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의 인큐베이터
admin
발행일 2010.02.19. 00:00
강남청년창업센터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일었다. ‘형아소프트사’의 신석현 대표가 삼성전자에서 주최한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개발자 챌린지 2009'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제가 된 뒤, 그의 배후에서 중요한 발판이 된 것으로 알려졌던 서울시 강남청년창업센터. 그곳에 있는 많은 청년들 중 기발한 아이템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젊은 CEO, 신동현 씨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들이 너무도 새롭고 희망차 보여서 마치 선을 보러 가는 사람처럼 가슴이 설렜다. 강남청년창업센터가 위치한 곳은 문정동 가든파이브 공구상가(TOOL) 5층. 전화를 하니 '사람 선하게' 생긴 신동현 대표가 마중을 나왔다. 많은 사무실들이 운집한 미로 같은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신대표의 모습에서는 밤잠을 설치며 연구에 몰두하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온 미래의 사업가가 언뜻 비쳤다.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뭔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단단히 빠져 있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젊은이였다. 이곳 창업센터에는 현재 476개 기업, 940명이 입주해 있다. 센터가 작년 6월에 문을 열었으니 이들 입주자들은 1기다. 1기 청년 CEO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은 생각 이상이었다. 넓은 평수는 아니지만 무료로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비롯해 공동회의실 등 신축 건물의 각종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업종별로 초빙된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개인과외를 방불케 하는 컨설팅도 받는다. 강의 내용 중에는 특히 새내기 창업자들이 취약하기 쉬운 홍보, 마케팅, 영업 등의 분야도 있다. 서울시에서 일단 한 번 걸렀으니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작용할 테니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데 신뢰도도 덤으로 얻는 셈이다. 그리고 매달 진행비로 70만원 이상을 받는다. 물론 센터에 입주했다고 끝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왔지만 정기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 현재 두 번의 평가를 거쳐서 24팀이 탈락되었는데, 분기마다 상대평가로 인센티브그룹 30%, 제너랄그룹 70%로 분류하여 각각 매월 100만원과 70만원을 지급하고, 하위권은 퇴출시킨다. 경쟁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담임 선생님 혹은 아버지 같은 존재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신기술본부 2030팀의 김재화 팀장의 말을 빌자면 이러한 경쟁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바깥 세상에 나가는 순간, 센터에서의 보호장치는 하나도 없는 전쟁터거든요. 1년 후에 이곳을 졸업하고 나가서 생존할 기업은 몇 퍼센트일까를 생각하며 저희들은 언제나 고민합니다." 김팀장의 설명에 의하면 청년창업지원센터는 세계에 선례가 없는 'Pre-BI' 단지다. 해외에 몇몇 BI(Business Incubating) 단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의 청년창업지원센터는 모든 것을 '맨땅에 헤딩하는' 개척자의 기분으로 일을 진행해 설립한 경우다. 물론 이제 출발한 만큼 개선과제도 남아 있다. 졸업 기업의 멘토링 제도로 신생 입주기업이 빠른 시간 안에 적응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제조업체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공용작업장도 필요하고, 성공한 기업은 일정기간 더 센터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후에 졸업하게 해줬으면 하는 내부의 바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센터에 점점 창업지망생들이 몰릴 텐데, 입주업체 선정에 관해서도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좋은 업체를 발굴하여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구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신동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튜즐(TUZZLE)이란 이름이 경쾌하고 즐겁다. 직접 지은 건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Transformation의 T에 Puzzle의 P를 제외한 나머지 철자의 합성어로, 퍼즐조각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이 가능한 가구라는 뜻으로 만든 조어다. 아직 미혼인 걸로 알고 있는데, 유아용 가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10년간 일한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젊은 나이에 최초의 창업 아이템으로 전혀 새로운 업종을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강호동이라는 씨름선수가 개그맨을 넘어 프로그램 진행자를 하지 않는가. 미혼이라 더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조카가 있는데 성장에 따라 쓸모가 없어진 유아용가구와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창업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을 때 두려움은 없었나?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더 불안한 요소가 많았다. 평생 전문직으로 일을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인력은 계속 배출돼 결국 인사정체로 인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고, 진급을 한다 해도 세월이 흐르면 경영 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디자인 일을 할 수도 없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의 2030 청년창업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은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튜즐의 탄생에 도움을 주었는가? 그렇다. 사실 강남청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기 전에 지인에게 작은 사무실을 빌려서 노트북으로 디자인을 하면서 창업은 한 셈이었지만 작업은 지지부진했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공고문을 보고 서류제출과 면접을 통해 5:1의 경쟁률을 통과하여 입주하게 됐고, 회의실과 사무실 등이 있으니까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게 됐다. 와보셔서 아시겠지만 이곳 시설은 가히 훌륭하다.
청년창업센터에만 들어가면 창업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당연히 아닐 텐데, 인큐베이팅 기간인 1년을 잘 활용하기 위한 팁을 알려달라. 작년 6월에 입주를 하였는데, 입주한 400여 개 업체 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는 3% 정도라고 여겨진다. 1년 후에 자립을 해야 하니 입주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자립기반 확립을 조기에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살아 남는 것이 가장 강한 사람, 가장 강한 조직이 되는 것 아닐까?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자금 조달이다. 초기 개발기간은 얼마나 걸렸고, 2억원의 투자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준비를 시작하였고, 자금은 직장생활 시 모은 7천만원과 주변 친지들에게서 빌린 돈으로 충당을 했다. 머릿속의 그림과 실제의 괴리에서 오는 시행착오는 없었나?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고 싶다.
제품에는 100% 자신이 있었다. 소기업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을 잘 알기에 목표시장을 세분화해서 우리에게 적합한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난제에 부딪쳤을 때 조언을 받는 사람이 있나? 대학 후배와 친구인 두 명의 직원들이 나의 멘토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물론 이곳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도 수시로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CEO가 되면서 자신의 삶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집에서 이곳 센터까지 매일 지하철로 오가는데, 월요일날 출근길 표정을 보면 사람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표정들이다. 그리고 금요일 퇴근길에는 활짝 피어나는 꽃들 같다. 작은 업체지만 대표가 되고 보니 이들을 보면서 좀 다른 생각도 갖게 됐다. 같이 가려면 같은 생각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데... CEO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다면 조금은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바람 말이다. 노력하는 사장, 부려먹는 사장, 군림하는 사장, 직접 챙기는 사장 등 다양한 유형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은 현장에서 앞장 서서 직접 뛰는 스타일인 것 같다. 미래의 튜즐은 어떤 모습일까? 특유의 기술력으로 후발주자들을 물리치고 선도기업으로서 생활에 유용하고 창의적인 물품을 만들어 나가는 기업이고자 한다. 마치 레고 블럭처럼 확장팩을 디자인해서 키핑을 해두고 있는데, 누구나 카피를 할 수는 있어도 따라 올 수는 없는 제품라인을 계속하여 준비하려고 한다. 끝으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일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돈이다. 시간도 돈이고, 장소도 돈이고, 커피 한 잔도 돈이다. 되도록이면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도 구성해 두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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