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랑 칠보랑 만났을 때
발행일 2011.09.23. 00:00
손끝 매운 지역 주부들, 취미활동 넘어 전문 수공예품 만드는 마을기업 만들다
“지난 5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임박해서 면목역 공원에서 프리마켓을 열었는데 지역 주민들이 제가 만든 작품을 사 가시더라고요. 그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제 작품을 보고 ‘참 좋다, 예쁘다’고 공감해 주신 거잖아요.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많이 팔리면 확 탄력을 받아요.” 6개월 된 중랑구 면목2동 마을기업 '한지랑 칠보랑' 회원들의 소감이다.
2002년 지역 주부들 몇몇이 동자치센터 문화교양강좌에서 한지공예 수업을 받게 됐다. 그 때 모인 40~50대 주부 8명은 9년이란 세월 동안 이경숙 한지공예강사와 더불어 한지공예 작품 활동을 지속해 왔다. 회원들 모두 초·중·고급 과정을 거쳐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는 자격증을 땄고, 얼마 전엔 외부로 출강을 나가는 1호 강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손수 만든 한지공예품들은 지역에서 수시로 전시됐으며, 일본과의 교류전도 4회나 열 정도로 회원들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가 됐다. 한지를 이용해 만든 수준 높은 소품들은 물론 한국의 민속놀이와 우리네 전통적인 풍경들이 담긴 10호~100호 짜리 한지 입체화 액자들은 주민들은 물론 전시장의 내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치회관과 전철역사, 자치구청에서 여러 차례 작품전시를 연 것은 물론 자치단체장이 타 지역을 방문할 땐 회원들이 만든 작품들이 해당 지역으로 공수돼 전시되기도 했다. 이들의 꾸준한 활동을 눈여겨 본 면목2동 자치센터는 지역을 대표하는 수공예로 자리매김한 한지공예를 특화할 방법들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구청에서 진행한 수공예작가발굴양성과정을 통해 칠보공예작가 신유진 강사와 칠보공예작품 활동을 지속할 6명의 회원들을 확보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만든 한지와 칠보로 만든 전통수공예품은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을 했고, 면목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동자치센터, 이경숙 강사를 포함한 한지공예 회원 9명과 신유진 강사를 포함한 칠보공예 회원 7명이 ‘의기투합’했다.
지역 공동체의 각종 특화자원을 활용해 주민 주도의 비즈니스를 통해 안정적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공모에 지원을 하게 된 것. 지자체나 자치센터 단위에서 전통수공예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특성상 향후 문제없이 마을기업을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을까란 점은 짚고 넘어가야만 했다. 한국자치학회 전문가를 초빙해 지난 2월 중순부터 사업준비에서부터 사업운영의 실무교육과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에 이르는 전(全) 과정에 대해 9차례에 걸쳐 전문 컨설팅을 받았다.
3월 말 드디어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4월 11일 면목2동 자치센터 2층에 한지공방과 칠보공방이 각각 문을 열면서 면목2동 마을기업으로서 첫 출발을 시작했다. ‘한지랑 칠보랑’이라는 근사한 마을기업의 이름도 생겼고, 한지와 칠보의 이미지를 담은 멋진 로고도 생겼다. 마을기업의 대표는 김영자 주민자치위원장이 맡았고 지도강사 두 명은 각각 부대표를 맡아 전체적인 기틀을 잡아갔다. 자치위원 4명의 든든한 후원 속에 한지와 칠보공예 회원 16명은 작품 활동을 통해 마을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주역들이 됐다.
주문 이어져 바빠진 주민들, “이 재미로 해요.”
