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내 딸 희영이를 찾습니다

하이서울뉴스 조선기

발행일 2011.08.04. 00:00

수정일 2011.08.04. 00:00

조회 7,132

 

1994년 봄, 희영이가 실종됐다. 당시 나이 10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논다며 집을 나간 게 마지막이었다. 서기원 씨는 희영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18년이 흘렀다. 매일 밤 희영이가 돌아오는 꿈을 꾸지만, 눈을 뜨면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엿한 아가씨가 되어 있을 터였다. 희영이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아이가 실종되자 한 순간에 바뀐 인생

25일, 희영이 아빠이자 실종아동찾기 협회장으로 있는 서기원 씨를 만났다. 피곤해보였지만 씩씩한 목소리로 우리를 반겼다. 그는 현재 실종아동 가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누구도 이런 아픔을 겪지 말았으면 하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때는 정말 아이를 찾을 생각만 했어요. 경찰은 사건 사고가 아니라고 신고도 받지 않고, 전단지도 직접 만들어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홍보해달라고 했죠. 좀 더 현명하게 했어야 하는데, 제가 경찰이 아니니까 어떻게 찾아야 할지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는 전북 남원에서 골프연습장과 여행업을 했다. 평범한 가정이었고, 남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그러나 희영이가 사라지자 인생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말다툼이 잦아지면서 부인과도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졌다. 희영이 할머니도 손녀딸을 그리워하다 생을 마감했다. 그때 유언으로 그는 지금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희영이를 찾아다니면서 다른 힘든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1995년엔 남원시소년소녀가장돕기청년회를 창단해서 아이들을 희영이라고 생각하고 정을 쏟았지요. 이후엔 어머니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종교에 입문하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다른 실종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할 일이 하나 둘 생기더라고요." 

그는 현재 실종아동 협회장을 맡고 있다. 아이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거리에서 실종가족을 만나게 되고, 서로 연락처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협회까지 만들게 됐다. 실종아동찾기협회는 지난해 2월 16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승인을 받았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중에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을 헤매지요. 엄마들이 아이를 찾으면 괜찮은데, 아빠까지 나서는 가정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죠. 저는 요즘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으면, 가능하면 차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찾기는 정말 힘들거든요. 결국은 정부가, 시스템이 실종아동을 찾는다고 봐야 해요."

현재 협회에서는 실종 당한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이 찾는 방법과 부모들이 대처해야 할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또 실종아동이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협회가 하고 있는 일이다. 특히 실종된 아이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언하는 것도 그는 빼놓지 않는다. 

실종아동찾기 원스톱시스템 구축 중 … 실종아동찾기에 큰 도움 될 것으로 기대

서울시의 경우 2005년 이후에는 실종 아동을 찾지 못한 사례가 없으나,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시스템 미비 등으로 전국적으로 234명, 서울시에만 169명의 실종아동을 찾지 못했다. 그만큼 장기실종아동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히 경찰청에서 실종아동찾기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그동안 찾지 못했던 많은 실종아동과 장애를 가진 많은 분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에는 얼굴인식 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것은 주민등록을 발부할 때 부착된 사진을 가지고 현재 모든 시설에 수용된 분들과 대조해보는 시스템으로, 이게 가능하면 많은 실종자들이 가족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기원 씨는 이 시스템과 함께 아동들의 현재 모습을 추측할 수 있는 얼굴변환시스템 등을 활용하면 실종아동 찾기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얼굴변환시스템은 아이의 얼굴을 통해 미래 얼굴을 유추하는 것으로, 그동안은 미국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들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시스템 구축 2차 사업에 얼굴변환시스템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우선 선진국에 가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어요. 미래 얼굴을 유추하는 게 단순히 포토샵으로 배치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인간의 골격도 알아야 하고, 역사적인 부분도 공부해야 하고 그렇습니다. 미국 전문가들도 동양인의 경우 자료가 많지 않아서 작업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이전 실종아동보호법의 경우 예방과 홍보는 복지부, 찾기는 경찰이 하다보니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근 경찰청 182센터의 노력으로 원스톱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실종아동 보호법이 만들어진 2005년 12월 당시 나이가 14세 미만이면 실종아동, 14세 이상이면 가출인으로 분류하여 관리돼 왔습니다. 예를 들어 실종아동이 성장하여 부모나 가족을 찾고자 하지만 신고 당시 나이가 14세 이상이 되면, 실종아동이 아닌 가출인으로 분류되어 가족을 찾기 어려웠죠."

결국 올해 초 실종아동보호법이 개정되어 실종아동 기준이 실종 당시 나이인 14세 미만으로 바뀌었다.  

(사)실종아동찾기협회 홈페이지 http://fmca.kr/

"최근 장기실종의 경우 DNA가 아니면 찾을 수가 없습니다. 부모도 신고하고, 아이도 신고해서 DNA를 대조하는 것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죠. 이 얘기를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는데, 182센터로 신고하면 부모와 아이의 DNA 등록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희영이를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 짧은 정적에서 북받쳐 오르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걸 하겠지요.'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그에게 다시 한 번 딸과 함께할 시간이 찾아올 수 있을까. 부디 꼭 그런 순간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실종아동 문의 :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 (국번없이) 182

 

■ 실종아동 방지를 위해 필요한 교육

  1.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찾아오면 함부로 문이나 창문을 열지 않도록 한다.
  2. 혼자 있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3. 집과 부모님의 연락처를 알아둔다.
  4. 외출할 때에는 어디에 가는지 보호자에게 반드시 알린다.
  5. 누군가 억지로 데려가려고 할 때 “안돼요! 싫어요!” 라고 외친다.
  6. 자녀들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수칙들을 반복해서 연습시킨다.

#실종아동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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