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도 매니저의 전화를 기다리는 이유는?
admin
발행일 2010.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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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그물망 복지센터에 복지콜이 접수되면 매니저들은 가장 가까운 지역의 현장상담가에게 상담을 의뢰한다. 의뢰를 받은 현장상담가는 2인 1조가 되어 서비스를 요청한 시민들을 찾아나선다. 기자는 2권역의 황에녹 씨와 한 조가 되어 상담을 떠난다. 오늘 나갈 현장까지 치면 1달 반 동안 총 6건. 그런대로 만족스런 숫자다.
현장상담사들의 첫 번째 애로사항은 거주자의 위치를 찾는 일이다. 주소까지 건네 받았건만 집 부근에 가서 수차례 핸드폰 통화를 하면서도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개 상담을 요청한 시민들은 저소득층이거나 바깥 출입이 원활하지 못하신 분들이라 거주지 자체가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기도 하지만, 전화상으로 자신의 집 위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전혀 다르게 남겨 놓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통상 상담을 하는 데는 4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집 찾기에 들 시간을 감안해 왕복 4시간을 할애해 나가게 된다. 그에 비하면 오늘은 운이 좋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광화문 지하철역 1번 출구까지 상담을 요청하신 분이 자전거를 타고 오셔서 우리를 직접 안내하신다. 72세신데도 자전거가 생활 도구인 것을 보니 일단 건강한 편이신 것 같다. 피상담자의 거주지이자 작업장인 여관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배낭족들의 낙원이었다. 조그만 마당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표창장을 받은 액자들이 눈에 띄고, 외국인 투숙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피상담자의 처가 유창한 일본어로 전화상담 중인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심호흡을 한다. 이제 상담 시작! 이곳은 재개발 지역인데 숙박업을 하고 계신 지가 25년 째란다. 지금의 주소로 주민등록이 등재되어 있으며, 통장일도 보셨다고 한다. 그런데 주위 집들은 다 해결이 돼서 이사를 간데 반해, 피상담자만 보상받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집주인은 40억원 이상을 보상받고도 모자라 세입자의 몫인 1억 6천 5백여 만원마저 따로 챙겼고 아직까지 세입자에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있었다. 이야기는 복지 서비스 상담이라기보다 악덕 집주인의 횡포에 대해 하소연하는 신문고 같은 자리가 됐다. 안타까운 마음에 '영수증을 좀 더 강력히 요구하지 그러셨어요'라거나 '재개발업체에 확인해보셨어요' 식의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현장상담가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조만간 법을 놓고 싸우셔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들은 너무 약해 보인다. 최악의 경우, 빈곤층으로 전락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던져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심경이 복잡할 때 "식사들은 하셨어요" 하는 피상담인 내외의 말이 들려온다. 우리들은 아무 것도 대접받을 수 없음을 알려 드렸지만, "물 한잔이라도 나눠먹는 게 한국 사람 인심"이라는 말을 듣자 생수 대접마저 사양할 수는 없게 된다. 그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지만 우리는 마무리를 한다. '그물망복지센터에서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해드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선생님의 상황을 저희는 성실하게 보고할 것이고, 센터의 전문가들이 선생님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아주실 테니 기다려 보세요'라고. 상담이 끝나면 매니저에게 구두와 서면으로 보고를 한다. 이것으로 현장상담가의 임무는 끝나는 것이다. 이번 사연이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자리에서 일어서면서도, 집 앞 대문까지 인사차 나온 피상담자들을 뒤로 하고 돌아가면서도, "우리들의 하소연을 들어준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라고 말하는 그 부부의 말이 귓가에 맴돌고 있다. 매번 안타까운 사연들이 들려온다. 현장상담가로서 발대식 전후에 교육을 받고, 현장상담가 조끼를 입고, 명찰을 목에 걸고, 처음 상담을 가게 되었던 날도 그랬다. 피상담자의 가족은 남편이 샷시 사업을 하다가 폐업 직전에 이르렀고, 부채는 약 3,800만원이었다. 또한 작은 자동차가 있어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피상담자의 무릎 인공관절 상태가 안 좋아 경제활동이 어려운 데다, 아들 또한 대동맥인공판막 수술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장애등급마저 받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4월 30일까지 집을 비워 주어야 했다. 1시간 30분이 금방 흘러갔다. 현장상담가로서 조끼를 입고 길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그물망복지, 아니 대한민국 복지제도의 모든 짐을 짊어진 것처럼 무거운 어깨에 시달려야 한다.
현장상담가로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을 직접 발굴한 사례도 있다.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주거 환경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시각장애 1급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으며, 남편 또한 지체장애 3급으로 과거에는 수입이 조금 있었으나 현재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는 경우였다. 아들은 시각장애 6급으로 근근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이 가정의 주 수입원은 피상담인의 장애수당이 전부였다. 그런가 하면 좌절의 순간을 맛본 사례도 있다. 피상담자가 복지 서비스에 대해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고 고백했고 진솔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것 같아 어려움을 소상히 적어서 보고를 올렸던 경우였다. 그런데 결과가 궁금했던 피상담인이 그물망복지센터에 전화하셨던 모양이다. 매니저는 그 분이 이미 복지 수혜를 충분히 받고 계셨기에 현재로서는 마땅한 조치를 바로 드릴 수 없다고 말했고, 그 때부터 욕설과 호통이 시작됐다. 결국 매니저와 함께 다시 피상담자의 집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 때 받았던 인간적인 모멸감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다. 현장상담가는 교통비 정도만 받고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날 밤 많은 생각을 했다. 복지의 현장이란 그 취지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구나. 현장상담가 조끼와 명찰을 반납하면 그 뿐인데, 왜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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