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의 자랑, 엄대장님 나가신다

admin

발행일 2010.08.25. 00:00

수정일 2010.08.25. 00:00

조회 2,908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재한 중국인들의 수는 6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산업현장에서 직장생활을 하지만 외국투자로 사업에서 성공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성공적인 한국생활은 앞으로 재한 외국인들의 한국생활 정착에 본보기가 될 것이다. 엄은하 회장은 그 점에서 선구자 같은 인물이다. 중국동포들이 가장 많이 손대는 '먹는 장사'로 그 누구보다도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사장이 누군지 모르는 단골손님이 많을 정도로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수입무역업을 거쳐 자체 개발한 식품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거기서 끝났다면 굳이 '하이서울뉴스'에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무엇이 더 있을까?

한중수교 후 양국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서로 다른 환경, 다른 문화를 접하던 양국 국민들은 문화차이를 좁혀가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음식문화이다.

엄은하 회장의 성공담은 여기서 출발했다. 그는 한국에 입국한 후 소화가 잘 안 되고 늘 속이 답답하다는 한 중국인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한국 약이 그렇게 좋다더니 왜 자기한테는 안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엄회장은 짚이는 데가 있어 바로 중국요리를 해서 대접하고는 집에 있던 약을 주었다. 며칠 동안 고생하던 병이 낫자 그 친구는 엄회장을 '명의'로 취급하고 온 동네에 소문을 퍼뜨렸단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아지자 당황한 그는 할 수 없이 같은 방법을 썼다." 신기하게도 그들도 병이 나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오곤 했습니다." 의학과는 인연이 없던 엄회장은 “아마도 늘 볶음음식을 먹던 습관때문에 한국음식에 적응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면서 큰 웃음을 터뜨렸다.

흑룡강성에서 서울로, 나의 성공의 비밀

엄회장은 우선 장사꾼이다. 그는 첫마디에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자신 역시 투자할 돈도 마땅한 자리도 없어서 겨우 상 네 개가 있는 작은 가게로 시작하였다. 현재는 50평에 달하는 규모로 발전했다. 그 사이 그는 두 번이나 다른 사람을 이사시켰다. 장사가 잘 되자 옆집에 이사비용까지 주면서 확장한 것이다.

그는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에서 살다가 2000년에 외국인투자로 한국에 오게 되었다. 워낙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객지생활도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당시 서울에는 중국음식이 아직 흔하지 않았기에 그의 요리솜씨는 금방 중국인들 사이에 퍼져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차린 은하음식점 문을 열 때마다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고 회상한다. 참으로 억척스레 일했고, 또 맛난 요리를 연구하고 개발하여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매일 찾아오는 손님들의 칭찬에다 두둑이 쌓이는 돈뭉치가 그 시간들을 보상해줬다.

식당에 재미를 보게 되자 욕심이 생겼다. 마침 한국에는 중국동포를 비롯해 중국인들의 수가 날로 늘어났다. 이때쯤이면 다른 개발이 필요한 것. 시장에 밝았던 그는 중국식품 가게를 차렸다. 정정당당하게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음식을 공급하겠다는 뜻으로 이름 붙인 이곳도 중국인들의 수요를 만족시켰다. 하지만 사업이 상승세를 타면서 새로운 가게들이 우후죽순마냥 탄생했다. 처음으로 경쟁자들이 출현한 것이다. 이 시각 그의 머리에는 또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있었다. 경쟁과 도전을 피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쓰고 싶었다.

재한 중국인상인회의 결성을 위하여

중국식품점이 날로 늘어나고 중국식품의 수요가 많아지자 그는 무역업에 손을 댔다. 한 달에 수차례씩 중국을 오가면서 중국식품을 수입하여 수도권에 있는 중국식품점에 공급하였다. 특히 추석과 설에는 수요량이 엄청 나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손님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자신의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낮에는 음식점에 나가고 또 저녁이면 직원들을 돌려보내고는 혼자서 밤새 연구하였다. 서울에는 특히 동북3성에서 온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라 그들의 입맛을 돋구는 물만두와 쏘시지, 구운 닭 등의 식품을 개발했다. 운이 좋았던 걸까? 이 역시 대박이었다. 직접 개발한 음식들은 원가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맛도 쉽게 보완할 수 있어 신뢰도는 높아갔다. 그가 자부하는 '고향물만두'는 한국의 크고 작은 음식점과 중국식품점에서 거의 다 취급하고 있다.

그가 '회장님'으로 불린 것은 최근이다. 장사가 잘 될수록 또 장사하는 중국인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는 혼자서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다 함께 성공하고 싶어졌다. 하여 중국식품을 수입하는 수입상이나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상인들을 조직하여 상인회를 결성할 것을 건의했다. '작고 먹는 장사'가 대부분인 재한 동포사회.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현재 재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는 8,000~1만개 정도다. 이렇게 결성된 단체가 바로 재한 중국상인연합회다. 이를 계기로 동포 상인들의 정보교환, 가격경쟁에 대한 견제도 함께 이루어지면서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상인들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또 한국 기업체들, 상인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물론 현재까지 민간단체이기는 하지만 지금 국가에서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재한 중국인상인연합회로 탄생할 공식적인 등록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이제 지역사회에도 눈을 돌린다, 자원봉사자로 방범대장으로

현재 서울의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광진구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는 동포수는 10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동포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그만큼 사회적인 부담도 늘고 있다. 일선 경찰서들의 부담도 더욱 커진 상태다. 엄은하 씨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금천구에 뭔가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경찰서와 상의하여 금천구의 사회치안, 법질서, 범죄예방, 기초질서에 대한 관리를 맡기로 하였다.

이들은 우선 23명의 상인들을 주축으로 2009년 1월 15일, 금천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경찰서장이 참가한 가운데 '한민족자율방범대'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자율봉사활동에 참가하였다. 엄은하 회장은 여기서도 방범대장으로 추대되었다. 23명의 중국동포 상인들로 구성된 '한민족자율방범대'는 지금까지 매주 1~2차례씩 밤이면 동네를 순찰하고 있다. 또한 경찰서와 지구대와의 협력을 통하여 외국인들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하여 날로 늘어나는 외국인들이 내국인들과 교류하면서,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극복하면서, 국내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경찰서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외국인들 특히 중국동포들의 범죄예방과 안전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선서한 엄대장은 '한민족자율방범대'의 복장까지 자신의 돈으로 마련하였다. 그는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순찰을 마친 대원들에게 수시로 식사대접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덕에 현재 금천경찰서 '한민족자율방범대'는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 경찰서에서도 인정하는 외국인자율방범대로 소문이 자자하다.

기자와 인터뷰를 가지는 동안에도 경찰서와 대원들과의 연락을 끊지 않고 수시로 상황을 보고 받고 회보하는 모습에서 그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금천경찰서 외사계에서 늘 “엄대장은 우리 금천구의 자랑"이라고 말할 만했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없냐는 질문에 “우선 업체라면 자기를 믿고 일하는 직원들을 가족으로 생각하라”고 하면서 엄대장, 아니 엄회장은 자신이 지나온 경험을 남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추진 중인 '재한 중국인상인연합회'를 하루 빨리 활성화하는 것도 소망이다. 그의 목표와 구상이 꼭 현실로 찾아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시민기자/전길운
xinwen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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