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 사회의 또 하나의 적
admin
발행일 2010.07.09. 00:00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병 중의 하나로, 신경퇴행성 질환 중에서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앓았던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다음으로 흔한 병이다. 노령에서 주로 발병하는 파킨슨병의 발병 연령은 평균 55세경으로 추정되는데, 40세 이전에도 발병이 가능하다. 유병률은 대개 65세 인구의 1% 정도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대략 5만 명에서 1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고 향후 20년 이내에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여 파킨슨병의 유병률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어떠한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등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져 꽤 유명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파킨슨병을 치매나 중풍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파킨슨병의 특징은 운동증상이 서서히 발생하여 평생 계속 진행한다는 것이고, 말기가 되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까지 가게 된다는 데 있다. 이는 기억장애가 먼저 생긴 후 점차 인지능력을 모두 상실하게 되는 알츠하이머 병과는 다르다. 파킨슨병은 이와 달리 소수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기억장애를 비롯한 치매증상은 병이 상당히 진행하기 전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흔한 운동 증상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만히 있거나 걸을 때 손발이 떨리거나, 동작이 점차 느려지고 몸이 앞으로 굽어지면서, 걸을 때 다리를 끌게 되는 증세를 들 수 있다. 또한 사지가 굳는 느낌이 들며, 말소리가 작아지고 불분명해지거나 무표정해지고, 입에서 침이 흐르는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파킨슨병은 이러한 운동증상 외에도 많은 비운동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쉽게 육체적 피로를 느끼거나, 우울감이나 불안 등 정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장운동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만성적인 변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또 낮에 갑자기 심한 졸음이 와 불가항력적으로 자버린다든지 기분 나쁜 꿈을 생생하게 꾸거나 자다가 고함을 지르면서 옆 사람을 때리거나 발버둥을 치는 등의 수면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냄새를 잘 못 맡으며, 자율신경계의 장애로 인해 낮보다 밤에 특히 소변을 자주 보거나, 땀을 심하게 흘릴 수 있으며, 시력이 감퇴하거나 팔다리가 시리고 저리거나 통증을 느끼는 등의 감각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파킨슨 병은 왜 생기며 발병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파킨슨병은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영국인 의사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으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가 100년이 훨씬 지난 1960년대에 이르러 파킨슨병 환자의 뇌기저핵 (=인간의 움직임, 즉 운동능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한 부분) 에 도파민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고, 이 도파민을 외부에서 환자에게 투입함으로써 환자의 증상이 호전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치료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개발된 레보도파 제제는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대체함으로써 증상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파킨슨병 약물치료의 근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기저핵(위에서 설명)에 도파민이 결핍되는가? 파킨슨병에서는 뇌 기저핵, 그 중에서도 ‘흑질’이라는 부위에 존재하는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퇴행적으로 사멸함으로써 도파민이 결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뇌신경계의 다른 여러 시스템에 있는 신경세포들도 함께 퇴행적으로 변성되어 간다. 안타깝게도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에 의해서 사멸하는가는 아직까지 명료하게 규명되지 못한 상태이다. 가능한 가설로서 산화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신경세포의 독성물질 제거능력 상실 및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병리학적 소견으로 알려진 루이소체의 침착 등 세포내에 이상 물질이 축적됨으로 인해 촉진되게 되는 세포사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부전 등 여러 기전들이 있고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유전학의 발전으로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5~10%에 해당하는 유전성 파킨슨병의 원인 유전자가 밝혀졌으며, 이들 유전자 연구는 파킨슨병의 발병기전을 이해하는 데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체 파킨슨병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하는 한계가 있다. 실제 대부분의 경우 파킨슨병은 유전적 질환이라기보다는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 작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표적인 환경적 위험 인자로 MPTP (1-methyl-4-phenyl-1,2,3,6-tetrahydropyridine) 라는 독성물질을 들 수 있으며, 제초제나 살충제와 같은 농약도 중요한 위험인자로 보고되고 있다. 이 외에도 시골에 거주하는 것, 우물물을 장복하는 것, 머리 부분 외상에 취약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 등이 파킨슨병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되어 왔다. 특이하게도 커피의 섭취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도와 역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실제 커피가 파킨슨병의 위험도를 낮추는지는 불분명하며, 이에 대해선 과학적인 역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파킨슨 병이 의심되면? 파킨슨병의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의사의 임상적 진찰소견을 기반으로 내리게 되며, 필요시 뇌의 도파민 운반체 영상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였을 때는 이미 뇌의 신경세포가 60~70%이상 소실된 상태로 보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손이 떨리거나 둔해진다고 해서 다 파킨슨병은 아니다. 중풍과 같은 뇌혈관질환이나 뇌종양, 수두증 등 다른 신경계 질환에서도 증상이 비슷하게 나올 수 있으며, 종종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인해 파킨슨병 환자처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복용 중인 약물이 있으면, 의사에게 모두 보여 이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점으로, 파킨슨병보다 더 빨리 진행하고 증상을 개선할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이 초기 증상만으로는 파킨슨병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조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음으로써 이를 감별하는 것이 추천된다. 파킨슨병은 치료가 되는 병인가? 아직까지 근치적인 치료법은 없다. 대신 현재 치료의 근간은 증상조절을 위한 약물치료이다. 도파민 효현제, 레보도파 제제, 마오비 효소 억제제, 콤트 효소 억제제, 항콜린성 제제, 아만타딘 제제 등 다양한 종류의 약물이 시판되고 있으며, 보통 환자 증상의 경중도와 병의 진행상태에 따라 적절한 조합으로 처방된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로 호전되며, 거의 정상적 수준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 약물 반응이 좋은 시기가 지나면, 약물치료로 인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약을을 복용한 후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든지, 약효에 따라 증상이 심하게 왔다갔다 한다든지, 몸이 꼬여서 팔, 다리, 목 등이 과도하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치료 외에 수술적 치료로서 뇌심부자극술을 들 수 있는데, 이 수술법 역시 완치법은 아니며,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의 상당부분을 개선시키고 복용하던 약물의 용량을 줄일 수 있으며, 약물치료로 인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만으로 증상조절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이 수술법이 가능한 것이 아니며, 한 번의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몸 속에 삽입한 전극을 자극해야만 효과를 내기 때문에, 수술 이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고, 또한 여타의 뇌수술에 상응하는 위험과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수술적 방법은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한편, 일단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와 더불어 병의 초기부터 꾸준히 스트레칭 체조를 비롯한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이는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파킨슨병의 중요성은 향후 현재보다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파킨슨병의 병리기전을 밝히고 완치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국가적인 관심이 보다 증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지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경과 서울의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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