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위기에 대처하는 우리동네 착한 매장 '지구샵'

시민기자 조성희

발행일 2021.03.15. 10:20

수정일 2021.03.15. 14:53

조회 1,720

지구샵에서 두 손님이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고르고 있다
지구샵에서 두 손님이 제로웨이스트 물건을 고르고 있다 ⓒ조성희

지구샵 매장을 들어서자, ‘지구위기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힙한 생존법’이란 문구가 유독 눈길을 끈다. 사회인이라고 밝힌 두 친구가 나란히 서서 지구샵 내부를 구경하며 어떤 걸 살 지 고민하고, 또 직원에게 꼼꼼하게 물어본다. 어떻게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알게 되었는지  물으니 “인터넷 영상에서 보고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고 답한다. 바구니에 필요한 제품들을 하나, 하나 신중하게 담는 모습을 보니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려는 굳은 의지가 보였다. 개념 있는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힙하게 소비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움직임이 무척 멋지고 기특하다.  
텀블러, 밀랍 랩, 커피 거름종이, 삼베 덮개 등 제로웨이스트 물품
텀블러, 밀랍 랩, 커피 거름종이, 삼베 덮개 등 제로웨이스트 물품들 ⓒ조성희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폐기물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모든 제품을 재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고,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해 쓰레기 생산을 최소화하자는 움직임이다. 사실 누구나 환경을 보호하고 싶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는 생각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생활하다 보면 불편함도 느껴지고 실천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는 지금 당장 꼭 필요하다. 단순한 소비의 문제가 아닌 우리 아이들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이 달린 문제다.
친환경 스니커즈도  판매중이다
친환경 스니커즈도 판매중이다 ⓒ조성희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인근에 자리한 제로웨이스트 매장 ‘지구샵’에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운동화이다. 제로웨이스트 매장에 운동화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베자(VEJA) 운동화였는데, 베자(VEJA)는 2004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친환경 스니커즈 브랜드로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오가닉 코튼과 아마존에서 수확한 천연 고무를 사용한다. 모든 제품은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되며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해 지속가능한 패션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지만, 한 번쯤 시간을 내서 매장을 방문하는 것도 흥미롭다.
천연세제 소프넛과 사용설명서
천연세제 '소프넛'과 사용설명서 ⓒ조성희

지구샵에 있는 '소프넛'은 이름 그대로 비누(Soap) + 열매(Nut)다. 물과 만나면 소프넛 과피에 함유된 사포닌류 천연계면활성 성분이 풍부하게 녹아나오는 천연세제다. 또한, 사포닌 자체의 약산성 성분이 섬유의 색과 구조를 보존하고 때를 분리해 낸 후 섬유를 부드럽게 유지해줘 별도의 유연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합성계면활성제와 달리 잠재적인 세제 잔여물 유독성에서도 자유롭다. 자연스레 옷을 여러 번 헹궈내며 발생하는 옷감 손상을 방지하고 동시에 물과 전기의 사용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소프넛은 100% 생분해되어 물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가장 친환경적인 자연 그대로의 안전하고 깨끗한 세탁이 가능하다. 

이번에 지구샵을 둘러보며 그동안 환경문제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소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빨대와 사용법, 빨대 세척 도구
다양한 빨대와 사용법, 빨대 세척 도구 ⓒ조성희

나에게 꼭 맞는 빨대 찾기 코너에는 알록달록 실리콘 빨대, 스테인레스 빨대, 유리 빨대, 심지어 풀내음이 날 것 같은 풀 빨대(일회용)까지 다양한 재질의 빨대가 눈에 띄었다. 지구도 살리고,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나만의 멋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다. 각각의 길이와 열탕 소독 여부, 세척 용이성, 연마제 사용 방법 등을 확인하며 나에게 꼭 맞는 빨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왼쪽), 그린클린 치실(오른쪽)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왼쪽), 그린클린 치실(오른쪽) ⓒ조성희

대나무 칫솔과 고체치약도 인기 물품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입 안을 닦게 되는 플라스틱 칫솔은 썩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내가 살아서 쓰고 있는 칫솔들이 내가 죽어도 계속 썩지 않고 남아서 있다니, 정말 무서운 일이다. 대나무는 산업용 퇴비 2~3주, 가정용 퇴비 4~6개월이면 완벽한 생분해가 가능하다. 일반 칫솔의 포장재는 플라스틱과 코팅 종이라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데, 이곳의 칫솔은 무표백 종이 상자 재질이다. 

칫솔의 단짝 치약도 살펴보자. 일반 튜브 치약은 포장이 종이와 플라스틱 코팅에 수분이 40%,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간다. 이에 반해 지구샵의 치약은 알루미늄 케이스로, 포장은 종이이며 수분은 0%다. 한 알씩 사용하니 정량 사용이 쉽고 무엇보다 합성계면활성제가 없어서 인체에 무해하다. 마지막에 튜브를 힘껏 짜서 사용하게 되는데, 알약 형태의 고체 치약은 그럴 필요가 없다. 여행용이나 휴대용으로도 딱이다. 재생플라스틱과 식물성 재질로 제작된 치실도 판매 중이다. 
다양한 샴푸바와 면 비누망
다양한 샴푸바와 면 비누망 ⓒ조성희

샴푸와 린스가 합쳐진 샴푸바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또 작아진 비누들은 면 비누망에 넣어서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삼베 찜시트와 삼베 재질의 천연 수세미는 항균성, 항독성, 방충성이 좋아서 물이 닿는 곳에 사용하기 좋다고 한다. 별도의 가공처리를 하지 않아서 삼베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다.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지만, 냄새가 불편하다면 소금물에 한 번 삶아서 사용하면 된다.
밀랍으로 만든 초와 성냥, 랩(위), 유기농 수세미와 유기농 허브티(아래) 등
밀랍으로 만든 초와 성냥, 랩(위), 유기농 수세미와 유기농 허브티(아래) 등 ⓒ조성희

밀랍으로 만들었다는 랩은 무척 신기한 물건이었다. 최대 6개월까지 사용 후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밀랍 랩은 흐르는 찬 물에 가볍게 세척하며 여러 번 재사용 할 수 있다. 특히 주방세척도구는 모두 나무로 되어 있어서 썩을 수 있기에 사용하고 보관이 매우 중요하다. 별 생각없이 주방도구의 나무가 썩지 않는지 직원분에게 물어보니 당연히 썩는다고 한다. 오히려 썩어야 우리에게 그 쓰레기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인데 우리는 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사용했고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것만이 중요하게 여긴 듯하다. 친환경 생활용품 외에도 각종 유기농 허브티와 다기도 있었다.
면생리대(위), 제로 캐릭터 엽서
면생리대(위), 제로 캐릭터 엽서(아래) ⓒ조성희

지구샵에서는 제로웨이스트 관련 책들도 판매한다. 한 권 사서 읽으면서 지구를 살리는 일에 내가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캐릭터 엽서와 지구본, 액자 등 이곳에 소개하지 못한 아기자기한 제품들이 많으니 제로웨이스트샵을 꼭 한 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지구샵 입구
지구샵 입구 ⓒ조성희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한꺼번에 다 해낼 수는 없겠지만, 텀블러와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고 비닐 대신 용기에 담아 사용하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 보자. 집 앞에 놔둔 쓰레기는 날이 밝으면 구청에서 치워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와 우리 가족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 제로웨이스트샵 ‘지구샵’

○ 주소: 서울시 동작구 성대로1길 16, 1층
○ 가는법: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1번 출구
○ 운영시간: 화~토 13:00-20:00, 일·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 문의: 070-7640-4940

시민기자 조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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