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위해 연습, 15kg이나 줄었어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류재순

발행일 2012.07.25. 00:00

수정일 2012.07.25. 00:00

조회 2,336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학창시절부터 가져온 꿈을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이룬 청년이 있다. 바로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 41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동력제어 부문 금메달을 22년 만에 한국에 안긴 유희재(21, 삼성중공업 사원) 씨이다. 자랑스러운 그를 모교인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축하드립니다." 좀 늦기는 했지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수줍은 듯 웃는 그의 첫인상은 예상대로 건강했다. 몸과 마음이 건실할 것이란 기대감이 적중했다. 비록 메달 획득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금메달리스트를 만났다는 설렘으로 출전 계기를 물었다. "고등학생 때 내내 금메달 따는 것이 제 꿈이었어요. 학교 선배님들 연습하시는 것 보며 많이 배웠어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하려면 전국대회 입상 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해야 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 내내 주말도 없이 학교에 나가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3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삼성중공업에 스카우트 된 후 바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고등학교 때 지도교사 선생님과 삼성중공업 지도 선생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학창시절 선생님께서는 매일 꾸준한 연습이 몸에 배게 해주셨고, 지금 직장 선생님은 저 때문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제가 많은 질문을 하고 있어요.(웃음)"

기능올림픽 선수들도 스포츠올림픽 선수처럼 강도 높은 합숙훈련 후 대회에 참가한다. 동력제어 부문에서 22년 동안이나 대한민국에 금메달이 없었기에 그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에 대비했다. "한국은 위험해도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는 편이지만 외국의 경우 우선순위가 안전이란 것에 착안하고 자료를 많이 모았어요. 실전연습도 많이 해서 합숙이 끝나니 몸무게가 15kg이나 빠져있더라고요."

그렇게 후회 없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런던으로 출국했다. 드디어 대회 날이 왔다. "대회장에 들어서자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첫 날 회로설계는 1위로 마무리 했다. 둘째 날 직접 만드는 작업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치수를 재고 자르고 붙이는 작업이었는데 평소 300개씩 다 맞추는 연습을 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셋째 날 고장점을 찾는 부분에서 위기가 닥쳤다.

"연습을 많이 했기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았는데 20분간 하나 찾고는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프랑스심사위원이라 영어가 안 통해서 물어볼 수도 없었어요." 그러나 영어가 통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죽기 살기로 다시 집중을 했다. 결국 연습했을 때 실력이 뒤늦게 발휘가 되어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대회 4일 차에 더 큰 위기가 닥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날 새벽 3시까지 생각했어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고 체크했죠. 그래도 모르겠더라고요. 이대로 한방에 제 꿈이 날아가는구나 싶었어요." 다음날 아침 대회장에 선 그는 울면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마냥 쳐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며 다시 집중했다. 화려한 조명에 잘 보이지 않던 케이블 색깔을 교체했더니 문제가 풀렸다.

"끝났구나 하는 아쉬움에 엉엉 울면서 대회장을 나왔습니다. 관련자분들이 모두 모여 박수를 쳐주셨어요. 심사위원께서 주신 휴지로 눈물을 닦고 있었는데 심사위원께서 그거 내가 닦던 거다 하셨죠." 그렇게 감동의 눈물바다로 경기가 끝났다. 덤덤한 마음으로 기다린 결과 1위에 유희재 이름 석 자가 불렸다. 태극기를 들고 단상에 올랐다. 그때 기분이 어땠을까?

"좋았죠(웃음)."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활짝 웃으며 한마디로 감동을 압축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목표했던 것에 정진해서 인생의 큰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컸습니다.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과 선배님들,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도 컸고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금메달 입상으로 동탑산업훈장과 상금 6,720만원, 평생연금, 병역대체복무, 대학진학 시 장학금 지급 등 특전을 얻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특전이 다가 아니다. 동사무소와 고등학교에 현수막이 걸리며 이름을 빛냈다.

"밤낮 없이 연습해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재미있어서였습니다. 아마 즐기면서 하지 않았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거예요."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재미있었던 스무 살 청년은 대한민국에 22년 만에 동력제어 금메달을 안겼다. 중3때 진학선택을 할 때에도 직업박람회에 다니며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했다. 어려서부터 로봇을 만들고 가전제품을 분해해서 조립하는 등 기계 만지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공업고등학교를 결정했다. 공부도 제법 했지만 부모님은 그의 결정에 따랐다.

"저는 제 자식이 공부와 기술 중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하면 본인의 뜻에 따를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이 그러셨듯이요." 선 취업 후 진학에 대해도 긍정의 뜻을 비쳤다. 세계무대에서 금메달 획득이란 큰 꿈을 일찌감치 이룬 그에게 또 다른 꿈을 물었다.

"욕심을 내본다면 대한민국기술명장이 되는 것이에요. 아직은 사회에서 더 배우고 기술을 갈고 닦아야겠죠." 그는 인터뷰 내내 스물 한 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과 확신, 믿음이 가득했다. 부러울 만큼 빛난 그의 눈빛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발견해본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란?
국제기능올림픽대회(World Skill Competition)는 세계 각국의 청소년간 기능교류로 기능수준을 향상하고 직업훈련제도 및 방법의 정보교환을 하기 위해 개최되는 경기이다. 2년마다 열리며 1947년 스페인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경기종목으로는 기계, 금속, 전기/전자/정보, 건축/목재, 공예, 미예 분과로 나눠 총 46개 직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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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능올림픽대회 #금메달 #유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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