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누구를 찾고 계십니까?
admin
발행일 2010.04.12. 00:00
진달래가 피고 있다. 가슴에서 꽃이 핀다. 동면하던 뇌 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극장으로 가던 버스 차창으로 스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공상을 시작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는 도망자다. 그 뒤에 걸어오는 저 노인은 변장한 형사다. 마주 오고 있는 사내는 탐정이다. 저들은 곧 맞닥뜨리게 된다. 3초, 2초, 1초……. 추격전이 시작된다. 탐정(探偵, detective)이란 비밀사항이나 사정을 은밀히 알아내는 일 또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릴 적 탐정물을 보고 흉내를 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자를 눌러쓰고 바바리코트 깃을 올리며 범인을 은밀히 추적한다. 미스테리처럼 꼬이고 꼬인 단서들을 하나씩 짜맞추어 사건의 비밀을 풀어낸다. 미궁의 범인을 잡아낼 때의 그 통쾌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탐정 영화에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이름이 따라붙는 이유가 있다. 탐정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일요일 그의 대표작인 [20세기 소년 독본] 상영 후 감독과의 대담이 있었다. 탐정영화를 주로 만드는 이유가 뭐냐는 대담자의 질문에 그의 대답이 일품이다. "나도 언젠가는 죽게 될 겁니다. 그때 신문 부고란에 탐정영화 전문 감독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사람들이 더 오래 기억해 주겠지요. 그냥 감독 누구 죽었다고 하면 관심조차 갖지 않을 겁니다. 세상에 감독은 많으니까요." [기담]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이 대담자로 나와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선보였다. 대담 시작 전, 극 중 배경음을 손수 가져온 악기로 연주했다. 관객의 질문 전에는 진타가 광대 복장으로 슬프게 동생을 바라보던 장면을 재현했다. 빨간 삐에로 코를 붙이고 진타인 것처럼 표정을 지었다. 관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감동한 하야시 가이조 감독은 그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해는 89년이다. 아직 우리나라에 일본 문화 개방이 되지 않았던 시기다. 90년대 학생 신분이었던 정범식은 어렵게 이 영화를 구해봤다고 한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영화적 감동을 경험했다고 한다. 십여 년이 흘러, 그 영화의 감독과 팬이었던 영화학도가 감독이 되어 한자리에서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나누고 있다. 영화 이상의 감동이 관객석으로 느껴졌다. 하야시 가이조 감독은 동생이 죽자 정말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해야겠다는 자각이 들었다고 한다. 감독의 솔직한 이야기와 영화에 대한 애정이 한 시간 반 넘게 이어졌다. 재일교포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감독에게는 한국에 와 있는 이 시간이 남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 탐정에 대해 썼던 멋진 말을 소개하며 닫을까 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는 탐정 영화 전에 이어서 [베를린 천사의 시]로 유명한 빔 벤던스 감독 특별전과 한국영화 100선을 함께 상영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봄의 계절 4월에 모두 맛볼 수 있다. 무료다. 이곳 상영 시설은 웬만한 멀티플렉스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훌륭하다.
시민기자/최근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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