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앞둔 금단의 땅, '용산공원' 맛보기!

시민기자 최정환

발행일 2021.03.31. 10:23

수정일 2021.04.01. 16:10

조회 4,390

용산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했다는 뉴스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 용산기지 땅은 어떻게 됐을까? 미군은 떠나가고 시민들은 모르고 있던 사이, 이 군사기지는 공원으로 탈바꿈 중이다. 바로 ‘용산공원’이다.

용산공원, 시민의 품으로

용산 미군기지가 있기 전, 이 땅엔 일제의 주둔군 기지가 있었다. 그 이전 조선시대에는 청나라와 일본의 군대가 번갈아 차지했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보급기지였다. 심지어 고려 때마저도 몽골군의 병참기지로 쓰였다. 서울 한복판, 우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마땅한 땅인데도 외국군 주둔의 역사가 이토록 긴 것이다.

그러나 2004년 미군기지 이전 협상을 하면서 이 땅이 우리 민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면적만 해도 용산구 전체의 10분의1에 가까운 엄청난 크기로, 2005년 정부는 이곳에 공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에 서울 한복판, 한때 미군기지 부지였던 땅에 약 291만㎡에 달하는 용산공원조성지구가 마련됐다. 2005년 이후 현재까지 15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이 땅은 ‘용산기지’에서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 구 미군장교숙소 조감도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 구 미군장교숙소 조감도 ⓒ용산공원

용산공원은 이제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날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미 용산공원 공식홈페이지가 개설됐으며, 그간 각종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시민들의 참여로 공원을 가꾸었다. 시민 모두에게 개방되기까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용산공원은 조금씩 제 일부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부분개방하고 있는 부지는 한때 미군 장교들의 숙소가 있던 곳이다. 직접 방문해 ‘용산공원’이 생겼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용산공원 가는 길

용산공원은 크기가 방대해 용산구 어느 쪽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곁에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끼고 있으며, 동쪽으로 이태원이 있다. 모두 시민들이 익숙하게 방문해온 장소들이다. 그야말로 서울의 중심, 모든 시민이 쉽게 찾아와 거쳐갈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엄청난 크기 때문에 용산공원의 일부 공간은 찾아가는 길이 낯설기도 하다.

이번에 부분개방된 미군장교 숙소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용산공원의 동남쪽 귀퉁이 작은 곳을 차지하고 있기에 시민들이 찾기가 다소 힘들 수 있다. 그래도 미리 확인하면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으니 걱정은 말자.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1번 출구에 내리면 5분만 걸어도 부분개방 부지를 마주하게 된다. 
서빙고역에서 보이는 부분개방 부지 전경
서빙고역에서 보이는 부분개방 부지 전경 ⓒ최정환

용산공원의 평탄한 부지는 그 너머의 남산타워까지 막히는 것 없이 훤하게 보인다. 견고하고 실용적인 형태의 붉은 벽돌집이 늘어서있고, 그 너머로는 공원의 나무들이 서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미군기지였던 확연한 흔적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용산기지’는 금방 ‘용산공원’으로 바뀐다. 한때 위병소였을 건물 앞에는 이제 용산공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아기자기한 한글 글씨체를 갖춘 표지판은 이제 이 시설이 시민들의 품에 돌아왔음을 알리는 듯하다. 안으로 들어갈 때도 엄격한 검문은 없다. 그저 체온 검사만 하면 된다.
옛 용산기지 시절의 경고문(좌)과 시민들을 환영하는 안내판(우)
옛 용산기지 시절의 경고문(좌)과 시민들을 환영하는 안내판(우) ⓒ최정환

용산공원 길라잡이

입구에 들어서면 전면에 안내라운지가 부분개방 부지는 물론 용산공원 자체에 대해서 여러 자료를 갖춰놓고 있다. 이 안내라운지에서 방문록을 작성하고 방문증을 받으면 이제 부분개방 부지를 탐방할 준비는 끝난다. 탐방은 방문증을 건 상태에서 직접 걸어서 이뤄진다. 

