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터지는 소리에 도깨비도 도망간 사연
발행일 2014.04.09. 00:00
[서울톡톡] "저기 나무줄기 자세히 봐? 빨간색 꽃이 보이지, 저게 개암나무 암꽃이야"
"어디 꽃이 피었다는 거야?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꽃은 보이지 않는데..."
지난 주말 서울 우이동 골짜기에서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일행 한 사람이 가느다란 나무줄기를 가리키며 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꽃은 보이지 않는다.
"이 수꽃은 잘 보이지? 그런데 암꽃은 이렇게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거야, 더구나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은 이렇게 손으로 짚어줘도 잘 보이지 않을 걸, 하하하."
나무박사로 통하는 일행이 줄기에 붙은 빨간 점을 손가락으로 짚어준 다음에야 그 작은 것이 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작은 꽃이었다. 아주 작은 풀꽃들은 흔히 보았지만 나뭇가지에 피어난 꽃이 이렇게 작다니, 마치 가느다란 나무줄기에 빨간색 볼펜으로 점 하나를 찍어놓은 듯 했다.
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으로 아직 잎이 피기전인 3월 하순에서 4월 초에 꽃을 피운다. 같은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어나는데 수꽃은 크기도 제법 크고 길쭉한 버들강아지 모양을 하고 있어서 금방 눈에 띤다. 그런데 암꽃은 너무 작아서 여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촬영하기도 쉽지 않아 근접촬영으로 겨우 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개암나무는 그리 굵지 않은 작은 줄기들이 곧게 2~3미터 높이로 자라는데 잎은 어긋나고 원형 또는 도란형이다. 꽃은 3월 말경부터 요즘까지 피어나 여름에 열매를 맺고 9월이면 영글어 따먹을 수 있다. 크기는 작은 도토리 크기이며 단백질과 지방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땅콩이나 호두의 맛처럼 고소하다. 옛 문헌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수록되었는데 경기도와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지방에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도깨비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암나무 열매
옛날 어느 산골마을에 늙은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노모가 시름시름 앓아눕자, 효자 아들은 산삼을 찾아 산으로 향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산, 아들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드디어 어둠 속에서 발견한 불빛,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 불빛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도깨비들이었다. 효자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몰래 숨어 있던 중, 너무 배가 고파 산 속에서 딴 개암나무 열매 한 개를 입에 물고 깨물었다. 순간 개암 열매 껍질이 깨지며 '톡' 소리가 났다. 도깨비들은 그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다. 그런데 도깨비들 중의 하나가 너무 놀란 나머지 도깨비 방망이 한 개를 놓고 달아나 버렸다.
효자는 그 도깨비 방망이를 주워들고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고 주문을 외울 때마다 보물들이 쏟아져 나와 큰 부자가 되었다. 늙은 부모님을 정성껏 봉양하며 잘 살았다. 그런데 이웃마을에 사는 심술꾸러기 고약한 부자 영감이 효자 아들이 부자가 된 것을 이상히 여겨 사연을 물었다. 효자 아들로부터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를 들은 부자 영감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도깨비 소굴을 찾아갔다.
도깨비들이 모여 괴상한 춤을 추며 놀고 있었다. 심성이 고약한 부자 영감은 개암 열매를 힘껏 깨물었다. 개암 깨무는 소리에 놀란 도깨비들이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영감에게 달려들어 훔쳐간 도깨비 방망이를 내놓으라며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영감은 도깨비들에게 뭇매를 맞고 피투성이가 되었다고 한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의미가 담긴 재미난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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