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가면 젊어진다
admin
발행일 2010.03.15. 00:00
대학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라면 대학로를 모르는 이가 어디 있을까. 대학로에 가면 어디에 무슨 공연장이 있고, 맛좋은 먹거리 음식점은 어느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머리 속에 그림지도처럼 그려져 있을 것이다. 더욱이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라면 영어 단어 하나 더 들어 있어야 할 자리에 공연장이나 음식점 이름이 단단히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학로요? 강의가 없는 시간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에 와요. 언제나 젊음이 있어 좋고 신선한 또래들을 만날 수 있어 좋잖아요.” 대학 3학년 재학 중인 어느 남학생의 말이다. 기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가끔 대학로를 찾는다. 어떤 공연을 하고 있는지 극장 주변을 기웃거려도 보고, 팔짱을 낀 젊은 연인들 사이를 비집고 다녀도 본다. 그러기를 한두 시간 지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들처럼 젊은이로 변해있음을 느끼게 된다. 10년은 젊어진 기분을 느끼고 귀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르긴 해도 대학로로 인하여 서울의 평균 연령이 평균 10살 정도는 젊어지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볼 때도 있다. 그래서 대학로는 ‘젊음의 거리’이긴 하지만 연세 드신 분들도 많이 찾아 젊은이들 틈속에서 부대껴야 하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로는 분명 젊음의 발전소다. 그곳에서 젊음이 발전되어 서울 각 곳으로 전달되는 구실을 한다고 본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재충전하듯 젊음의 발전소인 대학로에서 세월에 떠밀려 굳어져가는 생각과 행동을 재충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박필순(65) 할머니는 “딸아이가 대학을 다니는데 밥을 해주러 1년 전에 왔다. 그런데 공원 주변에 방을 얻어 조금 시끄러울 때가 있어 불편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했는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원이 있어 좋다. 오히려 젊은이들 속에서 생활하고 그들만 보고 있다 보니 내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다. 야외 공연이 있을 때는 딸 아이 없어도 혼자 나와 구경도 한다”고 하셨다. 기자가 대학로를 찾은 날은 주말 오후.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출구에서부터 대학로로 향하는 젊은 인파의 물결로 꽉 찼다. 지하철 통로 벽면 양옆 빼곡히 나붙어 있는 공연 홍보물 사이 계단에 가만히 서 있어도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마냥 떠밀려 계단을 올라갈 정도였다. 마로니에공원에는 벤치마다 연인들과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농구장에는 고등학생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 벤치에서는 간혹 책을 펴들고 독서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한켠에선 외국에서 관광 온 분들이 모여 안내원의 말에 귀기울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야외 공연은 없는 날이었지만 오후가 되니 날씨가 풀리면서 지하철을 이용한 주말 인파로 거리는 울렁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공연 안내와 티켓을 팔려는 선남선녀들이 바삐 움직이고, 인근 교회에서 선교활동 나온 청년들의 찬양 소리가 공원 가득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로를 오가는 인파를 둘러보았는데, 혹시나 해보지만 역시나 기자보다 나이든 사람은 별로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가끔 어린 아이를 동반한 노부부를 보지만 대부분은 연인들로 정답게 팔짱 낀 젊은 그들. 틈새를 혼자 비집고 다니려니 쑥스럽고, 혹 젊은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도 해보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뿐이다. 대학로, 그곳에 가면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좋다. 흘러내리는 물길 따라 편안히 내려가는 여느 물고기가 아니고, 세찬 물살을 가르며 있는 힘다해 키 몇십배의 보를 박차오르는 연어의 힘과 생동감을 느끼게 해서 좋다. 공연은 보지 않아도 공연장 몇 곳을 둘러보고, 문화게시판 공연 홍보물과 현수막들을 훑어보면 공연을 본 느낌이나 다름없다. 그리곤 마로니에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일광욕을 즐기며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금은 텅빈 야외 무대지만 날씨가 풀리면 터를 울릴 축제의 향연이, 아름다운 멜로디가, 젊음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니 발바닥이 심심하다고 아우성이어서 얼마 전 만들어진 실개천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도심속 산책지로 안성맞춤 명소인 혜화로터리에서 이화사거리까지 총 1.03㎞ 구간에 만들어진 실개천은 인도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이 맑아 밑바닥에 깔아놓은 형형색색 조약돌이 그림을 그려놓은 듯 아릅답기만 하다. 실개천 바로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이곳 역시 쉼터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졸졸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분수와 천변 조각물을 감상하며 가다 보면 어느 새 끝 구간에 도착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냥 가기 아쉬워 간 길을 다시 되돌아오게 된다. 물이 맑고 게다가 졸졸졸 흐르는 아름다운 물소리에 빠져들어 차들의 소음도 금새 잊게 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변 분수에서 내뿜는 물살이 제법 볼 만할 것이다. 인천에서 서울 친척집에 와 대학로를 구경왔다는 초등학교 4학년 강지원 학생은 “시내에 실개천이 졸졸 흘러 참 좋아요. 지금은 물속에 손을 넣으니 차가운데 여름에는 시원할 것 같아요. 여름방학 때는 분수도 열리겠지요. 그 때 친구들이랑 다시 꼭 오겠어요. 아저씨도 그때 만나요”라며 기자와 약속까지 했다. 실개천 끝부분에서 조금 더 가면 방송통신대학이 자리잡고 있고 바로 옆에 서울대학교 사범대 부설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는 항상 개방되어 있는데, 특히 이곳 운동장은 인조 잔디로 되어 있어 어린 아이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족끼리라면 대학로를 구경하고 이곳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잔디구장 위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가족게임을 하기에 좋다. 드러눕고 뒹굴며 아이들이 마냥 즐거워할 장소이기 때문이다.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조형물도 많다. 공원 입구 상징 조형물을 비롯해 도로변 곳곳에 볼만한 것들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해치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마로니에공원 입구 공원 표석이 위치한 바로 옆에는 하회탈 조형물이 우뚝 서있는데,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와 마주보고 서로 함께 웃어댄다. 한참을 웃고 나면 배가 고파와 먹거리 골목을 뒤지게 된다. 싸고 맛있는 음식점들 중에서 취향 따라 골라먹으면 되지 않을까. 흔히들 대학로를 예술과 문화의 거리이자 젊음의 명소로 부르고 있다. 그렇다고 젊은이들만 찾는 곳은 아닌 것이다. 나이 든 분들이 많이 찾아 문화를 충전하고, 사고와 행동을 충전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에 앞서 날씨가 따뜻해지고 야외 공연과 각종 축하 행사가 펼쳐질 즈음 모든 젊은이들이 그간 자신들을 키우느라 애쓴 부모님들을 모시고 나와 세계적 문화예술의 메카요, 문화와 디자인의 거리를 함께 만끽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르신들이시여! 대학로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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