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남산초록색·단청빨간색·꽃담황토색

admin

발행일 2010.02.04. 00:00

수정일 2010.02.04. 00:00

조회 2,848

‘서울색’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서울색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서울색을 보면 왜 이 색들이 서울을 대표하는 색깔들일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2008년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서울색들을 처음 본 기자의 느낌도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서울색 속 이야기를 면면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의 색들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서울색은 우리가 서울 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색상들로, 다양한 과정을 거쳐 추출되었다. 이 중 서울 10색은 서울을 대표하는 9,800여 가지의 요소에서 추출된 250개의 서울현상색 중 서울만의 고유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색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 10색은 고귀함을 상징하는 경복궁 근정전 단청의 ‘단청빨간색’, 경복궁 자경전 꽃담에서 볼 수 있는 온화하고 포근한 ‘꽃담황토색’, 가을 거리를 물들이는 ‘은행노란색’, 언제나 푸르른 남산 소나무를 닮은 ‘남산초록색’, 서울 가을의 높고 청명한 하늘을 닮은 ‘서울하늘색’, 창경궁 기둥의 기품과 신뢰를 담은 ‘고궁갈색’, 염색하지 않은 천연 삼베의 소박함을 지닌 ‘삼베연미색’, 햇빛을 가득 머금은 듯한 ‘한강은백색’, 궁궐 돌담을 이루고 있는 화강석의 강직함이 묻어있는 ‘돌담회색’, 기와의 검은빛을 닮은 ‘기와진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가지색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과 기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서울 10색을 제대로 느껴볼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색상표를 통해서 보자니 뭔가 심심하고, 하나하나 직접 가서 느껴보자니 색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전에 지쳐 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런 당신에게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디자인갤러리에서 열리는 작지만 알찬 전시회, ‘10/10 서울 10색과 10인의 디자이너展 ’을 추천한다. 영상, 가구, 패션, 일러스트, 제품, 공예, 설치 등 디자인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작품으로 새롭게 해석한 서울 10색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회의 관람 포인트는 ‘디자이너들의 서울 10색 표현방식’이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모였기 때문에 표현 방식 또한 다양하다. 김영진 작가는 삼베연미색을 16세기 치마와 저고리로 표현했으며, 전방위 아티스트인 보노보 노이즈 프로젝트는 서울 하늘색을 음악과 영상, 공연을 결합한 아트디렉션으로 표현했다. 기존에 시각으로만 느껴오던 색깔을 청각으로도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작품이다. 한정림 작가는 한강은백색을 조명 설치작품으로 표현했으며, 조원석, 박재은 작가는 가방 및 인테리어 소품으로 남산초록색을 보여주었다. 서울색과 전통미를 동시에 다룬 작가도 있다. 강혜숙 작가는 꽃담황토색을 기본으로 복을 바라고 장생을 기원하는 다양한 문양과 함께 서울의 상징 4대문과 한강을 그려 넣은 만다라를 선보였으며, 장형순 작가는 우리나라 대표급 문화재인 국보 91호 기마인물형토기와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돌담회색빛 종이모형으로 제작했다.

각각의 디자이너들이 서울 10색 중 하나의 색으로만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전시회 규모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이 전시회 말고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는 볼거리들이 많다. 동대문역사관에서는 동대문운동장 부지에서 출토된 조선백자, 분청사기 등을 포함한 조선 전기~일제강점기 때의 유물 200여점 가량을 볼 수 있으며, 이벤트 홀에서는 서울성곽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자체 또한 볼거리 중 하나다. 유선적인 디자인의 공원이 마치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복원된 서울성곽과 운동장 부지 내에서 발견한 조선시대 건축물 유구를 전시한 노천건축사 박물관인 동대문 유구전시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찾아 역사와 예술적 디자인을 마음껏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 10/10 서울 10색과 10인의 디자이너展

- 기간: 1. 29(금) ~ 4. 7(수)
- 장소: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디자인갤러리
- 교통편: 지하철 2호선, 4호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 2번 출구

시민기자/고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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