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스튜디오에서 열정을 훔치다!
admin
발행일 2009.10.27. 00:00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 - 문승현 작가
물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업실. 그 중 문승현 작가(서양화)의 작업실은 아주 우울하고 어두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괴물 형상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스릴러물 포스터 같은 괴괴한 분위기로 서늘하기까지 하다. 자신을 그린 자화상조차 오싹할 정도. 색 또한 반복되면 불편한 검정과 흰색, 빨강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 결과물인 작품을 통해 바라본 작가의 내면세계는 어둡고 암울할 것이라 단정 짓고 만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작가의 눈은 아주 맑았다. 동심의 세계에 아직 머무른 듯한 까맣고 맑은 눈동자,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작품세계. 왜 이런 어두운 주제를 다뤘는지 이해하려면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봐야 했다. 문작가는 명확하지 않은 언어로 쑥스러운 듯 웃음 속에 자신을 숨긴다. 마치 숨바꼭질 하듯. “그리다보니...(웃음) 작품 활동을 하려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넉넉한 편이 아니라 재료를 자유롭게 쓰질 못해요. 재료값이 비싸서... 아침 9시부터 하루 온종일 붓을 들고 있어요. 때론 밤샘도 하고... 어릴 때부터 그냥 잘하는 것을 할 뿐이예요. 미대를 지원한 것도 그 이유고, 그것만 생각해요.(웃음)” 단순 명쾌하게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할 뿐이라는 문작가. 웃음 속에 감춰진 그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입모양과 표정에 집중해야 한다.누구에게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있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리를 좁혀가는 그의 뒷모습은 용기 있는 자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색채는 주제의 또 다른 표현 - 엄덕용 작가
또 다른 엄덕용(서양화) 작가의 작업실. 단순화된 작품이 만화 캐릭터일까 싶을 정도로 이색적이다. 엄작가의 작품에는 코발트 청녹색 바탕에 보릿대로 계절을 말하고, 우유병으로 모성애를 상징하고 있다. 작품 안에 눕거나 서있는 사람 형상에는 늘 끈이 묶여져 있었다. 그것은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그 끈은 삶의 고민, 무게, 시사성 등을 대변할 상징물을 묶어둔다. 어쩌면 삶을 향한 또 다른 애착은 아닐지. 엄 작가는 여행 중에 찾은 청자에서 힌트를 얻어 코발트 청녹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국적인 색채라고 느껴져서 올해 주제의 색은 모두 코발트 청녹색이다. 단순한 색채를 떠나 수식어를 붙인 ‘슬픔을 표현하는 색’을 찾아다녔다는 그다. 이렇게 고른 색채를 화폭에 옮겨본다. 때론 가슴 저 밑바닥 속에서 허우적대거나, 때론 그 어떤 희열을 느끼며 작업에 몰두해도 가슴 안에 가득한 그 무언가를 표현하기엔 역부족. 애써 그린 색채의 결과물을 붓으로 쓱싹 덮어버리면 또다시 원점이다. 그리고 다시 혼합에 혼합을 거듭해 원하는 색채가 될 때까지 붓을 쉼 없이 움직인다. 팔이 저리도록. 외모 또한 만화 캐릭터를 닮은 엄덕용 작가는 말한다. “색을 찾아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찾은 색을 화폭에 옮겨봐요. 여행지에서 본 색채가 나오지 않으면 울렁증이 생겨요. 제대로 표현이 안 되면 화가 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죠.” 창작의 고통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색에 집착하는 그 마음을. 비웠지만 채워지는 그녀의 삶 - 임현주 작가
건너편 작업실에서는 여성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녀는 꽃을 그린다. 그리고 과일 정물과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을 그린다. 그녀가 그린 풍경 안에는 종교 색채가 강한 양이 산다. 99마리의 양과 홀로 떨어진 1마리의 양. 셀 때마다 숫자가 변한다는 99마리의 양 때문에 웃을 거리도 생긴다고. 혹 무리를 떠난 그 1마리가 그녀 자신은 아닐까. 임현주 작가(서양화). 임작가는 가을 수국을 닮았다. 여린 듯 여리지 않고, 부드러운 듯 강한 그녀만의 매력은 화풍에서도 느껴지는 따뜻함이다. 삶의 긴 여정을 지나 찾은 그녀만의 세계. 그것은 바로 외롭고 고독한, 그러나 때론 엔돌핀을 솟게 하는 화가라는 길이었다. 묵묵히 걷는다. 그리고 또 걷는다. 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길은 이 길뿐이라는 듯. 아니 어쩌면 새롭게 찾은 이 길에 자신을 태우고 있는 중인지도 몰랐다. 무엇인가를 놔야 할 순간, 다른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그녀. 그것이 곧 붓을 잡게 된 이유였다. 임 작가는 “힘든 순간이 지나면 좋은 때도 오잖아요. 뒤늦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겁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이자 마음의 치유과정입니다. 홀로 떨어진 양 한 마리가 외로울까요? 즐거울까요?”라고 반문한다. 홀로 떨어진 양은 그림 속에서 웃고 있었고, 모험심이 가득해 보였다. 선과 결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 김종순·이수욱 작가
“파이다!” 한참을 작업세계에 빠져있던 김종순(한국화) 작가의 입에서 갑자기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별로라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혼자만의 세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던 김작가. 시원스럽게 그려나간 그림에는 연분홍의 사람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다. 춤을 추는 모양새로 봐서는 현대무용인가. 김 작가가 갑자기 묻는다. “김연아 선수를 그린 건데 모르겠어요? 잘 표현이 안 됐죠?” 듣고 보니 화선지 위에서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360° 회전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선보인 김연아의 본드걸 연기에 흠뻑 빠져 잡은 주제라고.
