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펼치는 사색의 향연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은자

발행일 2011.11.09. 00:00

수정일 2011.11.09. 00:00

조회 2,031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이제 제대로 만추를 만끽할 때인데 놓칠세라 서둘러 나섰다. 신영복 교수의 <청구회의 추억>의 배경이 된 서오릉이 은평구 봉산 둘레길과 맞닿아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벼르고 벼렀던 참이라, 몰래 숨겨놓은 보물이라도 찾아나서는 심사였다.

추천해 준 친지의 안내대로 지하철 6호선 DMC역 5번 출구로 나와 102년 역사의 수색성당을 경유하여 증산초등학교 담벼락을 지나 동네로 들어섰더니 입구에 주민이 함께 만들었다는 아기자기한 연못공원이 있었다. 수련이 아닌, 개구리밥으로 가득 덮인 연못이 연못이라기보다는 어렸을 때 우렁 잡고 미꾸라지 잡았던 무논처럼 정겨웠다. 이정표도, 컹컹 짓는 동네지킴이 개 한 마리도 없는 산 입구에 발을 내딛으며 마치 대문이 활짝 열린 집 마당에 들어선 것 같아서 둘레둘레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용히 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지킴이 석상이 있었다.

봉산 입구 동네의 정겨운 풍경

가을산의 아름다움은 봄꽃들로 화사한 그런 분위기와 견줄 바가 아니었다. 파스텔 톤의 단풍으로 물든 산과 솔솔 바람에도 우수수 눈처럼 휘날리는 풍경들, 군데군데 쌓인 낙엽들을 바스락바스락 밟으며 코 끝에 전해오는 진한 향기에 취해보는 것... 탄성마저도 호들갑 떠는 것 같아서 끌어안으며 나홀로 사색의 향연을 펼쳐 본다.

서울시는 오랜 세월 군부대가 위치했던 은평구 구산동 산136-2번지 인근 봉산 정상부 6500㎡에 봉산(烽山)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걸맞게 남산-안산-봉산에 이르는 조선봉수 제4로 중 직봉 노선을 완전히 복원하는 의미로 봉수대 2기를 새로 복원하고, 전망 및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봉산 해맞이공원 조성사업’을 연말까지 완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봉산 봉수대가 새롭게 복원되면 현재 복원이 완료된 남산(목멱) 봉수대와 서대문 안산(무악) 봉수대와 직선으로 연결되는 조선봉수 제4로 중 직봉노선이 모두 복원된다.

해맞이공원의 중심공간인 정상 주변 600㎡ 규모의 부지에는 봉수대(2기), 팔각정, 의자 등을 설치해 지역주민과 서울둘레길 이용객을 위한 전망 및 휴식공간이자,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아담한 작은 광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군부대 이전 전체부지 6500㎡ 중 대부분 지역은 듬성듬성 남아있는 기존 큰 나무들 사이에 개쉬땅나무와 같은 키 작은 나무 6종 730그루를 심어 자연스럽게 숲을 복원하고, 숲 가장자리에는 구절초, 원추리 등 자생화 8종 1,450포기를 심어 아름답게 가꿀 예정이라고 해서 더욱 기대된다.

그 동안 산의 존재조차도 몰랐었는데 봉산은 은평구에서 제일 큰 산으로 갈현2동, 구산동, 신사동, 증산동, 수색동 등에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으며 곳곳에서 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봉산에는 자생종이지만 비교적 귀한 야광나무나 아그배나무가 개체수로는 제일 많고, 다른 산에서 찾아보기 힘든 ‘좀목형’이라는 나무도 있다. 자작나무와 마가목, 가막살나무, 고광나무 같은 수종도 흔하게 만날 수 있고, 특히 팥배나무 탐방로가 있는데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 봄, 여름보다 가을 끝자락의 팥배나무 숲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정말 예전에 미처 몰랐었다.

수채화 같은 봉산 둘레길 끝자락에서 바로 길 건너 이어지는 서오릉이 있어서 더더욱 값지고 보람있는 나들이었다. 비바람에 스러질 가을단풍을 원망하지 않고, 그 잔해들도 귀히 여기며 사색과 성찰의 가을산 나들이를 계속 시도해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엄마,아빠, 저 여기있어요~!

#은평구 #만추 #봉산 #봉수대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