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소리를 닮은 해금과 아쟁의 음색에 반했죠

admin

발행일 2010.07.12. 00:00

수정일 2010.07.12. 00:00

조회 5,371

이르지만 성하(盛夏)라는 단어를 빌려 써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무더운 날씨에 지하철역부터 물경 1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서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다른 과목도 아닌 국악을 가르치시는 벽안(碧眼)의 교수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들은 이석준 시민기자로서는 이 정도 날씨를 탓할 겨를이 없었다. 국악을 사랑하는 ‘힐러리 바네사 핀첨 성' 서울대 음악대학 국악과 교수. 2009년 3월 국악 전공으로서는 서울대학교에 최초로 교수로 임용되어 민족음악학(Ethnomusicology)과 세계음악학강의를 시작한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오늘 그녀의 눈에 비친 진솔한 서울의 모습을 들어보았다.

- 서울과의 인연 그리고 국악을 선택한 이유를 듣고 싶은데요?

인디애나 대학에서 민족음악학으로 대학원 석사과정일 때 지도교수님 소개로 한국음악을 듣게 됐죠. 처음 ‘시나위’ 연주를 들었습니다. 중국음악이나 일본음악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사람 목소리를 닮은 해금과 아쟁의 음색은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교수는 그 당시를 회상하듯 'amazing'이란 단어를 연발했다.) 그래서 국악을 연구하러 서울로 왔었습니다. 서울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죠.

- 바이올린을 매우 잘 켜신다고 들었는데 연주할 수 있는 한국의 민속악기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해금을 가장 좋아합니다(기자는 이 질문으로 운 좋게도 교수님의 해금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버클리 대학(UC Berkeley)에서 포스트닥터(Post-Doctor)로서 연구하던 때 풍물을 했어요. 그래서 장구도 할 수 있고, 요즈음엔 거문고도 배우고 있습니다.

- 좀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교수님의 서울 사랑은 우리 음악으로 시작되었지만 서울 토박이인 한국인 남편으로 더욱 돈독해졌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1999년 서울에 연구하러 왔을 때 남편을 만났어요. 물론 국악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웃음), 자상하면서 배려심 있는 그의 모습에 반해 결혼하게 되었죠. 그와 함께 서울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서울이 더욱 좋아지더라구요(그의 남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서 자란 '완전' 서울 토박이였다).

- 미국의 친구나 친지가 서울에 온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소개시켜 주시겠습니까?

경복궁입니다. 어디서 그런 곳을 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감자탕을 함께 먹으러 갈 것입니다. 너무 맛있어요. 그리고 ‘굿거리’ 음악을 들려줄꺼예요.(그러면서 요즘 가장 즐겨 듣는 씨디를 여러 장 보여 주었다.) 또한 남산, 인사동에도 자주 갑니다. 며칠 전에는 인사동에 수제비를 먹으러 갔죠. 명동에 가서 칼국수도 먹고, 약수동에서 갈비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서울이 다른 외국 도시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살아있어요. 출장으로 일본에 다녀왔는데 바쁘면서도 조용한 느낌의 그곳 도시들과 달리 서울은 항상 활기가 있어요. 그래서 힘들 땐 남대문 시장에 가끔 놀러갑니다. 상인들도 쇼핑하는 사람들도 얼굴에 활력이 넘쳐 흐르지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서울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매우 긍정적이면서 열심히 삽니다. 그리고 상대방이나 윗사람에 대한 예절이 매우 바릅니다. 처음엔 이상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저도 아이들에게 예절을 강조하는 것을 보니 서울 사람 다 된 것 같습니다.(성교수는 남편과의 사이에 다인, 현모, 준모의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서울의 장점을 몇 가지만 들어주신다면요?

얼마 전 남편이 자기 할아버지 산소 보여준다고 노량진에 있는 공원에 데리고 갔어요. 작았지만 이야기가 있고 경치도 너무 좋았어요. 미국에는 큰 공원은 많지만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곳은 많지 않아요. 서울은 그런 곳이 너무도 많죠. 일단 우리 집 앞에 있는 낙성대도 그렇고. 도시 중심에 궁이 많은 곳은 아마 서울밖에 없을 걸요? (물어물어 그 공원이 어딘가 했더니 사육신 공원이었다. 교수님 남편의 할아버지라는 분은 사육신 중의 하나인 성삼문 선생이었고……. 그때야 이해가 됐다. 힐러리 핀첨 성(成) 교수!) 그리고 대중교통이 너무 편합니다. 제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땐 자동차로의 이동 외에는 생각을 못했는데 여기선 오히려 자동차가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서울이 좀 더 글로벌화 되기 위한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요.

이제 서울에 외국인들이 자녀와 함께 많이 살잖아요.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학교 주변에 술집이 너무 가깝게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저로서는 그런 것들이 매우 부담스럽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기자/이석준
통역ㆍ번역/이석준
sasamom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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