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목소리가 커졌다

admin

발행일 2009.11.19. 00:00

수정일 2009.11.19. 00:00

조회 3,824

하이서울뉴스가 어느덧 1600호를 발행하게 됐다. 1000호도 아니고 2000호도 아니고 1600호라니, 분명 축배를 들기에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1600호를 특별한 감회를 가지고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7월, 과감하게 소수정예로 선발하여 출범했던 제2기 시민기자단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편집실은 데스크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대신, 시민기자들이 제안과 취재, 그리고 기사쓰기에 이르기까지 더욱더 많은 기사를 책임지는 보이지 않는 변화 속에서 하이서울뉴스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1기에 이어 2기에도 시민기자로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이혁진 시민기자로부터 시민기자단의 새로워진 위상에 관해 들어본다.

20년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무언가 새로운 전환점을 찾던 중이었다. 방황의 세월은 해가 바뀌고, 2004년 초 우연히 서울시 홈피에서 시민기자의 글을 접했다. 그것이 시민기자클럽과의 첫 인연이다. 커뮤니티에 어줍지 않은 글을 올렸다. 기사라기보단 산문(散文)에 가까운 일상의 표현이었다. 그때 서울시는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시정(市政)을 알리기 시작할 무렵으로, 시민기자 클럽도 그 중 하나로 기억된다.

2004년 3월 첫 기사를 올린 후 지금까지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있다. 만 5년이 조금 넘는 동안 매달 두세 편의 글을 올렸다.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쓴 글이 2백편이 조금 넘는다. 글 중엔 전문가인양 쓴 주제 넘은 내용도 많았다. 여러 분야의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특히 민선 3기와 4기의 서울시 정책흐름과 변화를 줄곧 눈여겨 본 경험은 큰 자산이다.

그간 커뮤니티도 큰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 1기 시민기자 커뮤니티는 서울시가 인터넷에 소통공간을 마련했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많은 회원 수에 비해 활동하는 기자도 소수에 불과했다. 따라서 기자와 네티즌과의 소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1기는 한마디로 커뮤니티를 지키려는 몇몇 시민기자들의 외로운 활동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오랜만의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2기 시민기자를 새로 선발한 것이다. 1기와는 다른 정말 우수한 기자들이다. 2기들은 예전과 다른 좋은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다. 편집실이 새롭게 보강되고 커뮤니티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1기와 2기를 운 좋게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편집실과 기자들이 시시각각 상호 소통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과거와 다른 환경이다. 또한 기자교육, 취재거리와 편의제공 등 여러 부양책도 반가운 현상이다. 기사를 올리지 않더라도 커뮤니티의 한 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커뮤니티에서 엿볼 수 있다.

커뮤니티 활동은 이제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지방출장과 외유를 빼고는 거의 매일 들르는 즐겨찾기에 포함된 사이트다. 글감을 찾고 정보를 수집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일련의 취재활동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가방에는 녹음기와 카메라, 수첩 그리고 가끔 나만의 선물이 있다. 음료수와 과일, 그리고 케잌 같은 것들이다. 취재원에게 선물이라니 의아해할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이 신문기자 등 제도권 사람들과 다른 점이다. 최근 기자증을 발급해 취재활동을 돕고 있지만 실제 나는 현장에서 그 필요성을 모른다. 시민기자는 말 그대로 기자 이전에 시민이다. 그런 눈높이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전달하려고 한다. 때문에 주변의 취재원들과 행정기관 그리고 네트워크가 특별한 거부감 없이 나에게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경우엔 실상을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간혹 기자라는 이유로 제도권 기자인양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사이비기자의 허세에 다름 아니다.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면 서울시 동향을 얘기할 때가 있다. 거기서 누구든 갑론을박 한다.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된 여러 정책에 대한 평가들이다. 문제는 여론동향에 오해와 왜곡이 많다는 것이다. 그럴 때 서울시정에 대해 나름대로 알려주곤 하는데, 어떤 이는 내가 서울시 직원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 시책에 대해 내가 조금 정확히 아는 것뿐이다. 방관자명(傍觀者明)이란 말이 있다. 정책 내용을 이해하고 현장을 살피면 당국보다 시민기자가 더 빨리 더 소상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감히 바람직한 기자상을 제시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것이 커뮤니티의 현재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시민기자는 우선 서울시 정책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시당국이 열심히 정책을 홍보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이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살피는 역할을 보완하려면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이 기사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정책을 모르고 쓴 기사가 사실 수두룩하다. 이 점에서 시민기자는 일반기자와 블로거 기능의 중간 형태인 셈이다. 시민기자는 정책기자의 성격이 짙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정책을 홍보하는 앵무새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책을 점검하고 이해하다보면 시민기자는 건전한 대안과 따뜻한 비판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성 있는 시민기자가 필요하다. 아무거나 이것저것 쓰는 흥미 위주의 기사는 점차 외면 받을 것이다. 커뮤니티에 다양한 분야가 있듯이 특정 전문분야의 꾸준한 연구를 바탕으로 쓴 현장감 있는 기사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앙정부나 여러 기관들의 인터넷매체를 활용한 기자단 운영을 눈여겨보면 현재 서울시의 규모나 활동에 걸맞은 시민기자의 전문성 확보는 시급한 과제다. 여기 적시한 시민기자상은 나의 활동이라기보다 모범적인 시민기자의 롤모델을 제시해 본 것이다.

바야흐로 3기 시민기자를 새로 선발할 예정이다. 2기보다 더 열정적인 오피니언리더들이 지원할 것이다. 편집실도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지만 새로운 기자를 뽑는 것과 함께 기존의 역량 있는 기자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때다. 신규기자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경쟁체제를 유도하는 면에서 필요한 자원이다. 바라건대 기자 선발은 기존의 우수한 기자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방안에서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주 편집실에서 원고의뢰를 받고 덜컥 승낙했는데 괜한 일이 아닌가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얼굴 없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그간 몸담은 커뮤니티 활동을 회고하며 도움이 된다면 허접한 얘기 한두 마디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민기자클럽 커뮤니티가 모쪼록 서울시와 시민고객 사이를 아름답게 연결하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시민기자/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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