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모작 제게 문의하세요

admin

발행일 2009.12.01. 00:00

수정일 2009.12.01. 00:00

조회 4,720

평생직장의 신화가 깨진 지 오래 됐다. 요즘은 인생이모작, 세컨드잡 등 창업이 붐이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그런 창업에 보기 좋게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행복한 중년 양원모(50) 씨다. 그러나 소수의 성공담보다는 우리 주변에는 실패의 사례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 양씨 역시 얼마 전까지는 우울한 실패담의 주인공이었다. 그렇다면 평범한 그가 어떻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서 빠져나와 자신감과 미소에 찬 인생의 주인이 되었을까? 수많은 예비창업자들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12월의 초입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제 2의 인생, 주먹구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 골목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이라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 한 주간의 회포를 풀기 위해 모인 직장인, 그리고 술잔 부딪히는 소리는 밤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o 쭈꾸미'는 그 골목 한 쪽에 자리해 있었다.

"저는 창업이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수한 외모가 인상적인 양원모(50) 씨가 자신을 소개하는 첫 마디가 인상적이다. IT업체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가 창업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고 느끼면서부터였다. 급변하는 IT환경을 따라가기에 지쳐 있었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지난 생활과는 다른 색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죠." 그가 처음 창업을 생각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이었다. 그러나 생각만 했을 뿐 막막했다. 그러다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요식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고.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고, 어떤 곳에 가게를 얻을지를 생각해야 했죠."

그는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서 맛으로 소문 난 집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삼겹살, 돼지껍데기, 돼지갈비, 소고기, 해물탕, 부대찌게, 떡볶기 등 그야말로 다양한 먹거리를 직접 먹어보고, 또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친절하게 궁금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다양한 맛집을 찾아 다니며 이야기를 듣던 그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주변 반찬이 많으면 위험부담이 크다는 거였다. 그 결과 반찬이 적어서 위험부담이 적은 아이템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가 쭈꾸미를 선택하게 됐죠. 아이템을 정한 다음에는 전국에 주꾸미로 유명한 집은 다 다녀본 것 같아요." 그는 쭈꾸미로 아이템을 정한 다음, 전국에 있는 유명한 쭈꾸미집을 거의 전부 찾아 다녔다. 맛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맛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맛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 같은 집을 몇 번씩 찾아 쭈꾸미를 먹기도 했고,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연구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구를 거듭한 결과 지금의 맛을 낼 수 있게 됐다고.

"회사 근처에 가게를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가게를 어디에 낼지도 고민이 컸다. 어느 정도 상권이 이뤄져 있는 곳은 권리금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고, 권리금이 없는 지역은 상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그렇겠지만, 양원모 사장은 창업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권리금이 없지만, 새로운 상권이 생길 수 있는 곳에 가게를 얻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양원모 씨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에 가게를 내기로 결정했다. "창업 초창기에는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없었거든요.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기엔 아내가 가게를 맡아 고생을 많이 했죠."

기계로 치면 모든 것이 완벽한데, 작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준비기간도 길었고, 위험부담도 최소화하는 등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기억을 되살려, 하나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을 하면서 잘못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그런 모습을 가지고 때로는 너무 꼬치꼬치 따진다고 아내의 핀잔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분석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기계로 치면 모든 것이 완벽한데, 작동을 하지 않는 거였다. 그렇게 혼자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우연히 하이서울창업스쿨을 알게 된다.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사업계획서부터 시작해서 경영, 마케팅, 서비스 등 저에게 필요한 것들만을 모아 놓은 것 같았죠." 그는 창업스쿨에 등록하면서 자신의 사업관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시스템만 갖춰져 있으면 모든 것이 제대로 동작을 할 줄 알았지만, 장사라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외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 중에서 그가 간과했던 것이 마케팅 그리고 서비스였다. 그는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사업에 대한 목표, 방향 등에 대해서도 재설정을 하게 된다. 그것을 정하고 나니 기존에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사업과는 전혀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됐다고. 목표가 명확해지니, 앞으로 어떻게 장사를 해야 하지 큰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간판부터 바꿨습니다." 교육을 듣기 전 그의 쭈꾸미집 이름은 단순히 가게명을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을 교육을 통해서 캐리커처(그림)와 캘리그라피(손글씨) 등을 통해서 친근하게 바꾸었다. 지금 그의 가게 간판에는 귀여운 쭈꾸미가 그려져 있고, 그 위로 힘 있게 써내려 간 손글씨가 사람을 사로잡고 있다. 그밖에도 그는 가게의 구조, 동선, 손님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도 큰 변화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것들은 사소한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여름에 가게 주변에 파라솔을 펼쳐서 부족한 공간을 활용하기도 했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좌식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가게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더 좋았던 것은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는 창업스쿨에서 배운 것 이상으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강의를 하는 분들도 그랬지만, 함께 공부를 했던 동기들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주고 받았다고 믿는다. 지금 그를 가르쳤던 선생님들과는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마케팅과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동기들과는 창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는 점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좀더 넓은 안목으로, 경쟁업체끼리도 도와야 성공할 수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오셔도 좋습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자신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역시 많은 사람들의 조언이 바탕이 되어 성공적으로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작게나마라도 도움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은 얼굴이 두꺼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원모 씨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다하다 보니까, 그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물론 창업을 위해서 이러저리 다니고, 자주 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장님들과 친해지게 되기도 한단다.

"그리고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받는 것은 필수입니다. 제 아내도 얼마 전 12기를 수료했죠." 그는 앞서 말한 대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이론적 무장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책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이 있다. 강의를 듣고 나면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사업방향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앞집, 옆집에서 저에게 상담을 받으러 와요. 간단히 생각하면 경쟁업체잖아요. 근데 그게 아닌 거 같아요. 서로 도우면서 주변 상권을 더욱 키울 수 있어요. 파이가 커지는 거죠." 그는 이미 골목에서 유명인사나 다름없다. 간단히 생각하면 경쟁업체지만, 좀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면 서로 돕지 않으면 상권을 키울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주변 가게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가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말을 해 준다고 한다. "테이블 밖에 없으면 단체 손님을 못 받는다", "손님에게 먼저 잘못을 인정해라" 등 다양하다. 그래서 골목에 있는 가게에서는 밥이나 술이 모자라면 서로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한단다. 서로 돕다 보니, 쓸데없이 밥을 많이 할 필요도 없어지고, 또 재고량을 갖추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서 위험이 더욱 줄어들었다고.

그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협업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주변 상가인들과의 협업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일 수도 있다. 또 그는 서비스를 배우기 위해서는 잘되는 집에 가서 물을 한번 실수인 듯 엎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안 되는 집은 손님탓을 하지만, 잘되는 집은 직원이 자신의 탓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그는 마지막으로 창업스쿨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응원했다. "사람을 잃는 건 10초면 가능하고, 잃은 고객을 다시 찾는 데는 1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만 명심하면 어떤 서비스업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모두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시민기자/김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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