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상인, 그들이 사는 세상

서울시설공단

발행일 2014.07.17. 00:00

수정일 2020.03.13. 13:27

조회 908

종로 4가


[서울톡톡] 광합성을 하기 위해, 손잡고 청계천으로 마실을 나간다고 한다. 배오개다리를 지나 뒤뚱뒤뚱 지나가는 하얀 오리들이 정겨워 '제임스 오'라 이름 붙여 마스코트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다가도 지하로 내려와 각자의 손작업에 몰두하고 장사하는 이들은 종로4가 지하상가의 청년 상인들이다.


작년 11월부터 서울시 '청년허브'를 통해 '생산, 제작, 지역'의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만의 콘텐츠와 아이템이 있는 청년들이 경쟁을 뚫고 종로4가지하상가에 입점했다. 총 13개 팀의 젊음이 자리를 채웠고, 상가에는 활력이 돌았다. 6월부터는 어린이대공원에 전용 상설부스가 생겨 판로도 개척했고, 매월 '불타는 금요일 저녁' 하루를 잡아서 손님들과 청계천도 걷고 물건도 파는 '나이트 워크 앤 마켓(Night Walk& Market)'도 진행한다. 'Made in 종로4가 청년가게'의 브랜드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지금, 과연 그들은 어떤 아이템으로 지하에 내려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4인의 청년 상인을 모아 '장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나하나(이하 나) 양순네에서 패브릭 직물제품을 주문 제작하고 있는 나하나입니다.


최선희(이하 최) 최선희 한복 대표 최선희라고 하고요. 한복을 만들고 공예품을 만들고 바느질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김경현(이하 김) 질문 잡지 헤드에이크를 만드는 팀의 일원이자 독립출판서점을 운영하는 김경현입니다.


박지선(이하 박) 저는 폐원단이나 자원을 수집해서 소품을 만드는 청년장이 박지선입니다.


왼쪽부터 박지민(`청년장이` 대표 동생), 최선희 `최선희 한복` 대표, 나하나 `양순네(반반)` 대표, 김경현 `다시서점` 대표


전에는 다들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했었어요. 청소년 단체에 있다가 경기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그런 일들을 했었는데... 패브릭 일을 취미로 하다가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솔직히 회사 다니기가 싫어서 여기에 왔어요(웃음).


저는 의상학과 나와서 한복회사를 7년 다녔는데요, 기존 회사 대표님이 이민을 가셔서 본의 아니게 작년에 독립했어요.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였죠.


저는 음향을 전공해서 음원 사이트 회사에 다녔었거든요. 귀가 안 좋아져서 그만두고, 절에도 잠깐 있었다가 글 쓰고 싶어서 웹진 팀에 들어갔다가 지금의 독립출판 <헤드에이크> 편집장을 만나서 같이 서점을 하게 됐어요.


주얼리 디자인 학부를 졸업하고 패션 주얼리 브랜드에서 일했어요. 개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나왔어요.


종로4가청년가게 상점 리스트(2014년 6월 기준)


왜 지하상가에 자리를 잡았는지 궁금해요. 다른 장소도 많았을 텐데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입주 팀들이 손작업하는 분들이 많다는 거. 같이 모여 있으면 재미있을 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다른 데보다 관리비가 싸더라고요. 싼 것도 큰 매력이죠. 로드샵에서 했으면 좋아하는 일을 하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작년에 계속 이태원, 한남동에 공간을 보러 다녔는데 권리금이 너무 올라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원래는 살롱처럼 하고 싶었거든요. 서점이면서 커피도 나눠드리고 술도 같이 먹고 하는 공간을 생각했는데 일단 너무 비싸니까 싸고 좋은 곳을 찾다가 작년에 청년허브와 일을 했던 인연으로 신청하고 뽑혀서 여기로 왔어요. 처음에 와서 손님이 책을 사면 제가 술 한 잔 주는 걸 생각했거든요. 글라스로요. 근데 여기는 술을 들여올 수 없으니까아쉽죠. 여기서 해보고 잘 되면 2호점을 지상에 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술 주시면 여기 책 금방 동날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요. 조금 아쉬워요.


저는 우연히 청년가게 모집공고가 딱 떴는데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그 정보를 보게 된 날이 생일이기도 하고 그날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았어요(웃음). 설명회가 당일 4시인가 했는데, 놀러 나가는 길에 들러볼까 해서 왔더니 운영자분들이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저를 위해서 만든 자리처럼 '와, 나 이거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자연스럽게 들어왔죠.


운명적이네요!


전 무엇보다 지리적인 위치가 좋았어요. 재료수급에 있어서 광장시장과 동대문시장도 가까이 있고 부자재 시장도 있잖아요. 종로3가 세공시장도 있고 걸어서 다 다닐 수 있어 좋죠. 교통의 중심에 있으니 소비자도 찾아오기 쉽고요.







사진설명

① 양순네 작업 선반 앞에 붙은 재미있는 작업강령
② 학생, 직장인 모두에게 유용한 양순네표 도시락 가방들
③ 폐원단, 폐목재에서 아기자기한 패션소품으로 거듭난 청년장이 제품들
④ 일주일에 두 번 라탄공예 워크숍을 진행 중인 청년장이


어떤 생각, 마음으로 작업 혹은 장사를 하는지 궁금해요.


