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발행일 2011.06.29. 00:00

수정일 2011.06.29. 00:00

조회 7,844

은빛행복가게

오랜 세월 사회에서 일하며 갈고 닦은 경험과 실력, 흐름을 볼 줄 아는 통찰력과 지혜,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도 절대 지지 않을 열정까지 겸비한 사람들, 바로 실버세대들이다. 이들을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센터, 노인취업훈련센터와 고령자취업알선센터. 어르신 안심 기획 마지막 편은 이곳을 통해 실제 취업에 성공해 신나게 일하고 계신 어르신들을 만나봤다.

두 번째 인생은 바리스타로, 난생 처음 사인요청까지 받아봤어요!

정영심(65세, 여, 실버북카페 '삼가연정' 근무)

Q. 어떻게 삼가연정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만 있으니 우울증이 찾아오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동네복지센터에 이력서를 냈는데, 노인취업훈련센터에서 취업 교육을 받으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취업 교육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광고모델훈련을 신청했어요. 근데, 어느 날 노인복지센터에서 연락이 왔어요. 복지관 1층에서 안내원을 뽑는데 시급이 많지는 않지만 취직하지 않으시겠냐고. 너무 신나서 바로 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이력서 내고 면접 보고, 그렇게 1년 반 동안 안내를 봤어요. 다시 일한다는 것도 너무 기쁘고, 어르신들을 대하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 2009년에 삼가연정이 생기면서 이곳에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또 받게 됐고, 그렇게 오게 됐어요. 벌써 1년 9개월이 됐네요.

Q.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세요?
여기는 오전, 오후 2팀이 있어요. 오전팀은 8시 30분~ 오후 4시 40분까지 일하고 오후팀은 3시 40분~ 9시까지 일합니다. 보통 격주로 한 주는 오전에, 다른 한 주는 오후에 나옵니다. 일은 일주일에 3번 일해요. 하루 쉬고 나오니까 한결 좋죠.

Q.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또는 보람 있거나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이곳에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옵니다. 젊으신 분들은 와서 엄마가 챙겨주는 것 같다고 칭찬해주실 때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어르신들은 이런 카페가 낯설잖아요. 저도 처음에 커피 이름만 외우는데도 오래 걸렸거든요. 그래선지 커피를 시키시면서 또는 커피가 쓰다며 짜증 부리시는 어르신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원두커피다 보니까 어르신들 입맛엔 쓰시죠. 그런 분들께는 우유를 함께 드려요.

Q. 자녀분들 또는 주변의 친구 분들은 뭐라고 하세요?
우리 애들은 너무 좋아해요. 집에만 있는 것보다 밖에서 일하니까 훨씬 좋아보인다고. 아들은 직장 가서도 우리 어머니 아직도 일하신다고 자랑한대요. 그리고 호주에 있는 딸한테는 제가 직접 커피 뽑는 사진을 보내줬는데, 그걸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놨대요. (웃음). 친구들도 너무 부러워해요. 일하고 싶다고. 그래서 바리스타 교육받는다고 신청한대요. 아, 여기 와서 사인도 처음 해봤어요. 아주머니 다섯 분이 오셔서 저를 TV에서 봤다며 사인을 해달라시는데, 처음엔 거절하다가 하도 부탁하시는 통에 사인을 해드렸어요. (웃음).

Q. 취업을 고민하시는 어르신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사실 아프면 일하기 싫잖아요. 근데 일하다 보면 아픈 몸도 건강해져요. 제가 여기서 일하면서 웃는 일도 많아졌고, 젊은 사람들이랑 얘기도 나누면서 더 젊어지는 기분도 느끼거든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일하시길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하루에 2~3만보, 걷는 게 힘들지만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이동수(63세, 남, '탑리서치' 근무) 이광우(69세, 남, 리서치회사 '탑리서치' 근무, 右)

Q. 탑리서치에서 일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광우 선생님 : 원래 서울시 노인복지센터의 지역가이드로 1년 일했어요. 그런데 무료로 통역하는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그 일이 사라졌죠. 그 후 리서치 업무가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이메일로 지원하고 여기에 왔습니다. 일한 지 2년 됐어요.

Q.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시고,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인가요?
이동수 선생님 : 정부나 각처에서 의뢰한 설문조사지를 들고 기업체를 찾아가서 재무제표 및 설문을 받아 정리하여 마감기한까지 제출하는 일입니다. 굳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정해진 지역으로 가서 하루에 15곳 많게는 30곳을 찾아가 설문을 받습니다. 각자 마감기한에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스스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일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간단한 엑셀작업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재무제표 보려면 통계 공부 좀 해야죠. 요즘 인터넷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Q. 일하시면서 힘든 점 또는 보람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광우 선생님 : 하루에 2~3만보 걸어요.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 걸어야 하니까. 하도 많이 걸어서 요즘 같이 무더울 땐 넥타이 목 부분이 하얘져요. 처음엔 이게 뭔가 했는데, 땀이었어요. 아내가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렀으면 여기가 다 하얘져 소금이 생겼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많이 걸으니까 건강에 좋아요. 우리 탑리서치에 근무하시는 분 중 최고령이 37년생이시니까 75세고, 제일 어리신 분이 이제 환갑되신 분인데 배 나오신 분이 한 분도 없어요. 많이 걸으면서 운동하니까. (웃음). 힘든 점은 요즘 하도 설문조사가 많으니까 문전 박대를 당할 때 속상하죠. 그래도 금세 털어버립니다. 맘에 담아두면 일하기 힘드니까요.

