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 외딴 곳에 있는 문화재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장제모

발행일 2013.02.26. 00:00

수정일 2013.02.26. 00:00

조회 2,419

[서울톡톡] 서울은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이유로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세계의 유명 도시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많은 문화자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우선 조선왕조 500년의 수도였기에 많은 역사문화 유적이 있으며, 그 이전의 역사 유적에다 파란만장의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심이기에 있게 된 문화재 등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연자원도 세계 유명 도시에 못지않다. 경관이 빼어난 북한산, 도봉산과 관악산 그리고 큰 흐름을 가진 한강이 도도히 도심을 가르며 오늘의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듯 역사 문화 유적과 자연 자원이 다양한 서울이라 유명세를 갖지 못한 작은 문화재들이 사람들에게 잊혀지거나 외면되는 것들이 많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한 가치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서울이 많은 문화재들을 갖고 있는 것도 그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유산, 그러니까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는 문화재들 가운데는 그것이 가진 역사성이나 문화재적 가치 등을 따질 때 묵혀두기에는 아까운 것들이 많은데, 금천구 관내의 호암산(虎巖山, 금천구 시흥동 산93-2)의 서울시 사적 제343호인 '한우물 및 주변산성지'의 주 유적인 '한우물'과 '석구상(石'狗像)도 그들 중의 하나이다.

'한우물'은 호암산의 정상부분에 있는, 폭 12m 길이 22m 정도에 지나지 않는 작은 연못으로 서울 도심에서 먼 곳 그곳도 산 위 외딴 곳에 있어 주목거리가 되지 않고 있지만 그것이 있게 된 내력이나 그에 얽힌 설화 등을 살필 때 가볍게 지나칠 문화재가 아니다.

이 우물은 '용보'(龍洑) 또는 '천정(天井)'이라 부르는데 조선중기 때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흥미로운 전설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라는 설이다. <동국여지승람>에, `호암에는 견고한 성이 있고, 성안에 한 연못이 있어 가물 때면 비를 빈다`(虎巖山有固城 城內有一池 天旱祈雨)고 기록하고 있다. 둘째는 군사용이라는 설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의 선거이(宣居怡)장군이 이 부근에 진을 쳤다고 전하고 있어 이 우물의 물은 이곳에 진주한 군사의 음료수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셋째는 좀 색다르다. 이곳에 있던 해태는 조선조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한 후 도성과 궁궐을 창건할 때 지은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의 해태와 마주 보고 있는 것으로 불을 먹는 동물, 즉 방화신(防火神)인 해태를 이 우물 가까이 세운 것은 물의 성질 즉 곧 소화(消火)를 상징한 것이라는 것이다.

석구상(石拘像) 또한 챙길만한 가치를 가진 문화재다. 앞의 설화에서 살폈듯이 조선왕조의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소재인가 하면 그것의 미술적 가치도 범상치 않다. 이 상은 '한우물'의 동북쪽 50m 지점에 있는데 그 모습이 개(狗)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하며, 그에 얽힌 전설은 '한우물' 전설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화기(火氣)를 가진 관악산의 기세를 누름으로써 도성 안에 화재가 나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으로 이는 조선의 도읍설화(都邑說話)에 나오는 해태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 석구상의 모습은 해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개(狗)의 형상이고, <시흥읍지> '형승조'의 기록에도 그렇게 이해될 수 있는 구절이 있는 것을 보아 '석구상(石狗象)'이 옳은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석상은 길이 1.7m, 폭 0.9m, 높이 1m 정도인데 개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게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뚜렷하게 부각되어 있으며 발과 꼬리부분도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한우물'을 발굴할 때 '석구지(石拘池)'라는 명문이 새겨진 석재가 발견 된 것은 '한우물'과 이 석상의 연관을 말한다 할 수 있다.

두 유적이 있는 '호암산'도 그렇게 불리는 연유에 대한 기록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금천현조(衿川縣條)에 의하면, "호암산은 현의 동편 5리에 있는데, 그 곳 바위가 호랑이와 닮았으므로 그렇게 명명하였다.(虎巖山在縣東五里 有巖如虎故爲名)"고 기록되어 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호압사(虎壓寺)라는 사찰이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듯 문화재적 가치를 가진 이 두 유적이 있는 곳은 호암산의 정상부분으로 서울 서남권과 인근 수도권 시민들이 서울의 등산명소 관악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로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이런 곳인데도 서울을 소개하는 관광안내서에는 이 유적에 대한 안내가 찾기 어려운 것은 이곳 주민으로서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물론 서울에는 소개할만한 많은 관광자원이 있어 일일이 다 소개하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문화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의 자세가 아니라 생각한다.

서울시민으로서 유감인 것은, 이 유적들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러한데 훼손에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우물'은 그것의 구조 특성 상 훼손 우려가 덜 하지만 그래도 개선 여지가 있고, 석구상은 방치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석구상 일대는 항상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데 안타까운 것은 이 석상을 손으로 만지는가 하면 사진을 찍는다고 기대거나 심지어 올라타는 모습조차 볼 수 있으며,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나는 것은 석상 앞에다 술판을 펴고 있는 것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경복궁 창덕궁 등 명소에 있는 각종 문화재가 시민들에게 존중되고 보호되듯이 이곳의 문화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의 문화재가 어디에 있든 그것이 현재 어떤 위상이던 모두가 우리민족의 빛나는 문화유산이다. 한 나라의 문화유산은 그 나라의 국민은 말할 것 없고 다른 나라의 국민들도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 문명국가 시민의 자세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도정에 오르고자 힘차게 내닫고 있으며 더불어 문화국가로서도 자부도 내세우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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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한우물 #석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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