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떼가 너무 많아 수영을 못 해요
이백수
발행일 2011.08.22. 00:00
지상낙원이 된 난지도
환경오염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보호 동물이 된 맹꽁이를 만난 건 다름 아닌 난지도에서였다. 맹꽁이를 서울 시내에서, 그것도 내가 이민 갈 당시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고약한 악취의 상징, 난지도에서 말이다.
지난 2005년, 당시 브라질 여자 축구 감독이었던 시케이라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았는데, 시케이라 감독은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 경기장이었던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때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도중에 몰라보게 변신한 난지도를 보게 되었다. 원래 난지도는 한강 하류 저지대에 흙모래가 쌓여 자연스레 만들어진 섬으로,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자라는 섬(島)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난지도가 어느새 복합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서울의 명소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 시민의 체육공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악취와 파리 떼만 들끓던 난지도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넝마주이는 가난한 한국의 상징으로 외국 매스컴에 단골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던 난지도가 이제 명실공히 21세기 환경주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난지도를 다시 찾은 날, 소풍 나온 천진난만한 소년처럼 신나게 페달을 밟으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하늘공원 정상에 오르니 정면에는 N서울타워(남산타워)가 선명하게 보이고, 오른쪽에는 인천공항을 잇는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밑으로 한강은 물론 저 멀리 안산까지도 보였다. 바로 코앞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목쉬게 외쳤던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 경기장의 늠름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붉은 악마'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문득 서울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허파, 서울숲
푸름으로 가득한 서울숲은 놀라웠다. 길게 뻗은 흙길과 잘 포장된 길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복잡한 도심과 자연이 잘 어우러진 멋진 테마 공원으로 탈바꿈한 서울숲. 내가 사는 브라질에서 남미 최대 규모라는 평을 듣는 상파울루 이베라푸에라 공원(Iberapuera Park)과 비교해보니 더 다양하고 섬세하며, 짜임새 있는 모습이다.
서울숲은 처음부터 영국의 하이드 파크(Hyde Park)나 뉴욕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에 버금가도록 만들어 서울 시민들에게 건강과 활력을 주는 테마 공원을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면, 서울숲은 서울의 허파요 한국의 허파인 셈이다.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은 국가 간의 관광지보다 도시 간의 관광지 경쟁이 더 치열해질 추세라고 한다. 서울숲을 안고 있는 서울의 도시 관광 경쟁력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높은 순위를 다투며 경쟁하기를 기대해본다.
유람선을 타고 만난 한강
언젠가 꼭 한번 타보고 싶었던 한강 유람선에 마침내 올랐다. 한강은 서울 시내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으로 백두대간 태백산맥에서 발원하여 서울 한복판을 거쳐 임진강, 예성강과 합류해 서해 바다로 이어진다. 한때 오물이 둥둥 떠다닐 정도로 더럽던 한강은 온데간데없고 현재 한강 유역에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4분의 1이 서식할 정도로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언젠가 TV에서 “옛날에도 지금도 한강에서는 수영을 못합니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오물이 떠 내려와서 수영을 못했고, 지금은 물고기 떼가 너무 많아 수영을 못 합니다”라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민족의 젖줄이요, 겨레의 심줄같은 강이다. 한편으로는 눈물이 모여 이루어진 애환의 강이자 서울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필히 봐야 할 서울의 또 다른 풍경이요, 서울의 절대적 명소가 아닐 수 없다. 한강 유람선에서 익살스러운 선장이 풀어놓는 얘기에 모두들 유쾌하게 웃으며 한강 사랑, 서울 사랑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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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백수(브라질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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