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줌마들이 움직여야 제대로 돌아간다

admin

발행일 2010.03.08. 00:00

수정일 2010.03.08. 00:00

조회 2,930

2월 26일 일산 킨택스에서는 제2기 생활공감 주부모니터 발대식이 있었다. 생소해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행정안전부에서 서류심사를 통해 발탁된 전국의 한가닥 하는 주부들이 모인 자리다. '생활 속의 지혜로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 만들기'라는 착한 캐치프레이즈가 조금은 뻔해 보이지만,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경험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온라인상에 제안하고 거침없이 토론하는 이 아줌마들에게서 1년여 만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줄줄이 나와 정부시책에 바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 중 한 명. 작년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대단한' 주부 조정순 씨를 만나고 왔다.

사실 조정순 씨를 만나기 전에 몇 가지 선입견이 있었음을 밝혀야겠다. 첫째, 분명히 전기요금이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이어서 일반시민보다 정보를 얻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둘째, 주부모니터 이전에 이미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활동가여서 자연스럽게 주부모니터로도 활동할 것을 권유받았을 것이다. 셋째, 정책 트렌드에 잘 부합하여 수상을 하긴 했지만 그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서 그가 냈던 아이디어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지난(2009) 4월에 강남구 [까치소식]을 읽다가 보니 다자녀 가구에 전기요금 할인이 있다고 해서 모처럼 시간을 내서 동사무소를 방문했지만 실망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300kw이상 쓰는 가구에 대해서만 할인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전기를 절약하자고 강조하는 국가에서, 전기를 아껴 써서 300kw 미만을 사용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할인혜택을 줄 수 없다고 하는 모양새가 되니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의 서민 가정은 한 달 전기사용량이 300kw 이상을 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25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300kw 이상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이 소형 제품을 사용하고 절약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할인 정책이 서민층보다는 중산층 이상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제안을 했습니다. 300kw이하를 쓰는 다자녀 가정도 할인을 해 주십시오. 그러면 서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강조하는 출산 장려정책에도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일반시민, 공무원, 주부모니터 등을 통합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통령상의 행운을 거머쥔 조정순 씨는 하지만 인터뷰 전에 가졌던 모든 선입견들을 단번에 녹여버렸다. 그는 평범한 어머니이자 아내이자 주부였고, 아무 주제나 꺼내서 수다 한바탕을 떨고 싶은 그런 아줌마였던 것이다. 주부모니터를 하게 된 것도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알게 된 것이었고, 수상을 했던 제안도 빠듯한 서민가계를 알뜰하게 꾸리려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였던 것. 그리고 '다자녀 가구 전기요금의 현실적인 할인' 제안이 많은 시민들에게 언뜻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조정순 씨에게는 달랐다는 것. 그의 가족이 바로 세 자녀를 둔 다자녀 가정이기 때문이었다.

재돌이(재수생)와 고2, 중2를 나란히 두었다고 말하는 조정순 씨는 "이번 제안이 채택되어 작년 8월부터 실행중이에요. 다자녀 가구 모두에게 전기 사용량과 상관없이 전기세 20%를 할인해주는 혜택이 돌아가고 있고, 그 시너지로 인해 출산장려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도 매달 6,000~7,000원을 절약하고 있는 것도 아주 기쁘구요. 이게 1년, 2년 쌓이면 결코 적은 게 아닌 거 아니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제 아이디어가 채택될 줄 몰랐어요. 그게 무척 자랑스럽고 놀라웠죠. 아! 시민의 작은 소리까지 귀를 귀울여주는구나. 신기했어요"라고 말한다. 그가 낸 제안은 현재 3자녀 이상의 가구에 도움을 주고 있고, 연간 63만 가구에 약 353억원의 경감을 가져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이 제안으로 상금도 받았다.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네. 200만원 받았죠. 물론 아주 기뻤죠(웃음).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학생이라 교육비에 거의 들어갔구요. 지인들에게 한 턱 내는 데 조금 썼구요." 계속 생글생글 미소를 잃지 않는 그의 표정을 지켜보면서 무척이나 긍정적 마인드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잠깐 동안의 전업주부 기간을 끝내고 취직도 했다. 2월 초부터 통계청 기간제로 일하게 되었기에 낮에는 일하고 밤이나 주말에는 컴퓨터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느라 그는 요즘 눈코 뜰 새가 없다. 하이서울뉴스 인터뷰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겨우 할 수 있었을 정도. "수학을 전공하긴 했어요. 하지만 자기소개서에 생활공감 제안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것도 넣었지요. 아마도 그게 하나의 스펙이 되어 살짝 가산점을 받은 것 같아요"라며 다시 미소를 짓는 그는 생각 이상으로 주부모니터로서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는 듯했다.

1년 동안 주부모니터로서 활동하면서 전국의 주부들이 연령과 상관없이 온라인상에서 친구처럼 소통하고 토론하고 하는 동안 소중한 추억들도 만들었고, 세상 사는 재미도 느끼는 알찬 시간이 됐다. 다만 그는 공공기관에서 기존 기업으로부터 벤치마킹한 '프로슈머' 개념이 활성화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박수를 보내면서도 앞으로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순수한 기본틀을 벗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끝으로 평소에 절약정신이 투철한 그에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절약 팁을 몇 가지 알려달라고 했다. "돈은 내 손에 들어와야 내 돈이다, 미리 '땡겨' 쓰거나 하는 건 없다는 게 제 인생철학이예요. 신용카드는 되도록 멀리 하지요. 최근에는 탄소 마일리지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있어요." 꼼꼼한 자료수집과 분석하는 습관 역시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꼭 절약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느 날 팝업에 뜬 주부모니터 공모에 지원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그 역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하면서.

조정순 씨는 또 한 가지 당부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뒤에서 불평만 할 게 아니라,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까 생각해보는 거죠. 그리고서 제안을 하는 거죠." 역시 그의 저력은 거기에 있었다.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릴 만큼 유명인은 아니지만, 그 '긍정의 힘'으로 조금씩 생활 속에서 보다 좋은 하루를 만들어나가는 보통 사람. 이런 보통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밝고 행복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시민기자/손윤영
rkhm09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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