회원들은 공방에 모여 한지와 칠보 공예작품을 만들었고,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진 작품들은 공방 안에 있는 진열대에 늘 전시되면서 자치센터를 찾는 주민들에게 판매됐고, 외부의 각종 전시를 통해 '한지랑 칠보랑'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가 하면 즉석에서 판매해 수익을 냈다. 프리마켓에 8회 참가했는가 하면 구청 전시 판매도 3회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 4월에는 제품개발회의를 통해 한지 카네이션을 제작, 구청 로비에서 가족사랑선물전을 개최해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구립 경로당 노인들에게 한지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를 진행했다. 7월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지와 칠보 체험교실을 운영했다.
여세를 몰아 8월에는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한지입체화전을 개최하여 수준 높은 작품세계를 선보였고, 오는 10월 100여 개국이 참가하는 국제행사인 세계장애여성대회 기간 동안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이틀간 전통공예전시회를 개최함은 물론 무궁화 형상을 한 한지 코사지를 개발해 세계장애여성대회에 참석하는 내외 귀빈의 가슴에 한지무궁화 코사지를 달기로 대회조직위원회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에는 동 단위 자치회관으로는 처음으로 코엑스에서 열린 핸드메이드코리아페어에 한지랑 칠보랑 수공예품들이 출품돼 4일간 전국의 수공예전문업체 제품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경험을 쌓았다. 현장 판매도 실시해 1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한지랑 칠보랑'의 우수한 수공예제품들을 눈여겨 본 동서울대학교 학교기업과 임가공 납품 MOU를 체결하는 쾌거를 올렸다. USB에 칠보를 입혀 일주일 동안 작업해 650여개를 납품, 200여만 원의 수익을 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생활이 어려운 주민 9명을 시간제로 채용해 임가공 작업에 참여시킴으로써 그들에게도 일정한 액수(총 67만원)의 수익 나눔을 실시했다.
낭보는 이어졌다. 납품된 칠보 USB가 반응이 좋아 더 만들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시계의 내부에 칠보를 입히는 칠보 시계 200개 주문도 얼마 전 확정됐다.
“자치센터 2층에 공방이 만들어지면서 마을기업으로서 사무실 임대비나 관리비 등이 들지 않으니 하청 받은 제품의 가격을 최소의 비용에 맞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얼마 전엔 회원들 각자가 직접 상품 개발과 판매 방법 등에 대한 기획서를 냈어요. 기획서에 따라 상품이 나오면 하반기나 내년 초 쯤 중랑구청 로비에서 전시와 판매를 겸한 행사를 계획 중입니다. 오는 10월 10일에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참가해 전시와 판매를 겸할 계획도 갖고 있고요. 외국 작가들도 많이 오니 우리나라 칠보의 우수성도 알리고 마을기업으로서 칠보공예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회원들과 합심해서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야겠어요.” 회원들과 한창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칠보공예 신유진 강사는 희망찬 계획들을 쏟아냈다.
우린 이제 이익을 내는 마을기업의 한 사람이랍니다!
8월 말 현재 기준 총 매출액이 5,130,000원으로 그동안 작품과 제품을 만들어낸 공방회원 16명에게 원재료비와 지치회관 기금 10%를 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인건비가 지급됐다. 비록 첫 출발이라 적은 금액일지라도 전업주부에서 경제활동 주체가 된 회원들의 뿌듯함은 남달랐다. 이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 주고 있었던 것은 면목2동 자치위원회와 동자치센터. 면목2동 자치센터 배성룡 행정민원팀장은 “자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매출과 상설매장인 가게를 얻을 정도의 영업이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자치위원회와 동자치센터는 인큐베이팅 역할에 충실할 겁니다. 더불어 앞으로 한자와 칠보 수공예품의 전통성을 살려, 판매 루트를 시청과 구청 등 관공서나 관광공사 방문객들로 잡고 기념품화 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라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전통미가 물씬 풍기는 한지와 칠보 수공예품으로 전통문화도 계승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16명의 '한지랑 칠보랑' 회원들의 손끝에선 천년 한지의 은은한 아름다움과 고운 빛깔을 굽는 색채 예술의 향연이 연일 펼쳐지고 있었다.
문의: 02) 2094-6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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