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귀를 붙잡아라
김영호
발행일 2012.03.23. 00:00
다른 사람과 대화 힘들어지면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 유발할 수 있다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흔히 ‘가는 귀가 먹었다’고 표현하는 노인성 난청은 연령 증가에 따른 달팽이관의 청각세포와 청각신경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청력이 나빠지는 질환이다. 평소 생활습관 개선으로 청력 감소의 진행을 막고, 노인성 난청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아두자.
노인성 난청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기보다는 양쪽 귀가 서서히 안 들리는 증상을 보인다.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초기에는 고음을 듣는 것이 힘들고, 난청이 진행될수록 저음 영역으로 확대된다. 또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잘 듣지 못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다고 탓하기도 한다.
난청이 저음 영역으로 확대되면 본격적으로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높은 소리의 경보음을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방향을 감지하기 어려워 응급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대화가 힘들어지면 자신감이 결여되고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평소 주의가 필요하다.
청력 감소는 40대 초반부터 시작될 수도 있으나, 실제 청력 감소로 잘 안 들린다고 느끼는 것은 50~60세 정도이고, 60세 이후에는 저주파 영역의 청력도 감소해 말소리뿐 아니라 소리의 감지 능력이 떨어진다.
소음에 노출되는 기회를 줄인다
노인성 난청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발생하는데, 그 중 작업장의 큰 소음과 같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돼 청각기관의 손상이 누적되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다. 또 최근 들어 담배, 술, 두부외상 등도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흡연은 고주파 영역의 청력 소실과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청력 저하는 피할 수 없지만, 일상에서 위험 요인을 최소화한다면 난청의 정도를 낮출 수 있다.
특히 소음의 노출을 줄이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귀마개 등 적절한 보호장구를 착용하자. 또 청소년 시기에 큰 소리로 음악을 듣게 되면 나이가 든 후 난청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뇌출혈, 심근경색,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병도 심각한 청력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 외에 항산화제가 노인성 난청을 예방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충분치 않지만, 산화효소(단백질 분자, 모든 세포와 효소를 파괴할 수 있는 신체 내의 고도의 반응성 분자)도 노인성 난청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항산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블루베리, 브로콜리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등 주위의 배려가 필요하다
노인성 난청 유무는 설문지검사나 순음청력검사를 통한 노인성 난청 선별검사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본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난청을 진단하고 재활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도움이 되는 장비는 보청기인데, 노인성 난청 환자 대부분이 보청기 사용을 권하는 시기에는 자신이 아직 보청기를 사용하기에는 젊거나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는 등의 주관적인 결정으로 사용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기에 증상을 발견해 보청기를 일찍 착용하면 일상생활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난청 상태의 확인과 그에 맞는 보청기의 선택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선택, 보청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 여부, 필요한 증폭의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난청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요령을 알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며, 되도록 주위의 소음을 줄이고, 상대방이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단순히 다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바꾸어 이야기하고, 문장이나 구의 끝에서 잠시 말을 멈추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또 환자에게서 70cm~1m 정도 떨어져서 정상 혹은 조금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달팽이관의 이상이 있으나 내부 신경이 비교적 손상되지 않은 양측의 심한 고도난청 환자에게 와우이식(인공달팽이관수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언어 능력이 좋고 난청으로 지내온 기간이 짧은 경우 수술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노인성 난청 자가진단법 아래 내용 중 ‘예’라는 대답이 3개 이상 나왔다면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 전화 통화하는 데 문제가 있다. ☐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과 한번에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인 적이 있다. ☐ 다른 사람이 말한 것을 잘못 이해하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한 적이 있다. ☐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자주 있다. ☐ 여자나 아이가 말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TV 소리가 너무 크다고 주변 사람들이 불평한 적이 있다. ☐ 울리는 소리, 으르렁대는 소리 혹은 ‘쉿쉿’ 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 어떤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 적이 있다. |
도움말/김영호(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서울의대 교수)
출처 : 보라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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