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사관 건물, 지금은 미술관으로!

시민기자 이정규

발행일 2021.03.04. 13:40

수정일 2021.03.04. 16:51

조회 1,968

사당역 부근을 걷다 보면 회색빛의 무미건조한 건물들 사이에서 붉은색의 근대 서양 건축물 한 채가 불쑥 나타난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로 우아한 건축미를 자아내는 이곳은 대한제국 시기인 1905년에 지어진 구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곳이다. 이곳은 현재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한제국기 영사관이 어찌하여 당시의 외교타운인 정동이 아닌 이곳에 있게 된 것일까? 

대한제국과 벨기에는 1901년 수호통상조약을 맺고 수교한다. 대한제국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중립국으로 생존의 길을 도모하고자 하였고 당시 영세중립국이던 벨기에가 그 모델이 되었다. 처음 정동의 한 편에 영사관을 열었던 벨기에는 1905년 회현동(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부근)에 화려한 영사관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한다. 그러나 1910년 대한제국이 패망하자 영사관은 갑자기 할 일을 잃었고 1918년 최종적으로 영사관은 폐쇄된다. 그 후 보험회사, 기생조합, 일본 해군무관부 등으로 사용되다 해방을 맞았다. 대한민국 해군, 공군 등이 사용하다 최종적으로 한 민간기업에 불하된다. 이후 1970년대 개발의 소용돌이에서 해당 부지의 재개발을 위해 이전이 결정되었고 1982년에 이축(이전 복원)이 완료되었다. 그 후로도 오랜 시간이 지난 2004년이 되어서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으로 재탄생하여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구 벨기에 영사관 건물이 정동의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 이 아름다운 건물의 매력을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접할 수 있으리란 아쉬움이 든다. 백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적같이 제 모습을 온전히 지켜온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자.
구 벨기에 영사관 건물의 정면 모습. 몸체 양쪽으로 테라스 형식의 회랑이 있어 수려함을 더한다 ⓒ이정규
구 벨기에 영사관 건물의 정면 모습. 몸체 양쪽으로 테라스 형식의 회랑이 있어 수려함을 더한다 ⓒ이정규
측면 모습. 저 구석진 테라스에서는 아마도 수많은 밀어나 밀담이 오고 가지 않았을까 ⓒ이정규
측면 모습. 저 구석진 테라스에서는 아마도 수많은 밀어나 밀담이 오고 가지 않았을까 ⓒ이정규
측면 모습. 1층과 2층의 테라스 기둥은 양식이 서로 다르다. 1층은 토스카나식이고 2층은 회오리 장식이 있는 이오니아식이다 ⓒ이정규
측면 모습. 1층과 2층의 테라스 기둥은 양식이 서로 다르다. 1층은 토스카나식이고 2층은 회오리 장식이 있는 이오니아식이다 ⓒ이정규
후면 모습. 붉은 벽돌 위로 늦은 오후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이 지나간 오랜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정규
후면 모습. 붉은 벽돌 위로 늦은 오후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이 지나간 오랜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정규
펜던트형 조명이 매달린 낭만적인 테라스를 걸으며 호젓한 분위기에 빠져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막혀있다 ⓒ이정규
펜던트형 조명이 매달린 낭만적인 테라스를 걸으며 호젓한 분위기에 빠져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막혀있다 ⓒ이정규
남서울미술관 건축 아카이브 상설전시실에서는 구 벨기에영사관 건물의 역사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정규
남서울미술관 건축 아카이브 상설전시실에서는 구 벨기에영사관 건물의 역사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정규
건축 아카이브 상설전시실은 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역사를 담은 과거와 지금의 모습을 담은 현재를 보여준다 ⓒ이정규
건축 아카이브 상설전시실은 두 개의 방으로 나뉘어 역사를 담은 과거와 지금의 모습을 담은 현재를 보여준다 ⓒ이정규
화려한 문양이 부조된 실내 기둥들은 속이 비어있어 구조적 기능이 없는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시된 초상화들은 박유아 작가의 초상 프로젝트전의 일부이다 ⓒ이정규
화려한 문양이 부조된 실내 기둥들은 속이 비어있어 구조적 기능이 없는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시된 초상화들은 박유아 작가의 초상 프로젝트전의 일부이다 ⓒ이정규
백 년이 넘은 검은 나무계단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 오랜 시간을 머금은 검은 창문틀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찰나의 순간이 역사를 만나 오묘한 매력을 만드는 공간이 된다 ⓒ이정규
백 년이 넘은 검은 나무계단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 오랜 시간을 머금은 검은 창문틀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찰나의 순간이 역사를 만나 오묘한 매력을 만드는 공간이 된다 ⓒ이정규
2층 복도 천장을 밝히고 있는 샹들리에가 이곳을 순백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정규
2층 복도 천장을 밝히고 있는 샹들리에가 이곳을 순백의 공간으로 만든다 ⓒ이정규
순백의 방과 방이 이어지며 그 속에 있는 흑백의 대조가 추상적인 건축미를 더한다 ⓒ이정규
순백의 방과 방이 이어지며 그 속에 있는 흑백의 대조가 추상적인 건축미를 더한다 ⓒ이정규
2층 복도의 모습. 단아하면서도 더없이 우아하다 ⓒ이정규
2층 복도의 모습. 단아하면서도 더없이 우아하다 ⓒ이정규
비록 굴뚝으로 연결되지 않은 벽난로 일지라도 그 수려함을 뽐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정규
비록 굴뚝으로 연결되지 않은 벽난로 일지라도 그 수려함을 뽐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정규
벽난로 기둥의 머릿 부분에 있는 장식의 모습이다. 지난 100년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이정규
벽난로 기둥의 머릿 부분에 있는 장식의 모습이다. 지난 100년 동안 무엇을 보았을까 ⓒ이정규

■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 위치 :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 운영시간 : 10시~20시(화~금), 10시~18시(토, 일, 공휴일)
○ 휴무일 : 월요일, 1월 1일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바로가기
○ 문의: 02-598-6246~7

시민기자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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