이동수 선생님 : 안타까운 점은 설문조사를 왜 해야 하는지 다들 잘 모른다는 겁니다. 선진국에서는 설문조사가 당연시 되어 있는데 우리는 설문조사 왔다고 하면, 그런 걸 왜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설문조사가 정부에서 하는 거거든요. 지식경제부, 통계청 등. 그런데 저희가 방문하는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요즘 중소기업이 많이 어렵다 보니 정부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저희에게 토로하시는 분들도 많죠. 실제로 재무제표 받아보면 작년보다 어려워요. 특히 중소기업들.

Q.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다보니 다른 동료들을 만날 일이 드물 것 같네요.
이광우 선생님 :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도 금요일이 되면 각자 업무를 마치고 회사로 모여서 저녁식사에 반주 한 잔 기울이면서 서로 힘들었던 이야기 및 수고했다는 격려도 나누면 힘이 됩니다. 또 같이 일하는 분들이 기업체,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신 분이다 보니 서로 도움도 많이 돼요. 전에 학교 관련 리서치를 맡았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디를 찾아가야 할 지 까마득했던 적이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분 중 교장선생님 출신이 있어서 한결 쉽게 일할 수 있었어요.

Q. 일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광우 선생님 : 리서치라는 게 일일이 발로 뛰어야 하고, 찾아가서 머리 숙여 부탁해야 하고, 마무리 손길도 많이 가는 일입니다. 때문에 친구들이 이 나이에 이런 일 한다고 놀라기도 하고 대단하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일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수고는 감사히 여겨야죠. 세상에 쉽지 않은 일이 없잖아요. 또한, 일 없이 무료하게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적적하고 힘들지만, 일하면서 각계각층 사람 만나니까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듣고 배우는 것도 참 많아요. 예전에 없던 직업들이 많이 생기면서 다양한 직업군으로부터 주워듣는 것도 많고, 도리어 친구들 만나 얘기하다보면 그런 건 어디서 알았냐고 묻죠. (웃음).

이동수 선생님 : '예전에 내가 뭘 하던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새로운 인생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을 가로 막는 것 같습니다. 일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가까운 센터에 가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상담하고 일을 찾으시길 권면하고 싶습니다.

 

◉ 노인취업훈련센터(http://www.goldenjob.or.kr)

55세 이상 취업희망자는 누구나 서류(이력서, 사진, 주민등록증 양면사본 각 1장)를 준비하여 가까운 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 구직자등록을 하고 취업훈련을 신청하면 된다. 취업준비훈련(월 2회 이상), 취업아카데미, 직무훈련(경비, 광고모델, 배달원, 바리스타, 정보화 등), 창업훈련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3,301명의 어르신이 수료하여 취업에 성공했다. 노인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삼가연정', '탑리서치', 노인생활용품점 '은빛행복가게' 등에 취업알선도 받을 수 있다.

세 번의 두드림 끝에 제가 맞는 일자리 찾았어요!

전상민 (62세, 남, △△주유소 근무)

Q. 일자리를 어떻게 찾게 되셨나요?
퇴직 후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고 몸도 아프더군요. 무작정 쉬는 것 보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생활정보지를 보던 중 서울시립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취업 알선을 한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하고, 서류를 준비하여 마포고령자취업알선센터에 등록했어요.

Q. 처음 하셨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2008년 12월 고령자취업알선센터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시작한 일은 오후 6시에 시작하여 밤 11시까지 택배집하장에서 지방별로 물류를 분류하는 일이었어요. 일은 많이 힘들지 않았지만 날씨가 추워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무의미하게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보람도 느꼈습니다. 밤에만 일하다 보니, 낮에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다시 센터를 방문했죠. 그 후, 상담을 거쳐 소개받은 곳은 지하철 택배였습니다.

Q. 현재 하시고 계신일은 무엇이며, 일하면서 느낀 점을 나눠주세요.
지금은 여건상 물류 분류작업을 그만두고 센터에서 소개해 준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급여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등 환경이 이전 보다 더욱 좋아졌어요. 나이는 들었지만, 일을 하면서 얻는 자긍심과 물질적 풍요,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등 이런 것으로 인해 얻어지는 모든 보람과 활력을 통해 다시 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하지 않았을 때에는 답답하고, 걱정에 시달려 잠도 잘 자지 못했지만, 일을 통해 모든 괴로움을 잊고 즐거움 속에서 일할 수 있어 감사하고 있어요.

Q. 취업을 고민하시는 다른 어르신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먼저, 제가 두드릴 때마다 일자리를 연결해준 센터의 상담사님들과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어요. 또한, '힘든 일은 없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안부전화를 통해서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는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은 이런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센터를 충분히 이용하시길 권면합니다. 또한, 나이가 들었으니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젊은이들과 동행하는 것,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활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지난날에 멈춰두지 않고 변화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모습에 파이팅을 외칩니다.

 

▣고령자취업알선센터(http://www.noinjob.or.kr/☎1588-1877)

민간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자치구별로 하나씩 마련되어 있는 25개의 고령자취업알선센터는 취업상담, 적응교육, 알선 기회 등을 제공하며 맞춤형 취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어르신일자리박람회를 서울시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다. '07년 5,073명, '08년 5,442명, '09년 6,613명, '10년 7,573명, 올해에는 4월까지 2,788명이 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집계, 매년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25개 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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