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해 다리와 도토리 육형제를 만났어요
발행일 2010.11.30. 00:00
북악산 생태탐방길에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천둥번개가 쳐대는 날씨임에도 그대로 강행했다. 1호선 종각역 8번 출구로 나와 와룡공원으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 타고 달리는 코스가 이렇게 운치 있을 줄은 정말 예측 못했다. 낙원상가, 교동초교, 운현궁, 북촌과 가회동 한옥마을, 골목 틈틈이 보이는 묵은 기와집과 거기에 어울린 간판들이 운치 있고 멋스러웠다.
성균관대학교 후문 쪽에 있는 와룡공원 입구에 도착하여 첫눈을 밟았다. 낙엽이나 계단 위에 얇게 덮인 눈길을 걸으며 조심스럽게 내딛는 성곽길, 인왕산 성곽 복원공사 현장에서 만났던 강신석 석공의 구슬땀과 모노레일로 운반해서 해결한 식사 이야기도 떠올라 일행들과 두런두런 성곽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가는 길에 아주 재미있고 앙증맞은 다리를 만났다. 가재가 물에서 물장구치는 다리(물 水, 물장구치다 鼓, 게 蟹)라고 소개해 놓은 ‘수고해 다리’였다. 바로 이어서 성북천 발원지가 있었다. 성북구는 2002년 시작한 성북천 복원 공사를 8년여 만에 끝내고 주민에게 개방했는데, 인근 지하철역과 통신구, 전력구에서 배출되는 지하수를 성북천으로 흐르도록 해서 건천인 성북천의 수량을 늘렸다고 한다. 성북천은 서울성곽의 북쪽에 있어서 성북천이라고 하며, 북악산에서 흘러내려와 동남쪽으로 흘러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약 7.7km 정도의 한강지류 지방 2급 하천이라고 한다.
이번에 정비된 구간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보문동 대광초등학교까지 2.5㎞ 구간으로, 대광초등학교에서 청계천까지 이어지는 나머지 1㎞ 구간은 동대문구가 현재 정비 중이어서 이 구간이 2011년에 완공되면 주민들은 성북천 산책로를 따라 청계천까지 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북악산 성곽길은 마치 자연학습장 같았다. 전파와 소음과 걱정이 없고 산과 하늘과 마음이 푸르다는 '삼무삼청' 지역, 계곡마루, 솔바람교, 남마루 등의 명칭이 예스럽고 예쁘다. 그리고 성북구에서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생태 관련한 안내문이나 설명문을 잘 걸어두어서 심심하지 않고, 새로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흔히 참나무라고 하는데, 신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등 ‘도토리 육형제’라는 말과 참나무 구별법도 이제야 알았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구별법, 천이(遷移), 비오톱에 대한 것, 특이한 꽃과 나무들까지…….
마치 시화전을 보는 것처럼 중등 국어책에서 익숙해진 시들과 현대시들까지 산길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를 성북동에서 음미해 보기도 했다. 성곽길이나 둘레길을 걷는 맛 이상으로 월동준비를 해야 하는 동식물의 생태탐방길을 답사하는 것도 참 의미 있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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