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급스런 가방의 재료는 뭘까요?

시민기자 고은빈

발행일 2010.09.27. 00:00

수정일 2010.09.27. 00:00

조회 3,025


아름답고 세련된 것만이 디자인이라고? 천만에! 디자인은 그 의미를 점점 확장해 이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디자인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디자인도 다양한 주제를 갖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친환경’이나 ‘그린’이라는 테마는 요즘 디자인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서울디자인한마당 2010'에서도 그린 디자인들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 한마당에서 만난 그린 디자인 관련 전시들을 소개한다.

‣ 그린 디자인 속을 거닐다 … 그린정원 파노라마

작년보다 더 푸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대학생들이 만들어낸 대형 전시인 ‘그린정원파노라마’는 2009년 ‘자연의 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그린정원파노라마의 테마는 ‘그린, 재활용, 나눔’으로, 그린을 공통주제로 두어 통일성을 강조했다. ‘그린’이라는 주제를 실현하기 위해 각 자치구들은 관람석의 50% 이상을 살아있는 녹색식물로 채웠고, 재활용품들을 사용해 나머지 부분을 꾸몄다. 또한, 현장에서 전시물을 판매해 그 수익 전액을 소외계층의 복지기금으로 사용, 작은 나눔도 실천할 수 있게 했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들이 어우러진 전시는 참신했다. 구로구는 어린이들을 위한 그린 디자인인 ‘하늘아래 놀이정원’을 선보였다. 종이로 기린, 코끼리 등의 동물 모양 통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아이에게 놀이가 되고, 그 안에 식물을 넣어 키우는 행위는 아이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단다. 더불어 구매를 통한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해 나눔의 정신도 배울 수 있다. 마포구는 관람석 아래쪽의 박스형 서랍함(과거 난지도의 쓰레기 더미 상징), 식물, 사람, 나무 모형 등을 통해 쓰레기더미였던 과거의 난지도가 친환경 생태공원인 하늘공원으로 변신해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강남구는 식물을 심은 재활용 컵들을 하나의 큰 구형으로 만들어 그린 지구를 만들어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동구는 부직포 안에 친환경 솜을 넣고 잔디 씨앗을 심어 점점 푸르게 자라나는 특별한 의자시트를 제작해 친환경 도시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통일감 또한 잃지 않은 전시는 작년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사람들은 파노라마 속을 여유롭게 거닐며 작품을 감상했다.


‣ 세상을 푸르게 만드는 디자인,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에 대해 알고 있는가? 우리가 흔히 ‘리폼’이라 부르는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자원들에 디자인을 결합하여 새롭고 아름다운 물건으로 재창조해 가치를 높여주는 친환경적 디자인 트렌드다. 올해 디자인한마당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 ‘서울 업사이클링 페어 2010’ 부스를 열어 시민들이 직접 만든 우수 업사이클링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작품들 중에는 가방이나 인테리어 소품들이 많았다. 시민들의 우수한 디자인 실력에도 놀랐지만 무엇보다도 기자는 소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고 현수막이나 입던 옷은 기본이요, 쌀부대, 검은 비닐봉지, 라면봉지, 튜브까지도 가방으로 변신했다. 특히 검은 비닐봉지를 땋고 엮어서 만든 ‘VYNILs(바이닐스)’와 쌀부대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한 클러치 ‘Owl city’, 바람 빠진 물놀이용 튜브를 이용해 만든 가방인 ‘변신! 트랜스포머’는 원재료를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신선한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방문객들 또한 이 가방들의 원재료가 비닐봉지, 쌀부대였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버려지는 자원들을 이용해 비옷을 만든 시민들도 있었다. 강보람 씨는 ‘우산을 입는다’는 콘셉트로 고장 난 우산의 원단과 낡은 겨울옷을 결합해 방수성과 보온성을 갖춘 비옷을 만들었고, 이현정, 노은주 씨는 버려진 비닐봉투들을 사용해 개성 넘치는 레인코트를 만들어냈다. 천편일률적인 비옷과 달리 다양한 프린트의 비닐을 이용해 만든 비옷은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했다. 우리가 쉽게 버리는 자원들도 시민들의 손을 통해 실용적인 인테리어용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돌돌 만 신문지들은 한데 모여 머릿장과 뒤주가 되었고, 우산살과 이쑤시개는 고급스러운 조명이 되었다.



전시장 한 켠에는 버려지는 자원들을 이용해 동물 작품을 만드는 ‘반쪽이의 고물 자연사박물관’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다 쓴 소화기는 펭귄이, 낡은 솔빗은 끈끈이주걱이, 사무실의 의자는 코끼리와 문어로, 무선마우스와 3단 우산은 박쥐가 되어 시민들을 반겼다. 작가의 기발한 생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디자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딘가에 버려졌을 자원들이 새 생명을 얻어 이렇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니, 디자인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오존층 파괴가 멈췄다지만, 지구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아직도 많이 아파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린디자인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미래 세대에게도 필요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말, 디자인한마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린디자인을 보며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자연을 향한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생각해보자. 그리고 자라나는 새싹들의 마음 속에 심어주자. 미래에도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인 자연, 즉 ‘그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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