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오솔길에서 파도 소리가!
발행일 2010.11.19. 00:00
보라매공원은 갈 때마다 공원이 주는 생동감, 다양성, 변화무쌍함 등으로 늘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평일에만 몇 차례 갔던 곳을 일요일에 찾았더니 공원의 활력은 대단하였다. 공원을 빙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과 낮은 산들을 바라보다가 공원과 운동장 가득한 사람들을 피해 산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음악분수와 보라매 안전체험관을 지나 보라매법당 쪽으로 오르면 남부수도사업소가 있고, 와우산 숲 관찰로가 있다. 나지막한 산 이름이 ‘와우산’이었다. 와우산 숲 관찰로는 임야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종을 보호하고 관찰하기 위해 조성된 숲길인데, 잘 정비된 공원에 비해 인위적이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웠다. 동네 한 바퀴 휘 돌듯 와우산 숲길을 산책하고 내려와 다시 보라매공원 동문 방향으로 사람들 따라 걸어가는데 벼를 베어낸 논에서 벼이삭을 줍고 있는 모습, 다소 풀린 날씨에 가족 나들이를 나온 일행들, 자전거 타는 꼬마들 등 사람 구경만으로도 심심하지 않았다. 공원 뒷산으로 오르기 위해 에어파크 쪽으로 갔더니, 산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었다.
뜻밖에도 이 산이 보라매병원 뒷산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병원 주차장으로 연결돼 있어서 병원 근무자들이나 환자, 환자 가족들이 애용하는 산책로도 인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소리테마 설비 시설이었다. 서울동부푸른도시사업소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설치한 것인데, 모든 소리테마 설비는 직접 흥미로운 소리체험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신체평형측정기, 발건강체험, 종소리지대, 허리건강체험, 소리전망대, 청력측정기, 새소리지대, 물소리지대 등의 시설들이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와 연구진들은 지난해에 이미 ‘건강한 소리가 있는 공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숭실대 캠퍼스 내 오솔길 공원에 ‘사운드 테마 파크’를 조성했는데, 실내가 아닌 실외의 공간에서 다양한 소리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오솔길이나 숲길을 따라서 다양한 소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나 풀벌레 소리, 산새 소리 등 도시 생활에서 잊고 지냈던 자연의 소리들과 소리 전망대, 공명의자 등 소리를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치들도 마련돼 있다. 노부부가 공명의자에 다정하게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방해가 될까봐 차마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부터 소음에 노출된 난청환자가 아주 많다. 소음은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서서히 청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물소리나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청각의 안정을 가져다줌으로써 휴식과 집중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한다. 물소리지대에서는 몽돌해변의 파도소리와 바닷새의 지저귐을 함께 들을 수 있는데, 파도소리는 뇌에 알파파를 증가시켜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고, 새소리지대 역시 산새소리의 경쾌한 고음대역이 뇌를 활성화시키고 정신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단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고장 난 축음기와 라디오를 보면서 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돼 평생 소리 연구를 하게 됐다는 배명진 교수는 2004년에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종소리를 사이버 상에서 복원해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등 역사적 인물들의 목소리 복원 등 우리 문화재에 소리를 입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람의 목소리 친화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실용화하기도 했다.
우연히 들른 병원 뒷산에서 아주 귀한 체험들을 해봤다. 발건강, 허리건강 체험에 이어 청력측정기로 갔다. 다른 곳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시설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최대 주파수 대역은 점차 낮아진다는 원리를 이용하여 각 연령대가 들을 수 있는 최대주파수 대역을 차례대로 들려줌으로써 자신의 청각 연령을 알아볼 수 있는 측정기다.
물소리, 풀벌레 소리, 산새 소리가 자연소리 그대로여서 실제로 숲 속에서 나는 것과 혼동이 될 정도다. 보라매공원 나들이 계획이 잡힌다면 와우산과 보라매 병원 뒷산도 오르길 권하며, 혹시 병원을 찾아 시간이 나거나 치료와 간병 등으로 지체해야 할 일이 있으면 주차장 통로로 나와 숲길 산책과 소리테마설비 체험을 꼭 해보기를 바란다. 날씨가 추워져 산행이나 장거리 여행이 어려운 사람들은 집 가까운 공원이나 이런 테마파크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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