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엔 장애가 없다! 서울시향 '행복한 음악회, 함께'
발행일 2021.03.29. 13:00
장애 딛고 정진하는 예비 음악가의 성장을 지원하는 공연 개최

지난 24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행복한 음악회, 함께!’가 열렸다. ⓒ윤혜숙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 드문드문 사람들의 발길이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로 향한다. 그 곳에는 ‘행복한 음악회, 함께’가 기다리고 있다. 공연 제목만 봐도 벌써부터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개최하지 못했다. 꼬박 일 년을 기다려 온 만큼 필자를 비롯한 관람객들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공연장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다. ⓒ윤혜숙
공연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선 ‘건강 거리’라고 표현했다.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 발열 체크를 통과하고 QR코드 인증을 받았다. 곳곳에는 손 소독제도 놓여 있다.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하기 위한 기본 절차가 이제는 익숙해졌다. 공연장 내부의 객석도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좌석 간 띄워앉기를 하고 있다.

프로그램 안내문에 점자로도 설명이 나와 있다. ⓒ윤혜숙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에서 ‘행복한 음악회, 함께!’가 열렸다. 무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국립 서울맹학교 초등 5학년에 재학 중인 김건호 군이다. 시각 장애가 있는 어린 학생이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프로그램 안내문에 점자로도 설명이 되어 있다. 필자가 손가락으로 안내문 앞표지를 만지니 도드라진 점자를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 안내문 곳곳에도 점자로 설명이 이어져 서울시향의 특별한 배려가 돋보였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사회를 맡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에 앞서 서울시향 데이비드 이 부지휘자가 무대에 나와서 공연을 소개했다. 그는 “연주자를 위해선 개인지도를 받는 것 못지않게 무대에 서는 경험, 다른 연주자들과 협연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건호 군이 그동안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시각에 의지하지 않는 공연이다. 두 눈을 감은 채 전적으로 청각에 의존해서 공연을 감상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김건호 군이 솔로로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첫 공연은 김건호 군의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단독 연주였다. 어린 학생이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것도 감탄할 일이었다. 게다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두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연주한다. 객석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차라리 두 눈을 감고 공연을 감상했더라면 그런 편견을 갖지 않았을 것 같다. 필자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악보는 없지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손놀림이 거침 없었다.

김건호 군과 한상일 피아니스트의 듀엣 연주 무대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어서 김건호 군은 '드뷔시, 작은 모음곡'을 한상일 피아니스트와 피아노 한 대를 가지고 듀엣으로 연주했다. 처음 피아노가 보급되었던 과거에 포핸즈(Four Hands) 연주가 유행했다. 왼쪽 연주자가 저음 파트로 화음을, 오른쪽 연주가가 고음 파트로 멜로디를 담당한다. 김건호 군이 오른쪽에 앉아서 고음 파트인 멜로디를 연주했다. 비장애인이라면 두 연주자가 호흡을 맞추면서 연주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시각 장애가 있는 김건호 군이 한상일 피아니스트와 서로 어긋나지 않고 조화롭게 연주를 마쳤다.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김건호 군이 서울시향 현악 앙상블과 협주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마지막으로 김건호 군과 서울시향 현악 앙상블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19번'을 현악 편곡 버전으로 연주했다. 앞서 두 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앙상블과의 협연이어서 더 신경 쓸 게 많은 곡이다. 김건호 군으로선 공연이 도전의 연속이다. 앙상블 연주 도중에 피아노 연주가 들어가기 위해선 김건호 군이 앙상블 연주까지 외우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건호 군과 서울시향 현악 앙상블은 완벽한 하모니를 들려줬다.

공연이 끝난 뒤 김건호 군과 서울시향 앙상블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윤혜숙
앙코르곡으로 김건호 군이 직접 작곡한 ‘Day by day’를 연주했다. 객석에선 박수가 끊이질 않았다. 김건호 군도 본인의 공연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천진난만한 미소로 알려주었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이강희 씨는 “신체적 결점이 있어서 김건호 군의 공연이 비전문가 수준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문가 수준의 공연이었다”면서 “공연 내내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김건호 군이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재즈풍의 자작곡을 들으면서 작곡가로서의 미래도 기대된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홀을 나왔건만, 많은 관람객들이 김건호 군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건호 군이 나타나자 관람객들은 환호를 보냈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이강희 씨는 “신체적 결점이 있어서 김건호 군의 공연이 비전문가 수준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문가 수준의 공연이었다”면서 “공연 내내 피아노 연주를 보면서 김건호 군이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재즈풍의 자작곡을 들으면서 작곡가로서의 미래도 기대된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홀을 나왔건만, 많은 관람객들이 김건호 군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고, 건호 군이 나타나자 관람객들은 환호를 보냈다.

김건호 군과 피아노 개인지도 교사 신정양 씨 ⓒ윤혜숙
김건호 군의 피아노 개인지도 교사 신정양 씨는 건호 군을 6살 때부터 만나서 6년째 지도하고 있다. 그는 “독주에서 합주, 협연까지 건호의 성장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프로그램 구성도 좋았고 함께 공연한 서울시향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여해줘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건호 군을 처음 만났을 때 재능을 알아봤지만, 건호 군을 지도하는 일이 모험에 가까운 일일 거라며 주변에서 의구심을 가졌다”는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말에 순간 숙연해졌다. 하지만 건호 군은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무대에서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

‘행복한 음악회, 함께!’ 공연 포스터 ⓒ서울시립교향악단
피아니스트, 작곡가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건호 군에겐 지금의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문득 음악가에게 중요한 청력을 상실한 악조건에서도 작곡에 매진하면서 불후의 명곡을 남겼던 악성 베토벤이 떠올랐다. 어린 건호 군에게서 베토벤의 열정과 저력이 보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017년 11월 최초로 '클래식 스페이스 함께!'라는 공연을 열었다. 2018년부터는 이 음악회를 단독 프로젝트로 전환해 매년 2회 공연을 열었다. 지금까지 총 5회의 공연을 열면서 공연마다 어떤 꿈나무를 발굴했을지 궁금해진다. 서울시향의 대표적 공익 공연으로, 전문 연주자를 꿈꾸며 신체적 장애를 딛고 정진하는 예비 음악가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오늘의 공연에서 예비 음악가 김건호 군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음악은 모든 사람이 어울리고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017년 11월 최초로 '클래식 스페이스 함께!'라는 공연을 열었다. 2018년부터는 이 음악회를 단독 프로젝트로 전환해 매년 2회 공연을 열었다. 지금까지 총 5회의 공연을 열면서 공연마다 어떤 꿈나무를 발굴했을지 궁금해진다. 서울시향의 대표적 공익 공연으로, 전문 연주자를 꿈꾸며 신체적 장애를 딛고 정진하는 예비 음악가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오늘의 공연에서 예비 음악가 김건호 군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음악은 모든 사람이 어울리고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 서울시립교향악단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 홈페이지 : https://www.seoulphil.or.kr/?langCd=ko&menuFlag=MFLG0001
○ 문의 : 02-3700-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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