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찾아온 매미소리, 들으셨나요?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4.07.21. 00:00

수정일 2014.07.21. 00:00

조회 1,131

매미 허물들이 나뭇잎에 붙어있다

이승철의 시 [매미] 모두

맴, 맴, 맴, 맴.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운다고 단조롭다고 흉보지마라.
결코 우짖는 소리가 아니다.
온 몸 불사른 정열의 사랑노래다.

그 어둡고 깊은
땅 속에서 몇 년.
누구의 돌봄도 받지 않고
여름 한 철, 지금 이때를 위해
오랜 시간 스스로 쌓고 쌓은 내공이 담긴 발성이다.

맴, 맴, 맴, 맴.
쓰르람, 쓰르람, 쓰르람.
사랑, 사랑, 내 사랑. 그대여 오라.
우리사랑 대를 이어 다시 몇 년을 땅속에서 기다린들 어떠리.
사랑, 사랑, 내 사랑, 어화 둥둥 내 사랑.

나무줄기와 아파트 벽면에 앉아있는 매미들

[서울톡톡] "올핸 매미가 유난히 적네요, 너무 가물어서 그런가?" 아파트 쉼터 벤치에서 쉬고 있던 할머니가 하는 말이다. 7월에 접어들면서 아주 작게 들리던 매미소리가 요즘 제법 시끄러워졌다. 아차! 시끄럽다니? 저 멋진 매미들의 합창을 시끄럽다고 표현한 것은 참 미안하다. 개구쟁이들 몇이 곤충채집망을 들고 커다란 나무 밑으로 살금살금 다가간다. 매미가 휙 날아가 버린다. 번번이 실패다. 그러나 몇 마리는 붙잡혀 개구쟁이들의 채집통에 갇혀 맴맴 거리기도 한다.

나무줄기에 줄줄이 붙어있는 매미의 허물들

아파트 앞 숲속 나무줄기에는 수많은 매미 허물들이 붙어 있다. 어느 커다란 나무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수십 개의 매미허물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촘촘히 무리를 이루기도 하고 한두 개씩 붙어 있는 것들도 있다. 나무줄기뿐만 아니라 나뭇잎에도 여기저기 붙어 있다. 하나같이 등 부분이 갈라져 있다.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껍질을 벗어버린 흔적들이다.

매미는 매미목, 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수많은 곤충들 중에서 가장 소리가 크고 멋진 음성을 가진 곤충으로 통한다. 요즘 한창 합창을 벌이는 매미는 수컷이다. 수컷의 복부에는 아주 특이한 발음기관이 있어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매미의 생애는 참으로 흥미롭고 놀랍다. 매미는 종류마다 조금씩 그 기간은 다르지만 보통 2년에서 5년을 땅 속 깊은 곳에서 산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나무의 뿌리에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생존한다. 성충이 되기 위해 흙 속에서 나온 후에는 나무에 올라 마지막 허물을 벗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땅속에서 견디다가 날아오른 매미지만 생존기간은 매우 짧다. 대개 약 1개월 정도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죽는 것이다.

허물이 붙어있는 가지 옆으로 매미가 앉아있다

올해는 벌써 7월 중순인데도 아직 매미의 개체수가 많지 않은 것은 오랜 가뭄때문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꼭 환경요인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제 곧 단비가 흠뻑 내리고 난 후 매미들이 급격히 늘어나는지 추세를 살펴보면 이유는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다. 매미들의 합창도 기대되지만 시민들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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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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