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마 천재가 아닐까요?
발행일 2012.09.26. 00:00
[서울톡톡] "네댓 살의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주변 사람을 스케치한 그 많은 드로잉 작품과 서커스단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며 아크로바틱 댄스 시리즈의 작품들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그의 상상력은 정말 놀라워요. 작품을 보는 동안 감탄하고 또 감탄했습니다. 그는 아마 천재가 아닐까요."
지난 18일, 북서울 꿈의 숲 상상톡톡미술관에서 있었던 지적장애화가 <데니스 한 초대전 With- 소중한 만남> 개막식에 참가해 작품을 둘러 본 김은숙(도봉구 방학동· 48)씨의 감동 소감이다. 미술을 전공한 대학원생 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상상톡톡미술관에서는 지난 9월 18일부터 오는 12월 30일까지 지적장애화가 <데니스 한 초대전>을 열면서 지난 18일 오후 4시, 그의 작품을 보려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개막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세종문화회관 박인배 사장과 데니스 한의 후견인인 유리조형작가 심현지(데니스의 이모)씨가 함께 했다. 모자를 쓴 모습의 작가 데니스 한은 개막식 내내 유쾌한 모습으로 참여했다. 개막식은 데니스 한을 아끼는 이들의 격려의 말과 가야금 공연,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장 1층과 2층을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35세 청년이면서도 5세 안팎의 지능을 가진 재미교포화가 데니스 한이 캔버스 위에 펼쳐 놓은 세상들을 보며 감동했다.
이번 <데니스 한 초대전>의 테마는 `With-소중한 만남` 이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단계별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속에는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그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커스라는 다이내믹한 공간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놀라운 상상력으로 표출된 그림도 있었고, 춤추는 사람들의 연속적인 모습을 강렬하게 붉은 색감으로 표현한 아크로바틱 댄스 시리즈가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1층 전시실(Section 1)은 주로 주변 인물들과 자신의 실생활 이야기를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의 표현력은 5세의 지능을 가졌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채색을 하기 전 그가 무수히 그린 이 데생과 드로잉 작품에서는 인물의 특징과 구도를 잡아내는 능력이 잘 나타나 있었다. 이는 미술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이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졌음을 보여줬다.
구체적이며 정교한 그의 감각에 '상상력'까지 더해진 그의 수작들은 2층 전시실(Section 2)에서 더 만나 볼 수 있는데 '서커스'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그만의 공간 인식과 표현법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의 작품 `줄 위의 모터 싸이클`, `한 발로 말 타기 2`에서는 천진난만한 동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붉은색으로 춤추는 사람들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낸 `아크로바틱 개구리댄스`, `한 마리 나비처럼`, `오대산 꼭대기에서 춤추기`, `아크로바틱 댄스2` 등에서는 추상화가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이번 데니스 한 초대 전시전에는 전시 이외에도 '나도 데니스처럼 아크릴화 그리기', '데니스 카드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과 장애 아동을 둔 부모 초청 특별 강연도 마련되어 있다.
단계별로 발전되어지고 있는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노라면 그가 5세 가량의 지적장애를 가진 작가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더불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참 많은 어려움과 지난한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특히 그의 생각이 캔버스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표현되기까지 그의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도맡고 있는 그의 이모이자 재불 유리조형작가 심현지 씨의 노고에도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데니스 한 이야기…
데니스 한은 1977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생후 1년 4개월 만에 뇌막염을 앓고 그 후유증으로 앞 뇌에 결정적 타격을 입어 지적 장애인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1998년 7~8월 파리에 있는 이모 심현지 씨 집에 머물며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재불 화가인 이모 심현지 씨는 "한시도 쉬지 않고 아이를 지켜야 하는 수고를 좀 덜어보려고 마커(매직펜류)를 쥐어줬고, 그는 그것으로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려댔다"고 회고했다.
1999년 1~4월 두 번째로 파리 이모 집에 다시 머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데생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수채화까지도 그리게 됐다. 그 해 파리 한인침례교회 자선 전시회에 수채화를 출품하면서 데니스 한의 작품은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12월부터는 파리에 정착하면서 수채화를 그리고, 특히 마르크 샤갈의 그림을 모작했다. 2000년 9월부터는 아크릴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2001년과 2002년에는 10호에 해당하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2002년에 있을 전시회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2002년 2월 서울 인사동 피쉬 갤러리 초대전, 2004년 4월 파리 유네스코 갤러리 초대전 등 처음 그림을 시작하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전시를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이었다. 그의 그림은 대중을 만나며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됐다. 올해 4월에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7일간의 전시를 연 바 있고, 반기문 유엔총장도 관심을 갖고 전시를 관람했다.
■ 꿈의 숲 아트센터 개관 3주년 기념, <데니스 한 초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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