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시인, 두 가지 인생이 즐겁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장경근

발행일 2012.06.05. 00:00

수정일 2012.06.05. 00:00

조회 2,443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제15회 공무원문예대전 시상식이 열렸다. 시, 시조, 수필 등 7개 부문 총 2,005편이 응모된 가운데 시 '일감을 찾아서'로 은상을 수상한 서울 은평구청 한규동(53) 공보팀장. 공무원으로, 시인으로, 대학 출강 등으로 바쁘게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시인에게는 네 개의 눈이 있어요. 육안(肉眼), 뇌안(腦眼), 심안(心眼), 영안(靈眼). 어떤 눈으로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 아름다움이라든지 사랑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그러니 문학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것은 자아를 찾아 가는 길과 그 길을 가기 위해 심안(心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에요. 사물의 감추어진 얼굴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어가 달라지듯이 시를 쓸 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에요. 그러니 시인들이나 철학자들, 문학가들이나 예술가들은 같은 사물을 봐도 제각기 생각과 식견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네 개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한 팀장이 출품한 '일감을 찾아서'는 고물상으로 버려질 뻔한 재봉틀을 아파트거실에 옮겨놓고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온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작품이다.

"어머니는 늘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예요.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바지를 누벼주고 기워 입혀 주선 어머니의 손길과 그 손때 묻은 재봉틀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는 더할 나위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어요"

이번 작품을 심사한 심사위원들은 "낡은 재봉틀 앞에 어머니를 다시 앉혀 놓는 데 성공했다. 어머니를 일평생 자식의 상처를 말끔하게 재생시키는 위대한 분으로 묘사하고 있어, 재봉틀 지나가는 소리 안에서 감동으로 출렁인다. 누구나 이 시를 읽으면서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을 그리워하거나 감사할 수밖에 없다"고 심사평을 했다.

공무원 25년째, 늦은 나이에 시 공부, 모두 아내 덕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공무원이 된지 25년째인 한규동 팀장은 시가 좋아 늦은 나이에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에 진학, 서울과학기술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99년 '문학과 창작'에 1회 추천을 받으면서 문단생활을 시작하였고, 같은 해 제2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개심사'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후 '사람동인'을 만들어 동인지 4권을 발간한 데 이어 2003년 '시집 언어', '젓갈 담그기'를 펴내면서 등단의 꿈을 이뤘다. 지금은 6년째 명지전문대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사해요. 어머니께도 감사드리고 특히 늦은 나이에 시를 쓴다며 공부해야겠다는 내게 희망과 용기를 더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읽어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쓰는 데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의 얼굴엔 여전히 보기 좋은 미소가 행복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일감을 찾아서

한규동

어머니가 쓰시던 브라더 재봉틀을
아파트 거실에 옮겨놓았다
다리에 흠집이 있을 뿐 체온은 아직 따뜻했다
재봉을 돌리던 페달에 끈끈한 윤활유가 아직 남아 있다
지금까지 손으로 가봉된 수많은 옷들이 거쳐 갔을,
재봉 바늘이 들락이던 구멍들과
지난날 나사들이 헐거워져 있다
저고리를 누비고 책상보를 누벼놓은 실밥이 모두 끊겼다
재봉틀 속에 조여진 바늘귀가 부러졌다
사돈의 팔촌까지 모든 일을 재봉으로 누비며
業이란 業을 모두 지탱하던 다리는 아직 든든하다
세월 속에 풀려가는 나사의 마디를 조이고
뻑뻑해진 구석에 재봉 기름을 쳤다
모두 비어있는 북에 새 색실을 감았다
장구 실패를 걸고 바늘구멍에 실을 끼우고
누벼지는 삶의 끝을 다시 잡고는
따뜻해진 재봉의 페달을 힘껏 밟는다.
오랜만에 소낙비 같은 재봉질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진다.
실밥 터진 바짓단의 상처들을
줄줄이 박아 놓은 어머니,
어느 날 바짓단이 모두 짧아진 내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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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문예대전 #시 #한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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