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자취를 따라가다<2>
하치스카 미쓰히코
발행일 2011.04.11. 00:00
심우장을 뒤로 하고 오르막길을 더 오르다 보면 끝없는 성벽이 보인다. 그 성곽의 어느 능선을 넘어가면 서울의 먼 곳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와룡공원에 도착한다. 여기서 산기슭을 따라 내려가면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600년 동안 자리 잡아온 ‘성균관’의 후신 성균관대학교 후문이 나온다. 캠퍼스 안의 근대적인 건물을 여럿 지나쳐 정문으로 향하자 유교의 공자를 기리는 ‘문묘’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부에는 대성전, 명륜당, 동재, 서재 등 성균관의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고 명륜당의 앞마당에는 무려 400년이나 된 아주 크고 훌륭한 은행나무가 서 있다.
성균관대학교 정문에서 혜화역 쪽으로는 젊은이들로 가득한 활기 넘치는 거리가 이어진다. 혜화역은 대학로에 위치한다. 대학로라는 이름은 과거 이곳에 있던 서울대학교에서 유래한 것이나,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그 빈자리에는 마로니에공원과 크고 작은 여러 극장이 들어섰다. 그리하여 이곳은 현재 젊은이들의 문화·예술 거리로서 세련되고 센스 넘치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맞은편에는 ‘학림다방’이 있다. 2층에 있는 학림다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좁고 낡은 나무 계단을 올라야 한다.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목조로 된 내부에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마치 노스탤지어가 깃든 다방의 세계로 이끄는 듯했다. 1956년에 문을 연 이 전통 있는 다방은 과거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제25강의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근했던 공간으로, 서울대학교의 축제 명칭인 ‘학림제’는 이곳에서 유래한 것이다. 당시 학생운동의 거점이 된 적도 있으나 학생들뿐 아니라 여러 문인과 예술가들이 모인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작가 중에는 이청준, 김승옥, 김지하, 김정환 등이 단골이었으며 여러 문학 작품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반세기 이상이 지났지만 다방 내부는 나무 테이블, 푹신한 소파, 음악가들의 흑백사진이나 초상화, 학생들의 낙서, 베토벤의 흉상, 셀 수 없이 많은 클래식 음악 레코드판 등 그 시절의 모습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창밖의 세련된 대학로와는 전혀 딴판으로 마치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한다. 이 학림다방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전통적이고 격조 있으나 결코 인위적인 멋이 아닌, 차분하고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편히 쉴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마로니에공원 안에는 옛 서울대학교 본관 건물이 있다. 1931년 조선총독부의 건축기사였던 이와쓰키 요시유키(岩槻善之)가 설계한 것으로 벽돌 벽의 심플함과 독특한 구조를 갖춘 건물이다. 2010년 12월 문을 연 ‘예술가의 집’은 대학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어줄 건물로서,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유일한 건물과 함께 그 의미가 깊다. 마로니에공원은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조성된 공원으로 연극과 대학로의 상징적인 장소다. 공원 안에는 옛 서울대학교 캠퍼스 전체를 축소해 재현한 부조도 있다.
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에서는 운 좋게도 이상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씨의 출발>이란 타이틀의 기획전이 열려 둘러보았다. 모더니즘 작가 이상과 관련한 전시뿐만 아니라 그를 테마로 한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적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세대를 뛰어넘는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혜화동 로터리에 있는 우리은행 앞에는 김영진 시인의 ‘혜화동 로터리’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어 그야말로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동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글/하치스카 미쓰히코(광고 회사 ADK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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