부분개방 부지는 관람객들을 위해 1에서 10까지의 번호를 따라 동선을 구성해놓았다. 안내라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펨플릿의 지도를 통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1번 나들목은 출입구, 2번 길라잡이는 안내라운지를 말하며 3번부터 본격적인 부분개방 부지의 시설들이다.
안내라운지의 안내도. 용산공원 위치와 부분개방 부지 내 시설들을 안내하고 있다.
안내라운지의 안내도. 용산공원 위치와 부분개방 부지 내 시설들을 안내하고 있다. ⓒ최정환

안내 라운지를 뒤로하고 부지 안쪽으로 나아가면 조용한 장교숙소 사이를 거닐 수 있다. 장교들이 떠난 장교숙소는 이제 묵직한 분위기밖에 남은 게 없다. 영어로 된 표지판, 군용차 번호로 구분되는 주차장, 숙소별로 착착 매겨진 번호들이 ‘기지’의 분위기를 풍긴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부분개방 부지의 시설들을 처음 마주하면 장교숙소를 찾아온 당번병처럼 원인모를 긴장감에 허리가 펴진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덧 발밑에서 화살표를 발견할 수 있다. 부분개방 부지의 관람 코스를 안내하는 이정표다. 화살표를 따라 부분개방 부지의 세 번째 공간인 ‘새록새록’, 곧 야외갤러리에 도착하면 용산공원의 과거가 전시되어 있다. 처음 용산역이 지어졌을 때의 모습, 일제 조선군사령부의 모습,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부지와 모래사장이 남아있는 한강의 모습, 그 격랑의 시기 겨우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윽고 미군의 용산기지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도로 반환되어 공원이 되기까지의 모습까지 전시되어 있다. 붉은 숙소 건물들 사이, 봄을 맞이해 몸을 녹인 땅거죽을 밟고 흑백 사진들을 보다가 돌연 컬러사진이 나타나 공원으로의 전환을 알리면, 이 땅의 역사적인 한 순간에 자신이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용산공원 내 야외갤러리 전경. 용산공원의 역사를 전시해놓았다.
용산공원 내 야외갤러리 전경. 용산공원의 역사를 전시해놓았다. ⓒ최정환

야외 갤러리를 지나쳐 좀 더 걸으면 넓게 잔디가 깔린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바로 네 번째 공간인 ‘들내봄내’다. 도중에는 미군들이 바비큐를 먹는 데 썼을 야외 테이블도 있다. 휴식과 놀이를 위한 편안한 공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용산공원 알파벳을 이용한 조형물을 가운데 두고 벤치가 늘어서 있어, 막 자라기 시작하는 잔디밭과 따스해지기 시작하는 날씨를 잔뜩 만끽할 수 있다.
 봄이 찾아오기 직전의 잔디마당, 들내봄내 전경
봄이 찾아오기 직전의 잔디마당, 들내봄내 전경 ⓒ최정환

용산공원 내부시설

부분개방 부지의 구 장교숙소들 사이를 지나치면, 비로소 직접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건물들이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누리방’이다. 누리방은 이 부분개방 부지 복판에 위치한 카페의 이름으로, 그 내부에는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아기자기한 테이블과 의자는 원래 숙소로 쓰이던 곳답게 방마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고, 각 방의 장식도 특색 있게 꾸며져 있다. 비록 그 자리에 앉아서 마실 음료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물 밖에 제공되지 않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용산공원이 본격 개방된다면 명소가 되기 충분할 정도였다.
복층으로 된 누리방 건물, 여러 방마다 다양한 인테리어의 휴식장소가 있다.
복층으로 된 누리방 건물, 여러 방마다 다양한 인테리어의 휴식장소가 있다. ⓒ최정환

카페를 나와 넓게 펼쳐진 공간을 거닐면 곧 또 다른 문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도 문을 열고 들어설 가치가 차고도 넘치는 곳들이다. 바로 여섯 번째 용산공원 연구소의 자료실 ‘차곡차곡’과 집담소인 ‘도란도란’, 그리고 일곱 번째로 실제 숙소의 오픈 하우스인 ‘오순도순’이다.

용산공원 연구소는 용산공원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자료가 보관되어있는 차곡차곡은 들어갈 수 없지만, 용산공원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더 발전된 생각을 내어놓는 일종의 토론실인 도란도란은 들어가 볼 수 있다. 다만 일반 관람객이 혼자서 들어가 무언가를 하기는 힘든 공간이다.
용산공원 연구소는 건물 한 채가 통째로 연구소다. 1층에는 자료실 차곡차곡이, 2층에는 집담소 도란도란이 있다.
용산공원 연구소는 건물 한 채가 통째로 연구소다. 1층에는 자료실 차곡차곡이, 2층에는 집담소 도란도란이 있다. ⓒ최정환

관람객에게 보다 흥미로운 공간은 다른 한 켠에 자리한 ‘오순도순’이다. 오순도순은 실제 숙소 내부에 용산기지와 관련된 각종 자료와 기념품을 비치하고 개방한 오픈 하우스다. 용산기지 시절 이곳에 살던 미군과 그 가족들의 삶을 다양한 소품과 이야기에 담아 전시 중이다. 한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준 미군들의 숭고함이 깃든 용산기지로의 기억을 이제 개방되어 시민들이 찾을 용산공원이 이어받는 것이다.

