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커피 마시면 술 생각이 뚝!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김지윤

발행일 2012.12.18. 00:00

수정일 2012.12.18. 00:00

조회 2,330

[서울톡톡] "건전음주캠페인과 같은 공익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토프레소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커피 슬리브에 그려진 강풀 작가의 음주자제 카툰을 보고 잠시나마 건건한 음주 문화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오종환 토프레소 대표는 서울시가 제안한 '건전음주캠페인'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 공익을 위해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말연시 폭음 폐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하고, 재능기부를 통해 웹툰 작가 강풀(강도영)이 그린 폭음 자제 만화를 커피 슬리브(컵에 덧씌우는 종이)로 만들어 캠페인에 동참할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서울시 복지건강실 김수정 주무관은 전화 통화에서 "커피 슬리브에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는 강풀 작가의 카툰을 그려 넣기로 하고, 21개 커피전문점에 협조 공문을 보냈는데 토프레소만 참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건전음주캠페인'에 대한 커피전문점들의 참여가 저조한 데 대해 김 주무관은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이벤트와 함께 슬리브 만드는 시간이 촉박했던 게 원인 같다"고 짚었다.

슬리브에 적힌 작은 메시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토프레소 매장을 찾았다. 오종환 대표를 만나 '건전음주캠페인' 동참 이유를 듣기 위해서였다.

토프레소 한남점 문을 열자 만취한 아들이 아버지를 못 알아보는 우스꽝스러운 카툰이 그려진 슬리브로 감싼 커피를 들고 오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 대표에게 물었다. 강풀 작가의 카툰 슬리브 만드는 일이 귀찮지 않았느냐고.

"11월 초 '건전음주캠페인'에 관한 서울시 공문을 받았습니다. 내용을 확인하곤 바로 하겠다고 했지요. 좋은 일인데 당연히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오 대표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슬리브를 새로 만들기 번거로웠지만, 매장 앞에 놓일 배너 디자인 아이디어까지 직접 냈다"면서 활짝 웃었다.

'건전음주캠페인'을 위한 슬리브는 지난달 말일부터 전국 토프레소 매장으로 보내졌다. "서울 49개를 포함해 전국 174개 매장에 12월 한 달 동안 총 15~20만 개 정도를 보낼 예정입니다. 최소 15만 명의 소비자가 캠페인 참여하는 셈이지요."

오 대표는 전부터 사회공익활동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건전음주캠페인' 카툰이 그려진 슬리브 반대쪽에는 신간이 소개돼 있다. 커피 슬리브를 통해 독서캠페인까지 벌이는 셈이다.

오 대표의 아이디어로 토프레소는 올해 초부터 '감성 충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출판사와 연계해 소개한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다. 토프레소 홈페이지를 통해 토프레소 영수증 하단의 번호를 입력하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그에게 커피 슬리브를 통해 책을 소개하는 이유를 묻자 자신이 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긴 호흡의 책 읽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책에는 제가 토프레소를 통해 전하고 싶은 따뜻함과 여유로움, 감성이 있습니다." 그는 서해문집의 <산책>이란 서평지도 내년부터 전국 매장에 갖춰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오 대표가 공익활동에 앞장서는 까닭은 '사람이 먼저'라는 신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본사의 이익보다 소비자와 가맹점이 우선이라고 했다. 토프레소 가맹점마다 내부 인테리어가 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토프레소는 매장 입지에 따른 서로 다른 인테리어를 적용한다. 메뉴 가격도 매장 입지를 고려해 차별화했다. 매장마다 새 메뉴판을 만들어야 해 번거롭지만 합리적 운영을 위해서라고 오 대표는 말했다.

교육비도 받지 않고,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없다. 이러한 운영이 당장은 손해인 듯해도 결과적으로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오 대표는 강조한다.

"토프레소는 장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맹점과의 신뢰가 돈독해진다는 것입니다. 정직과 원칙을 지킬 때 신뢰가 쌓입니다."

긍정적인 자세로 위기극복

이달 말까지 전국 180개 매장 열 예정인 토프레소에게도 어려움이 있었다. "2004년 첫 매장을 열고, 2005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초부터 3개월 동안 가맹점 문의가 한건도 없는 침체기가 이어졌지요."

오 대표가 생각한 위기극복 방법은 나눔이었다. 당시 그는 아내와 함께 민간구호단체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었다. 그 때 돕던 아이들은 벌써 어른이 됐다. 지금 돕는 아이들은 총 9명. 국내 아이 4명과 외국 아이 5명이다.

"아내와 함께 시작한 나눔은 오히려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나눔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활에 힘을 얻고 3개월간의 사업 침체기도 끝이 났지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사업 침체기를 겪지 않았습니다."

위기를 '나눔'을 통한 긍정의 힘으로 극복한 것이다. 2010년에는 열린나눔재단을 통해 '블리스앤블레스'에서 교육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블리스앤블레스는 청년 탈북자들을 위해 만든 카페다. 오 대표는 서울시 지정 사회적기업의 주선으로 모인 새터민 청년들이 2010년 3월 말 카페를 열기까지, 그들의 교육을 맡아 카페 운영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오 대표는 어려움을 이겨낸 원동력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자세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57명 중에서 57등이었습니다. 대학도 삼수를 해서 갔지요. 첫 직장은 면접을 20번 넘게 떨어진 뒤 입사한 한글과 컴퓨터였습니다. 그랬지만 지금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요(웃음)."

오 대표의 꿈이 궁금해졌다. 그는 향후 매장을 얼마나 늘리는지 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나누며 성장하는지가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통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신뢰와 최상의 품질로 토프레소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또 받은 사랑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통로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의 선한 꿈 때문일까? 오 대표의 얼굴이 그날 내린 눈처럼 깨끗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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