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새들도 비밀이 있대요

admin

발행일 2010.01.22. 00:00

수정일 2010.01.22. 00:00

조회 3,660

10년 전까지만 해도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오염되어 있던 한강 상류지역의 고덕지구 하천변 유휴지는 오늘날 고덕수변생태복원지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01년 12월부터 14개월 동안 흙을 바꾸고 나무와 풀을 심어 2003년 7월 4일에 공사를 끝내고 탄생된 이곳에는 현재 조류 관찰소를 비롯하여 느티나무, 조팝나무 등 10종류가 넘는 교목, 관목과 많은 초본류 식재가 심어져 있다. 생물 종의 다양성을 증대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여가생활 및 생태체험 학습장소로 제공한다는 취지가 말그대로 잘 살아 있는 곳이다.

한강에서도 철새를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이곳에 다녀왔다. 겨울방학을 맞아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을 대상으로 열린 ‘어린이 새 아카데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에 걸쳐 하루 2시간씩 이루어진 수업은 무엇보다 서울에 거주하며 자연과는 좀 멀어진 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새를 탐조하는 방법과 주의 사항, 그리고 사진을 통해 미리 새의 종류와 새의 분류를 익히고 현장에 직접 나가 관찰하고, 새 모이대를 설치하거나 과일, 견과류 등을 나무에 걸어 두어 겨울새들의 먹이를 공급했다.

19명의 학생과 그 학부모들이 참가한 19일 첫 수업 시간. 꼼지락 선생님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는 활동과 더불어 고덕수변생태복원지에 관한 소개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에는 버드나무 선생님(이곳은 선생님들 이름조차 '생태'적이다)과 탐조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야외에 나가기 위한 준비사항, 탐조할 때 새들을 위한 탐조 수칙을 배웠다.

탐조 수칙을 소개하자면, '1. 대화는 소곤소곤 걸음걸이는 살금살금 2. 녹색이나 살색 옷이 좋아요. 3. 가까이 가지 마세요. 4. 새가 사는 주변 환경을 보호해 주세요. 5. 새둥지는 있는 그대로 6. 우르르 몰려다니면 무서워해요. 7 .돌을 던지면 큰일 나요. 8. 사진 찍을 때 조심하세요. 9.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10. 자동차는 싫어요.'이다.

둘째 날에는 새 전문가이신 서정화 선생님이 오셔서 크기와 모양, 몸의 형태, 날개의 특징 등을 기준으로 한 새의 분류방법과 산과 들, 집 주변, 물 등 서식지로 새 찾기, 소리로 새 찾기, 그리고 이동성으로 새 찾기 등을 배워나갔다. 특히 이동성으로 새 찾기 분류에서는 흔히 알고 있던 텃새, 철새, 나그네새 외에도 미조라고 길을 잃은 새도 있음을 배웠다. 철새가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새이며, 나그네새는 북쪽에서 번식하고 한반도를 통과해 남쪽으로 이동해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한반도를 통과해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라는 것도 명확히 했다. 철새는 보통 3000-5000km를 이동하고 통과새는 10000-12000km를 이동하며, 통과새가 우리나라를 통과할 때는 주로 서해안의 갯벌로 와서 머물다 이동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갯벌의 중요성을 느낀다.

생생한 화면을 통해 새의 부리나 꽁지와 깃털을 관찰하다 보니 아이들이 좀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었고, 선생님의 수업 방법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는 설명으로 진행됐다. 선생님이 쓰신 책으로 예림당에서 2001년 ‘새들의 비밀’이라는 책이 출판되었으나 지금은 절판되었고 다시 정리해서 출판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많은 사진으로 지면을 채운 ‘새들의 비밀’은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사진만 보더라도 쉽게 새와 친해질 수 있다. 안개가 많이 끼어 야외에 나가 새 관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 날 3일째는 꼼지락 선생님과 함께 새의 모이대를 만들고 그 모이대 안에는 밀과 옥수수 그리고 견과류인 해바라기 씨를 넣었다. 과일은 사과와 감을 4등분하여 준비하고 땅콩은 겉껍질을 벗기지 않고 바늘에 실을 꿰어 실에 주렁주렁 매달았다. 아이들과 준비한 새의 먹잇감을 가지고 한강수변으로 나가 나무에 모이대도 걸어주고, 사과와 감은 굵은 가지 끝에 마치 나무 포크에 찍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새 탐조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 나뭇가지만 있어서 새를 잘 볼 수 있는 겨울이 제철이다.

짧다면 짧은 3일간의 새 관찰 프로그램. 아이들은 각자 가슴 속에 많은 것을 가지고 돌아갔을 것이다. 자연에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자연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올 겨울 고덕수변생태복원지를 추천한다.

시민기자/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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