방금 말한 것처럼 지리적인 요건도 좋지만, 주변에 광장시장, 구제시장, 맛집도 많잖아요. 이 동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뭘까 고민하고 그걸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여기는 혼수 상가니까 관련된 걸 팔아보려고 책 이외에도 젊은 부부들이 좋아할 만한 향초, 그림, 사진도 함께 판매하고 있고요. 시니어 상인분들이 혼수를 하고 계시니까 같이 공생하려면 톤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저희는 주문 제작하는 게 많거든요. 사람들이 주문하면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최대한 반영하고 생각해서 물건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연꽃 모양, 빈 밥그릇, 고래 등등 원하는 모양을 주문하시면 최대한 주문하신 분의 느낌과 맞게 디자인하고 자수를 해서 물건을 만들어드렸죠. 받을 사람이 좋아했으면 하고 만들어요.


저도 비슷한데요. 여성 한복 같은 경우는 내가 입는다면 어떨까 생각해요. 몸에 닿는 부분은 면이나 리넨으로 제작하거든요. 아이 한복은 한복회사에서 10~20만 원에 만들고 싶어도 가격이 안 맞으니 합성소재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게 쾌적하지 않거든요. 아이 한복은 남자 셔츠 소재를 많이 쓰고 입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쾌적한지 아닌지를 제일 중요하게 여겨요. 현대적이고 멋스럽고 쾌적한가 아닌가를 생각하며 작업해요.







사진설명

⑤ 면소재로 만들어 손빨래, 세탁기에 돌려도 걱정 없는 최선희 한복
⑥ 다시서점에 입고된 독립출판물들
⑦ 전통소재로 만든 최선희 한복 소품들. 비정기 워크숍도 열린다
⑧ 책뿐만 아니라 사진, 엽서, 향초 등 소품들도 만날 수 있는 다시서점


시니어 상인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저 같은 경우는 시니어 상인분들 모습 보면서 점점 확신을 얻어가요. 주변에 한복과 양복 만드시는 분들이 보통 20~30년 경력을 가진 분들이에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그분들 바느질, 재단솜씨가 저한테는 초능력처럼 느껴지거든요(웃음).


처음에는 눈총도 받았어요. 제 작업이 한복은 일상소재로 만들고 공예품은 전통소재로 만들거든요 전통옷을 만들면서 전통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시니어 상인분들이 하셨었는데 지금은 제 작업을 이해하시고 소품을 만들 수 있게 조각천들을 모아서 갖다주세요. 놀러 가면 차도 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요.


조금 있다가는 저희 가게 건너편 '벤츠 양복점' 대표님이 해주시는 테일러링 수업을 들으러 가요. 실력이 엄청나시거든요. 사실은 알고 보니 전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테일러링 회장님이시더라고요. 관심 있는 청년가게 식구들과 가서 배우기로 했어요. 바쁘신데 시간을 쪼개서 알려주는 마음이 정말 감사하죠.


서점 앞을 지나가시면서 구경도 하시고 걱정도 하시고(웃음). 저희가 파는 소규모출판물들 보면 신기해하시는데 대형서점에 판매하지 않는 것들 위주로 판매한다고 말씀도 드리고요. 시니어 상인 몇 분은 오셔서 사주셨어요. 젊은이들이 하니까 사볼게 하는 분들도 많아요. 장사하는 게 쉽지 않은 거니까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라고 개시도 해주시고요. 저희는 신혼부부들 예단하러 오면 저희 가게 소개해달라고 부탁도 드리고요.


입점하면서 종로4가 지하상가에서 꼭 이것만은 하겠다는 목표 내지는 다짐이 있었나요?


작년에 교육차 뉴욕을 다녀왔어요. 안나수이가 소호에서 처음 매장을 연 곳이 지금도 운영을 하더라고요. 디자이너로서 발판이 된 곳이잖아요. 제게는 '청년가게'가 하나의 상징이자 모티브가 되는 곳이라서 일단 제 브랜드를 열심히 키워서 알리는 게 목표고요. 다음에 지상으로 나가게 되더라도 그 브랜드가 처음 시작했던 곳이구나, 하고 알려지는 그런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랑 같이 입점한 1세대 청년가게 친구들이 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처음에 공간이 생겨서 하고 싶었던 건 워크숍이었어요. 여기서 사람들이 와서 관계도 만들고 물건도 사고 그런 걸 생각했거든요. 거의 반년이 지나갔는데 그런 걸 더 해보려고요.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워크숍도 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고정 팬이랄까? (웃음) 그런 분들을 늘리는 게 목표에요.


한복회사 다니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여기서 해소하고 싶어요. 한복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선택지가 없다는 게 큰 거 같거든요. 한복의 여러 가지 종류 중에 새롭고 재미있고 편안한 선택지를 제가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 같은 경우엔 하루하루 묵묵히 하는 게 길게 봤을 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상호가 다시서점인 이유가 서점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서점을 다시 해보자는 의미거든요. 제 또래 친구들이 어릴 때 서점이나 음반점을 들락거리면서 '나이 들면 해봐야지.' 하고 꿈꿀 정도였는데, 이제는 '4대 보험 되는 데로 가야지.' 하니까요. 그 친구들은 나름대로 길을 찾아가는 거고 저는 저 나름의 길을 찾는 거라서 다시 서점을 해보자 하는, 어렸을 때를 되새겨보자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던 거 같네요.






■ INFORMATION
 주소(공통): 서울시 종로구 종로4가 121 종로4가지하상가(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11번 출구)
 다시서점 www.fb.com/dasibookshop
 양순네www.fb.com/Yangsoon.net


* 위 글은 서울시설공단(http://sisul.or.kr)에서 발행하는 지하도상가 매거진 G:HA[지:하]를 편집한 것으로 매거진 전체보기::링크새창베네핏 매거진(http://www.benefit.is/)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매거진 G:HA[지:하]는 서울 지하도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Good: G) 상품, 즐거운(Haha: HA) 경험을 발굴하여 새로운 쇼핑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지하상가 #종로4가 #청년가게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