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파르지도, 너무 시시하지도 않아 좋은 숲길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4.06.30. 00:00

수정일 2014.06.30. 00:00

조회 2,544

돌무더기가 있는 길을 오르며

[서울톡톡] 우리 서울의 자연환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답고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주변을 에워싼 높고 낮은 산들과 구릉, 그리고 도시 중심을 흐르는 한강과 하천들까지, 어디 그뿐인가 조선 600년의 역사와 유적이 가득한 도시 아니던가. 여기에 근래 개발된 서울둘레길이 서울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서울둘레길은 지난 몇 년간 도시외곽을 시계방향으로 둘러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 일자산, 대모산, 관악산, 봉산 등을 연결한 157km, 8개의 코스로 조성됐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 길에서 만난 작품들

11월 완공을 앞둔 8개의 코스 중에서 '제7코스'인 봉산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6월 14일 일행 4명과 함께 코스 답사를 시작한 곳은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4번 출구. 출구를 나와 왼편 길에서 아주 예술적인 설치 조각 작품 두 개가 눈길을 붙잡는다. 15분쯤 걷자 왼편 저편에 수색역이 바라보인다. 그 앞에서 길을 건너 오른편으로 방향을 바꿔 걷자 다시 길 건너편에 '수색동주민센터'가 나타난다. 건널목을 건너 주민센터 입구 골목길로 500미터 쯤 올라가자 어린이집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오른편 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봉산구간 둘레길이 시작된다.

둘레길 입구와 봉산코스의 첫 번째 정자

친구들과 오순도순 정답게 걷기 좋은 길이다. 첫 번째 정자에서 잠깐 쉬며 과일과 차 한 잔씩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6월의 숲길은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둘레길 내내 길가에 피어있는 원추리와 개망초 꽃들, 이름 모를 꽃들과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숲과 꽃의 향기가 풋풋하게 묻어나는 듯하다.

길은 마냥 평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마다 너무 지치지 않을 만큼의 높이로 오르락내리락 이어진다. "이 길 참으로 좋구먼, 너무 가파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평탄하지도 않고, 건강관리에 아주 좋은 길이야" 일행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길가에는 다양한 꽃들과 산딸기 등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둘레길 중간 중간에는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들과 다양한 모양의 정자들이 세워져 있다. 쉼터 근처에는 어김없이 다양한 운동기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봉산 생태보전지역에는 팥배나무, 중국단풍, 작살나무, 미국참나무, 굴참나무, 화살나무, 자귀나무, 노린재와 귀룽나무, 초피나무 등 다양한 수종들이 자라고 있어 나무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서울둘레길 표지판을 따라가면, 방향 잃을 염려는 없다

갈림길에는 '서울둘레길' 표지판이 서있고 거리와 방향을 나타내는 이정표도 곳곳에 세워져 있어서 목적지나 방향을 잃을 염려가 없었다. 그렇게 1시간 30분쯤 걸어 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엔 제법 널따란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날아갈 듯 멋진 '봉산정'과 옛 '봉수대'를 복원한 예스런 모습이 발길을 붙잡는다.

정상에 자리한 `봉산정`과 `봉수대`

봉산(烽山)은 해발 207.8m로 봉령산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렸다. 산 이름은 조선시대에 서울 무악봉수로 이어지는 봉수대가 있어 붙여졌다. 봉령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은 정상에서 좌우로 펼쳐진 산줄기 모습이 봉황이 평화롭게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 모습과 같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1919년 3,1 만세운동 때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횃불을 들고 만세운동을 했던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옛날엔 이 산 위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자주 피어나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줬고, 지금은 '봉산 해맞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곳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은 길

봉산에서부터 구파발역으로 가는 길은 대체로 내리막길과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평탄한 길이다. 친구나 가족들과 더불어 도란도란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정답게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사람들이 자주 걸어서 길이 되고,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길이라면, 서울둘레길은 이 두 가지 요소가 병합되어 만들어진 길이다.

운동시설과 쉬는 공간이 많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길은 이제 단순한 이름이 아닌 사회적 공간이다. 사람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북돋아주고, 개인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의 공동체,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최초로 만들어진 둘레길 문화는 '제주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둘레길'등 지방마다 뒤질세라 열풍이 일어났다.

그러나 도시들은 예외였다. 도시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서울은 그 공간의 한계성을 뛰어넘었다. 도심 '성곽길'에 이은 서울둘레길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멋진 서울의 도시환경을 품은 자연 친화적인 서울둘레길은 서울시민들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도 사랑 받는 길로서 서울의 경쟁력을 한층 드높이는 촉매제 역할까지 감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서울둘레길 #제7코스 #봉산구간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