3,000원에서 많게는 4,500원인 컵밥의 가격은 인근 편의점의 김밥이나 도시락의 가격과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왜 청년들은 컵밥을 찾았을까. 이유는 친구와 컵밥을 자주 이용했던 청년의 목소리에서 나왔다.

 “같은 가격대인 편의점 도시락에 비해 가격적 메리트가 일부 사라진 것은 맞아요. 그러나 컵밥의 가성비는 아직도 편의점 도시락보다 좋다고 봐요. 당장 3,000원에 편의점에서 먹을 수 있는 건 거의 없어요. 김밥 한 줄과 간단한 음료수를 구매하면, 딱 3,000원이에요. 이와 달리 컵밥은 패스트푸드 개념이라 빨리 나오고, 또 양도 많죠. 그래서 컵밥이 중요해요. 우리에게는”
컵밥거리는 청년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
컵밥거리는 청년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 ⓒ조수연

‘3천 원의 행복’, 컵밥. 컵밥은 고된 서울살이를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어머니의 밥상과도 같았다. 비록, 섞어 먹는 형태의 컵밥이지만, ‘가성비’는 뛰어났다. 저렴한 가격에 굶주린 청년들에게 따스한 한 끼 식사가 되는 노량진 컵밥. 그래서 아직도 청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시민기자 조수연

바쁜 서울시민에게 행복한 서울시의 소식을 전달하는 서울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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