또 다른 작업실에는 이수욱 작가(서각)가 나무판을 붙잡고 있다. 그는 나무 결을 따라 글씨와 그림을 새기는 공예가. 서각에 사용할 나무 하나하나에 이름표를 붙여 놓을 정도로 깔끔한 성격의 이작가는 작품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다. “지금은 조명 갓을 만들고 있어요. 한국적 창살을 새길 건데 밑그림은 그려놨고 이제 파내는 작업만 남았어요. 서각이란 생각하는 것을 말이 아닌 물체에 표현하는 재미죠.” 목공예와 금속공예 국가자격증까지 가지고 있을 만큼 그가 걸어온 내공은 깊다. 그 곁에 있던 어머니의 말에서 그간 세월을 짐작해본다.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손재주가 뛰어난데 아깝지...아까워!” 따뜻함과 단순화된 화풍의 주인공 - 조혜영ㆍ김영수 작가 막 전시회를 마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붓을 잡고 있는 조혜영 작가(서양화). 꽃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마친 그녀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하지 않은 그녀의 얼굴 표정도 꽃처럼 화사하다. “전시회 일정이 잡히면 더욱 몰두하게 되는데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그릴 주제들이 떠올라요. 그걸 감당할 체력이 안 되어서 그렇지. 유화의 좋은 점은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덧칠할 수 있다는 것이죠.” 조 작가는 자신을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평가한다. 그 성격 그대로 따뜻하고 밝은 색채를 주로 사용해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을 그린다. “작품이 꾸준히 팔려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바랄 게 더 있겠어요? 꾸준히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작은 카페 같은 곳도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밝은 성격처럼 희망을 그리고, 원하면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는 그녀다.
마지막 작업실. 추상화에서 풍경화로, 그 다음은 누드크로키를 섭렵한 내공 깊은 김영수(서양화)작가가 있다. 김 작가는 이번에는 자연과 도시란 주제를 다룬다. 도시, 사람, 산동네 등을 묶어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다보니 지금의 주제가 정해졌다고. 2등분 한 화폭에는 최대한 단순화 시킨 자연과 도시가 담겨 있다. 어쩌면 작품처럼 사람은 자연과 도시의 경계에서 자신의 이익에 따라 두발을 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창작활동에 있어 남보다 몇 배는 힘든 김 작가에게 물었다. 삶이란 무엇이냐고. “주어진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과정이다!” 노력하는 과정. 그렇다면 우린 그 과정을 어떻게 채워가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은 되돌아 봤는가. 꿈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아내기도 버거운지 모른다. 우리가 일상을 핑계 댈 때 꿈을 향해 가는 이들의 고독은 눈감아 버린다. 그러다 목표에 도달한 승자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문득 자신의 잊혀진 꿈을 기억해낸다. 꿈을 이루는 비결은 싫었던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김재호 작가(서양화)처럼 내 안의 ‘나’를 끊임없이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그 시작이다. 꿈의 지도를 펼쳐라. 꿈에 다가서기 위한 지표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열정을 훔쳐라. ‘장ㆍ애ㆍ인 창작 스튜디오’에서 꿈을 펼치는 이들에게서. 시민기자/장경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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