특히 전시 소품들은 ‘주한미군 용산기지 부녀회(AFSC)’에서 실제로 가족들이 쓰던 물품을 기증해준 것으로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내부의 각 방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때 용산기지에 살던 이들이 이 땅을 추억하는 이야기, 기지에서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에 대한 사진과 기록이 가득하다. 당장 오픈하우스를 들어가자마자 주방과 놀이방이 나오고, 안쪽 방은 물론 계단에까지 미군들의 추억과 우리 시민들에게 용산공원이 돌아가게 된 데에 느끼는 기쁨이 깃들어있다.
오순도순 내부에서 기지 내 공터에서 놀던 미군 가족들의 모습을 상영하고 있다.
오순도순 내부에서 기지 내 공터에서 놀던 미군 가족들의 모습을 상영하고 있다. ⓒ최정환

오순도순에서 나오면 미군들의 기억 속에서 엿보았던 너른 공터가 눈 앞에 펼쳐진다. 여덟 번째 공간 ‘두루두루’다. 봄을 만끽하기에는 아직 코로나 19의 위험이 크지만, 이곳은 언제든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넓은 공터는 한때 미군과 그 가족들이 썼고, 이제는 시민들이 쓸 차례다.
이 넓은 공터는 한때 미군과 그 가족들이 썼고, 이제는 시민들이 쓸 차례다. ⓒ최정환

용산공원의 어제와 내일

공터도 지나 계속해서 지도의 안내 동선을 따라가면, 부분개방 부지의 의도를 함축하고 있는 아홉 번째와 열 번째 시설을 만나볼 수 있다. 시민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던 용산기지 시절,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를 상징하고, 또 상세히 알려주기 위한 곳이다. 아홉 번째, ‘용산의 담장’은 용산기지가 무너지고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이다. 낡은 담장이 무너진 모습은 이 용산공원이 한때 높은 담장을 둘러친 기지였다는 사실과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용산의 담장. 조형물은 실제 벽돌담장으로 만들어져 큰 상징성을 갖고있다.
용산의 담장. 조형물은 실제 벽돌담장으로 만들어져 큰 상징성을 갖고있다. ⓒ최정환

그 바로 곁에는 열 번째, ‘용산공원 전시공간’이 서있다. 이 전시관은 용산공원의 전경을 1/500으로 재현한 모형을 시작으로 용산공원이 있기까지의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용산공원 탄생 과정을 다룬 짤막한 영상, 용산공원의 소개와 그 역사, 용산공원의 공원 디자인을 위한 공모전 작품들을 전시해 용산공원이 어떤 과거로부터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한편으론 여기서 더 나아가 아직 개방되지 않은 용산공원 전 부지의 모형으로 곧 완전 개방될 용산공원의 내일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용산공원의 개방을 채감시켜주기 위해 부분개방을 실시한 값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거대한 용산공원 모형에서 부분개방 부지를 확인해보면 훗날 개방될 용산공원은 얼마나 대단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 
용산공원 전시공간 모형. 부분개방 부지는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불과하다. 남쪽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으론 남산에 이르는 용산공원의 거대한 규모가 잘 드러난다.
용산공원 전시공간 모형. 부분개방 부지는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불과하다. 남쪽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으론 남산에 이르는 용산공원의 거대한 규모가 잘 드러난다. ⓒ최정환

비록 지금은 부분적으로만 개방하고 있지만, 용산공원은 군 주둔지를 자유, 평화, 번영의 상징으로 전환하고, 도심공원으로서 서울과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며, 생태축을 형성해 미래세대에 녹색 동력을 전달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로 국민 전체의 참여를 끌어낸다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이 모든 가치를 아우른 채 시민들에게 찾아오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그 노력의 결과를 일부 내보인 것이고, 이를 통해 그 진정한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일부에 불과한 이번 부분개방만 하더라도 시민들에게 옛 미군들의 기억이라는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전해주었다. 전체가 개방되면 그 가치가 얼마나 대단할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조만간 용산공원이 개방되어, 극히 일부에 불과한 부분개방 부지 외에 드넓은 용산공원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 용산공원 안내

○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동 235-101
○ 교통 : 서빙고역(경의중앙선)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개방시간 : 매주 화~토요일 09:00~17:00(내부시설) / 09:00~18:00(외부공간)
※ 일부 내부시설은 코로나19 상황 고려해 추후 개방 결정 
○ 입장료 : 무료(신분증 지참) 
○ 홈페이지: www.park.go.kr
○ 문의 : 070-5161-0608

시민기자 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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