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들도 벌벌떠는 이름, 의금부
발행일 2012.02.17.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조선시대의 무시무시한 사법기관이었던 의금부. 그 옛날엔 어디쯤 있었을까? 의금부 표지석을 찾아낸 곳은 종각이 있는 종로 1가 네거리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1번 출구를 나서자 오른편에 높다란 건물이 서있다. 지금은 유명 은행이 자리하고 있는 곳. 그 건물의 앞뜰에 자그마한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에는 ‘의금부 터. 조선조 관리, 양반윤리에 관한 범죄를 담당하던 관아자리’ 라고 새겨져 있다. 왼편 길 건너엔 종로타워가 서 있고, 오른 편 길 건너엔 대형문고, 4거리 대각선 맞은편 길 건너엔 보신각이 서있다. 서슬파란 옛 관아자리가 지금은 번화가가 된 것이다. 광화문 쪽 길가에는 신축건물 공사장을 가리고 있는 높다란 패널에 옛스러운 느낌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육신, 기묘사화 등 변화기마다 수많은 관리들이 고문을 받은 무서운 관아
"내 그동안 너를 그리 아꼈거늘, 어찌 감히 과인을 배신할 수 있단 말이냐? 지금이라도 과인의 신하로 마음을 돌리면 너를 살려주겠다." 세조가 은근한 눈빛으로 성삼문을 회유해보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배신이라고? 그건 내가 나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누가 누구를 배신했단 말인가? 나는 지금까지 나리를 단 한 순간도 임금으로 생각하거나 섬긴 적이 없다. 내게는 오직 한분, 상왕이 계시거늘, 신하가 어찌 두 임금을 섬길 수 있단 말인가? 나리가 진정으로 나를 아낀다면 더 욕보이지 말고 빨리 죽여주기 바란다"
성삼문은 세조에게 말끝마다 전하가 아니라 나리라고 불렀다. 끝까지 굽히거나 임금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그에게는 세조가 그저 어린 조카 단종을 폐하고 왕위를 찬탈한 파렴치하고 악독한 삼촌 수양대군일 뿐이었다. 분노한 세조는 혹독한 고문을 명했다. 경복궁 사정전 앞에 마련된 국청(조선시대, 왕이 역적 등의 중죄인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 설치하던 임시 심문장)은 살벌한 분위기 속에 처절한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조선시대 세조 3년인 1456년, 계유정난으로 왕위를 빼앗은 세조를 몰아내고 단종복위를 도모하다가 발각된 사육신이 세조에게 직접 심문을 받는 국청이었다. 그러나 이날 국정에 나온 사육신은 혹독한 고문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의연하고 당당하게 세조와 맞섰다. 성삼문뿐만 아니라 박팽년, 유응부, 하위지, 이개 등 그 누구도 죽음이 두려워 세조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 역사에서 충절의 표상으로 남은 사육신은 결국 모두 처절한 죽임을 당하고 단종 역시 죽음을 면치 못했다
의금부, 오늘날로 친다면 어떤 권력기관?
사람들에게 의금부가 어떤 곳이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의금부라, 옛날의 특수수사대 같은 기관 아니었을까요? 안기부 같은”, “의금부는 조선시대의 검찰청 아닌가요? 대검찰청”, “지금의 경찰청과 검찰청, 대법원까지 합쳐 놓은 뭐 그런 기관 아니었을까요?”
표지석의 안내문처럼 의금부는 조선시대 지배계층이었던 양반과 관리들의 윤리에 관한 범죄와 반역죄 같은 중대 범죄를 조사하고 처결하던 관아였다. 즉 조선시대의 특별사법관청으로 조옥,·금부,·왕부,·금오라 부르기도 하였다. 건국 초기에는 고려시대의 제도인 순군만호부를 설치하고, 형조의 사법권을 돕는 순군, 순찰, 포도, 금난, 즉 경찰업무를 관장하다가 1414년(태종 14)에 의금부로 개편하였다.
범죄 조사와 책벌의 대상이 사대부, 즉 양반과 관리계층이었지만 예외도 있었다. 역시 세조 때 사방지라는 아주 특이한 천민을 의금부 감옥에 가두고 조사한 일이 있었는데 양반집안의 윤리에 관련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세조임금 당시 왕명을 받든 의금부 도사 왕방연이 영월 땅에 유배되어 있던 단종에게 사약을 전하여 죽게 하고, 돌아오던 길에 읊은 시 한 수가 오늘날에도 그의 애절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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