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사람 눈치까지 보느라 피곤하십니까?
admin
발행일 2009.11.13. 00:00
이런 말을 해도 좋을까? 아닐까?…노심초사하는 삶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는 한 여성이 진료실로 찾아왔다. 어린 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몸이 약해 방안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고, 아버지는 가정보다는 일과 친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친척이나 친구들에게는 돈을 쓰면서 식구들은 검소하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가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불만이어서 늘 짜증을 내고 잔소리를 하였고 그것이 싫은 아버지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게 되었다. 아버지는 장남인 그녀의 오빠가 성적이 떨어지면 무섭게 혼냈고 그런 아버지를 진정시키기에는 어머니가 너무 약했다. 오빠는 학교도 안가고 가출도 하는 등 부모님에게 반항하였다. 그녀는 예쁜 옷을 사 입고 싶기도 하고 오빠처럼 어머니에게 돈을 타 내어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싶기도 했지만, 자신마저 그러면 아버지와 오빠에게 시달리는 어머니를 더 괴롭게 할 것 같아 꾹 참았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다가가면 ‘나는 지금 피곤하니 네가 다 알아서 해라’라며 자신을 쳐다보던 어머니의 눈빛이 떠올라 고민을 터놓고 싶어도,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저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이런 말을 해도 좋을까 아닐까를 항상 살피던 감정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이 여성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과거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사랑받겠다는 마음이 충족되지 않을 때 ‘미움’ 생겨나 그렇다면 왜 그녀는 부모님 특히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못했던 걸까. 이 여성은 자기가 남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눈치 보는 것이 줄어들었다. 사랑받을 필요가 없으니 더 이상 잘 보이려고 눈치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 깨달았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미워지거나 할 때마다 ‘아 내가 또 그 사람한테 사랑받으려고 했구나’ 하는 것을 깨달으면서 차츰 좋아졌다. 즉, 사랑받으려고 하는데 안 되어서 화가 나므로, 사랑 받으려는 마음이 없어지면 끝나는 것이다. 사랑도 미움도 없어진다. 서서히 줄어들면서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움, 서운함, 분노 등으로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자기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그것이 정신 건강으로 가는 시작이다. 글 ∥최선아(서울특별시동부병원 정신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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